“노예제 갈등 보는듯”...둘로 쪼개진 미국, 초엘리트들의 선택은 [송의달 모닝라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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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치의 분열과 대립, 양극화가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두 달 앞으로 다가온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전·현직 미국 대통령이 ‘전투(戰鬪)적 언어’로 원색적인 비난을 퍼붓는 것부터 이례적입니다.
반도체법, 인플레이션 감축법, 연방 학자금 대출 탕감 같은
지지층을 겨냥한 정책을 잇따라 통과시킨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달 1일 황금시간대인 저녁 8시 TV 생방송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그의 추종자인) ‘마가’
(Make America Great Again·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공화당원들은
미국의 근본을 위협하는 극단주의를 대표한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는 2020년 11월 실시된 대통령 선거 불복 파동인 ‘1·6 의사당 폭동’을 거론하며
“미국에서 정치적 폭력이 발붙일 곳은 없다. 누구도, 단 한 번도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마가’(MAGA)는 ‘준(準)파시즘’(semi-fascism)이다”(8월25일),
“트럼프 전 대통령과 공화당이 ‘역겹다’”(8월 30일)는 발언에 연이은 ‘트럼프 때리기’입니다.
◇트럼프 vs 바이든 대놓고 원색 비난
이에 뒤질새라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달 3일
바이든 대통령을 ‘미국의 적’(enemy of the state)으로 규정하면서
“(바이든이) 역대 미국 대통령 연설 중에서 가장 포악하고, 혐오스러우며,
분열을 초래하는 발언으로 7500만명을 비난했다”고 맹공했습니다.
그는 이날 펜실베이니아주에서 열린 공화당 중간선거 집회에서
“민주주의의 위험은 우파(右派)가 아닌 급진 좌파(左派)에게서 온다.
가장 중요한 것은 2024년에 우리가 훌륭한 백악관을 되찾는다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올 11월 중간선거는 치솟는 물가와 광란(狂亂)의 범죄에 대한 국민투표”라면서
공화당에 표(票)를 달라고도 했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그렇다고 쳐도,
초당적 협력을 외쳐온 바이든 대통령이 국가원수라는 상징성까지 내던지고
한쪽 정파를 대변하는 싸움꾼이 된 것입니다.
◇240년 넘은 ‘연방주의’ 흔들릴 조짐
1776년 건국 이후 미국 정치의 토대인 ‘연방제(Federalism)’도 흔들릴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미국은 ‘합중국’(United States of America)이란 이름에서 보듯 50개 주(州)의 연합체로
주정부의 독자적인 권한을 인정하되,
중앙정부인 연방정부가 전국적 차원에서 정책과 법률을 만들어 시행하면서
안정과 통합을 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주 정부의 권한과 영향력이 연방정부보다 더 강해지면서
미국이라는 단일 국가가 파란색(진보)과 빨간색(보수) 주(州)로 사실상 쪼개지고 있습니다.
공화당의 상징색이 빨강, 민주당의 상징색이 파랑이어서
공화당 지지세가 강한 보수 성향의 주(州)를 ‘레드 스테이트’(red state),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진보 성향의 주를 ‘블루 스테이트’(blue state)라고 부릅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The Economist) 최신호의 분석을 보면,
‘레드 스테이트’와 ‘블루 스테이트’는 서로 절반 정도로 팽팽합니다.
현재 특정 정당이 지사(知事·governor)와 주의회 상·하원을 모두 장악하고 있는 곳은
미국 전체 50개 주 가운데 약 4분의 3인 37개주입니다.
그러다보니 각주 마다 보수 또는 진보적 색채가 농후한 정책과 법령을
경쟁적으로 쏟아내고 있습니다.
올해 미국 전역을 뒤흔든 낙태권(落胎權·abortion right)을 둘러싼 움직임을 보면
같은 나라라고 보기 힘들 정도입니다.
미국 동남부에 위치한 미시시피주는
2018년 임신 15주 이후 대부분의 낙태를 금지하는 법을 제정했습니다.
여성의 낙태권에 완고(頑固)한 보수적 입장을 보이는 주 정부·의회에 맞서
현지 낙태시술소가 소송을 제기해 이 사건은 연방대법원까지 올라갔습니다.
결국 올해 6월24일 연방대법원은
1973년 내려진 ‘로 대(對) 웨이드’(Roe v Wade) 판례를 49년만에 폐기했습니다.
‘임신 6개월이 되기 전까지는 여성들에게 보편적 낙태권을 보장했던
‘로 대 웨이드’ 판례가 폐기되자,
미시시피주는 물론 앨라배마·아칸소·미주리·사우스다코타주 등이
강간(强姦)이나 근친상간(近親相姦)에 따른 예외조차 인정하지 않는
전면적 낙태 금지를 시행했습니다.
정반대로 캘리포니아주의 개빈 뉴섬(Gavin Newsom) 주지사(민주당)는
주(州)에서 낙태 시술을 받거나 도와준 사람을
낙태가 금지된 다른 주에서 제기한 소송으로부터 보호하는 법안을 마련했습니다.
같은 ‘블루 스테이트’인 콜로라도와 일리노이는
주변 주(州)에서 낙태 시술을 받으러 오는 여성들의 피난처가 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공화당 주는 낙태권을 전면 배척하고, 민주당 주는 낙태권을 절대 옹호하는 양상입니다.
이런 모습은 1860년 남북전쟁 직전 노예제에 반대한 미국 북부 주들이
‘노예의 피난처’를 자처한 것을 연상시킵니다.
◇美 국민 43%, “10년 내 내전 일어날 것”
낙태권 외에 동성애·트랜스젠더 등 성(性) 소수자 권리와
총기 규제(gun control), 기후변화 같은 문제에서도 각주들은 사사건건 대립하고 있습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지(誌)도 “특정 정당이 주지사와 양원을 전부 장악해 제동 장치가 사라지고 있다”며
“양당(兩黨)의 양극화 현상 심화로 미국의 분열 상태가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일부 전문가들은
“미국이 내전(civil war) 발발 직전과 같은 상태로 갈 수도 있다”고 진단합니다.
미국 CBS 방송이 올해 8월 29일부터 사흘 동안 미국의 성인 2085명에게
“다음 선거에서 후보자 가운데 누군가가 승복을 거부할 것으로 보느냐”고 묻자,
67%는 “불복(不服할 가능성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이런 조사 결과들은 미국의 국내 정치 양극화가 수 십년 만에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는 방증입니다.
이로 인해 미국이 진짜 분열되거나 해체되는 상황까지 이르게 될까요?
그럴 가능성은 일단 낮아 보입니다.
무엇보다 미국인들은
건국후 250여년 역사에서 수차례 큰 분열 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해 왔습니다.
◇민주주의 회복력...엘리트들의 집단지성
가장 큰 위기는 노예제 철폐 여부를 놓고 1860년 미국이 둘로 쪼개져
1861년부터 4년 동안 피와 상흔으로 남북전쟁이란 내전을 치른 겁니다.
이후 1930년대에는 뉴딜(New Deal) 정책 추진을 놓고
자유방임형 자본주의와 국가개입형 민주사회주의가 충돌했습니다.
1960~70년대에는 민권 운동, 반전(反戰) 운동, 신좌파 문화운동 같은 도전을 맞았고
1980년대에는 신보수·신자유주의의 대두에 따른 보·혁 갈등도 겪었습니다.
요컨대 미국 정치의 분열과 양극화는 초유의 현상이 아니라
미국 정치 문화의 고유한 특질에 가깝다고 볼 수 있습니다.
미국은 중국과 세계 무대에서 전면적인 전략 경쟁, 체제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이런 마당에 국내 정치까지 파국(破局)을 맞는다면,
미국은 2등 국가로의 추락을 결코 피할 수 없습니다.
미국의 최상위 0.01% 엘리트들과 정치·경제·언론·학계 등 각 분야 리더들은
이런 사실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들이 어떤 컨센서스를 이루어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향방을 좌우할 것입니다.
최근 미국내 대립과 충돌이 위험 수위로 치닫는 것은
미국과 전 세계 모두에 긍정적이지 않습니다.
미국 민주주의의 건강한 토론과 회복력, 그리고 집단 지성(知性)에 기대를 걸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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