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공직자 능력보다 소중한 것
요즘 뉴욕시 공무원들은 민생과 치안, 복지 현장을 찾느라 바쁘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강타당한 뉴욕이 세계 경제수도로서의 위상을 회복하기 위해
현장을 파악하고 사람을 만나 정책에 반영하기 위해서다.
최근 뉴욕시 중소기업청장이 자영업자 규제 완화책을 논의하는 간담회에 가본 일이 있다.
이 조직은 직원 300명에 연 예산 3000억원 정도이고,
정무직인 수장은 뉴욕시장 최측근이라고 했다.
한국에서 이런 스펙의 정치 관료가 주관하는 행사라면 생색내기에 그칠 터이다.
뉴욕은 어떨까 궁금했다.
![](https://blog.kakaocdn.net/dn/q3S7e/btrARKPqJh4/arqPskkA9dVj0CIbSWN4c1/img.jpg)
뉴욕 식당·미용실·체육관 등을 운영하는 소상공인들이 20여 명 모였다.
처음엔 참석자 몇몇이 “이런 자리를 만들어줘 고맙다”고 의례적인 인사를 했다.
청장이 정색하며 “솔직한 말을 해달라”며 “받아 적겠다”고 하자
하나둘씩 애환과 불만이 터져나왔다.
“위생 검역관마다 잣대가 제각각이더라. 어떤 이는 너무 위압적이다”
“브라질 왁싱을 할 때 털이 많은 사람도 있고 적은 사람도 있는데,
단일 서비스-단일 가격제를 강요하지 말라”
“시에 자영업자 대출 지원이 있다는 걸 은행 갔다가 우연히 알게 됐다.
이런 걸 왜 직접 안 알려주나”.
어려움 속에서 사업을 해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할 수 없는 생생한 이야기들도 놀라웠지만,
이날 한국계인 케빈 김 중소기업청장의 자기 소개도 인상적이었다.
명문대 로스쿨을 나온 유망한 정치인인 그는 과거 어렵게 살아온 가족사를 털어놨다.
그는 “1970년대 이민 온 부모가 조화를 만들어 길에서 팔았다.
할머니까지 다섯 식구가 퀸스의 방 한 칸에 살았다”면서
“나도 스타트업을 하다가 망해봤다. 자영업이 얼마나 어려운지 잘 안다”고 말했다.
사장들이 공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을 낮춰 국민과 눈높이를 맞추는 것이 미국 고위 공직자들의 정치 문법이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지명 수락 연설에서
어릴 때 부모의 이혼, 계부의 홀로코스트 생존기, 프랑스에서 외국인으로 살며
외교관 꿈을 키웠던 이야기부터 했다.
바이든 정부에서 보기 힘든 백인 남성 엘리트이자 대통령 최측근이지만
‘인생의 다양한 면을 경험했다. 약자 입장에서 정책을 펼치겠다’고 약속한 것이다.
미·중 무역 전쟁을 지휘하는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은
이탈리아 이민자인 아버지가 시계 공장에서 일하다 해고돼 굶었던 일을 회상하며
“미국의 가정을 지키겠다”고 말한다.
바이든 정부는 조각 당시 ‘미국을 닮은 내각’을 표방하고 성별·인종·지역 안배에 중점을 뒀다.
이는 서방 선진국의 트렌드이기도 하다.
물론 장관들의 능력이 가장 중요하지만,
능력을 보여주려면 국민의 마음을 먼저 얻어야 한다는 것을
오랜 경험으로 체득했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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