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공부

‘폴리페서(polifessor·정치인+교수)’

colorprom 2022. 4. 13. 14:26

[데스크에서] 강의 팽개치고 떠나는 교수

 

입력 2022.04.13 03:00
 
 

윤석열 정부 청와대 경제수석이 유력하다는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이번 학기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대선 캠프부터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까지 참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학기 김 교수 이름으로 개설된 두 과목 다 논문 지도가 주 내용이다.

강의 준비 부담이 없다.

동료 교수들은 학교에서 별로 본 적이 없다면서 “이미 휴직하고 떠나지 않았냐”는 반응이다.

 

김 교수가 청와대행 탑승에 성공하면 이 두 과목은 폐강되거나 대체 강사에게 넘어간다.

학생들만 울상이 될 상황이다.

청와대에 못 가도 김 교수는 손해 볼 일이 없다.

합법적으로 한 학기를 강의 부담 없이 지낼 수 있기 때문이다.

 

원래 서울대 교수는 한 학기 세 과목은 가르쳐야 하는데

그는 논문 지도 두 과목만 ‘형식적으로’ 열어 놓고 있다.

부담없이 휴직하려 그런 것 아니겠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김 교수는 “어떤 상황이 발생해도 학생들에게는 최대한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김소영(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오른쪽), 신성환 (왼쪽 두번째) 위원이
24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공정거래위원회 업무보고에 참석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2022.3.24/연합뉴스

 

새 정부 각료 후보로 대학교수들 이름이 또 자주 오르내린다.

첫 장관 인선에서도 교수 출신 세 명이 낙점을 받았다.

윤석열 캠프에 명함을 들이민 교수들만 40여명.

이들 중 상당수가 조만간 임명장을 받을 가능성이 높은데 하필 학기 중이라는 게 맹점이다.

하던 수업 다 중단하고 가야 한다.

 

이번에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로 지명된 김현숙 숭실대 교수는

이미 박근혜 정부 시절 5년간 휴직하고 국회의원과 청와대 수석까지 지낸 바 있다.

이번에 장관 자리를 받으면서 또 휴직계를 내게 됐다.

숭실대는 이번 학기 김 교수가 강의하던 세 과목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심하고 있다.

 

강석훈 성신여대 교수도 마찬가지다.

이전 정부 때 5년 동안 학교를 떠나 정치권과 청와대를 돌다가

정권이 바뀌면서 본업(교수)으로 복귀했지만,

지난해 윤석열 캠프 문을 두드렸고 조만간 휴직하게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명박 정부 대외전략기획관을 지내며 4년간 휴직했던 김태효 성균관대 교수도

윤석열 인수위에 합류하면서 두 번째 휴직이 다가왔다는 관측이다.

과거 박재완 성균관대 교수는 10년을 휴직하고

국회의원에서 청와대 수석, 기획재정부 장관 등까지 두루 섭렵한 다음,

다시 대학으로 돌아가 그곳에서 재작년 퇴임했다.

10년간 학과 교수 명단에만 존재하는 교수였던 셈이다.

 

일반적인 직장인 처지에서 보면 이런 폴리페서(polifessor·정치인+교수)’는 부러운 직업이다.

다니던 직장(대학)을 나와 새 직장(정부)으로 옮기더라도 불안 따위는 없다.

“잠깐 (휴직하고)다녀올께” 하면 그만이다.

중간에 새 직장에서 잘려도 번듯한 전 직장(대학)이 기다리고 있다.

 

교수 휴직 기간이나 횟수에 제한을 두는 대학은 거의 없다.

서울대 사회대가 한때 ‘공직 진출로 2회 이상 휴직하면 교수직을 사퇴해야 한다’는

지침을 둔 것으로 알려졌지만 지금은 사라졌다.

서울대 교수 중에서 공직 진출을 이유로 사직서를 낸 경우는

박세일·이각범·이창용 등 손에 꼽을 정도다.

한 서울대 교수는 “(휴직이 아니라) 사직하고 가는 게 상식적인 태도”라고 말했다.

 

공직을 위해 휴직하는 교수들이

말로는 “국가를 위해 봉사하러 가는 것”이라고 하겠지만,

정작 학과에서 “정말 그런 각오라면 사직하고 가라”고 나오면

아마도 상당수가 공직 욕심을 접을 것이다.

 

물론 현재 대학 규정 상 사직을 강요할 순 없다.

하지만 학기 중 본업을 버리고 권력과 명예를 쫓아가면서

그로 인해 피해를 입을 학과와 학생들을 한번쯤 생각하길 바란다.

'세상 공부'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0) 2022.04.14
대통령 호칭  (0) 2022.04.13
정치 보복  (0) 2022.04.12
이제야 없애는 한국식 나이  (0) 2022.04.12
‘검수완박’  (0) 2022.04.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