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촉법소년
사람의 뇌는 뒷부분이 먼저 성장하고 앞부분은 마지막에 성숙한다.
마치 가을 단풍이 남하하며 숲을 차례로 물들이는 것과 같다.
뇌 과학은 10대 청소년 문제의 원인을 뇌 앞부분인 전두엽 미성숙에서 찾기도 한다.
육체는 성인처럼 됐는데 판단과 충동 조절을 담당하는 전두엽이 성숙하지 못한 탓에
물불을 가리지 못한다는 것이다.
미성년 범죄자를 성인과 달리 다뤄야 하는 근거가 될 수 있다.
▶세계 각국은 소년범을 성인범보다 온정적으로 대해왔다.
영국의 소년법 제정(1908년)이 시초라고 할 수 있다.
이 법에 따라 14세 미만은 감옥에 가지 않고 학교 교육이나 직업 훈련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아직 다 자라지 않은 아이들에게 잘못을 뉘우치고 올바른 길을 찾아갈 기회를 줘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 법원이 미성년자에 대한 사형 집행, 가석방 없는 무기징역 등은 위헌이라고 판결한 것도
같은 취지이다.
▶범죄를 저질러도 처벌받지 않는 나이는 나라마다 다르다.
현재 우리나라는 14세 미만인 ‘형사 미성년자’에게 형사처벌을 면제하고 있다.
10~14세 미만은 ‘촉법소년’으로
사회봉사, 보호관찰, 소년원 송치 등만 하고 전과 기록도 남기지 않는다.
독일, 오스트리아, 일본의 형사처벌 면제 연령도 14세로 우리와 같다.
중국(16세), 프랑스(13세), 캐나다(12세) 등은 조금 높거나 낮다.
미국은 주에 따라 7~17세로 차이가 있다고 한다.
▶소년범 형사처벌 면제는 미성년 흉악범이 발생할 때마다 논란이 된다.
소년법의 원조인 영국도 1993년 열살짜리 2명이 두 살배기를 무자비하게 살해한 사건을 계기로
엄벌 정책으로 전환했다.
국내에서도 13세가 모친을 칼로 살해한 사건,
촉법소년에게 성폭행당한 여학생이 극단 선택을 하는 사건 등이 잇달아 벌어졌다.
“우리는 사람을 죽여도 교도소에 안 간다”며 대놓고 악행을 일삼는 아이들까지 나타났다.
청와대 게시판에는 ‘촉법소년을 엄벌해야 한다’는 청원이 줄줄이 올라온다.
학교 폭력을 당한 딸을 위해 가해 촉법소년들에게 직접 보복했다는 아버지 이야기도
소셜미디어에 등장한다.
▶법무부가 ‘촉법소년’ 기준을 낮추겠다고 대통령직 인수위에 보고했다.
만 12~13세도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대선 때 여야 후보 모두 비슷한 공약을 냈다.
반론도 있다.
처벌 연령을 낮춰 소년 범죄가 줄었다는 나라가 없고,
처벌 만능주의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촉법소년의 기준이 어떻게 되든
아이의 잘못 뒤에는 부모와 학교의 잘못이 있다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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