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공부

유리 천장

colorprom 2022. 3. 14. 14:53

[데스크에서] 새 정부가 깨야 할 유리 천장

 

입력 2022.03.14 03:00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학로에서 열린
2022년 세계여성의날 정신 계승 전국노동자대회에서 참석자들이 사회자의
"성 평등 세상으로"라는 외침에 머리 위 동그라미를 그려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세계 여성의 날을 하루 앞둔 지난 7일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의 연례 ‘유리 천장 지수’가 발표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소속된 29국을 대상으로

여성의 근로·교육·생활 여건을 수치로 산출해 비교한다.

 

고등교육·노동참여·임금·양육비·유급육아휴직·기업고위임원 등 10개 분야별로

남녀 성별 격차를 산출하고 반영해 종합지수를 발표한다.

 

선진국들의 양성 평등 실태를 한눈에 비교할 수 있는 이 지수의

‘만년 낙제생’은 한국이다. 10년 연속 꼴찌다.

 

올해는 여성 노동참여율이 터키를 빼고 가장 낮았고,

성별 임금 격차는 여성이 남성보다 31.5%를 덜 벌어 최하위였다.

기업 이사 중 여성 비율도 8.7%로 꼴찌였으며,

관리직 비중은 15.6%로 일본(13.6%)만 간신히 제쳤다.

 

평가 대상국 연도별 순위 변동 그래프를 보면

스웨덴아이슬란드처럼 엎치락뒤치락 1위를 다투는 나라들이 있는가 하면,

헝가리처럼 뚝 떨어지거나, 포르투갈처럼 가파른 오름세를 타는 나라들이 있는데,

한국은 이들과 달리 맨 아래에서 일직선을 쭉 그리고 있다.

 

여성 대통령 박근혜 정권 때도,

‘페미니스트 대통령’을 자처하며 들어선 문재인 정권 때도

한국 여성의 상황은 별반 나아진 게 없음을 보여준다.

 

올해 유리 천장 지수가 발표됐을 때

대선을 이틀 앞두고 여야의 지지층 결집이 최고조에 이르고 있었다.

지역·세대·이념·성별로 분열된 표심은 개표 결과에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현 정권에 돌아선 젊은 남성의 표심이 야당으로 쏠렸고,

또래 젊은 여성이 여권을 지지했다.

 

이 현상을 어떻게 봐야 할까?

 

MZ세대는 남성이 상대적으로 보수적이고, 여성은 진보 색채가 강한 것일까?

꼭 그렇지만은 않을 것이다.

‘여성가족부 폐지’를 핵심 공약으로 내걸고 페미니즘을 비판한

국민의힘과 일부 지지자들의 모습을 보면서,

시대 퇴행의 두려움을 느낀 여성들 사이에서

차악이라도 뽑자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라는 분석이 적지 않다.

 

기자는 딸을 둔 40대 아빠다.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 지지세가 두드러진 40대 표심 중에는

남아선호·가부장제 영향력을 벗어나 딸과 아들을 차별 없이 키워온

우리 세대의 걱정이 일부 반영됐으리라고 생각한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13일 “여성가족부는 역사적 소명을 다했다”면서

정부 조직을 개편해 폐지할 뜻을 밝혔다.

이는 말과 행동이 불일치한 현 정부의 위선과 도덕적 타락이 자초한 측면이 크다.

그럼에도 새 정부는

한국 여성이 처한 척박한 환경을 명확히 인식하면서 정책을 입안했으면 한다.

실질적인 양성 평등 정책으로

밑바닥 일직선인 한국의 유리 천장 지수 그래프가

조금이라도 우상향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그렇게 된다면 5년 뒤엔

여성과 남성 모두로부터 ‘애썼다’는 덕담을 들으며 임기를 마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