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주말] 결국, 눈물이 이긴다
[아무튼, 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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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령 선생에게서 만나자는 연락을 받은 건 지난주 월요일입니다.
하필 인터뷰와 칼럼 준비로 바빠 약속을 한 주 미뤘더니,
그 주 토요일에 부고(訃告)가 날아왔습니다.
황망하여 어쩔 줄 모르는데, 김병종 화백이 전합니다.
<아무튼, 주말>에 연재를 시작했다가 건강 악화로 중단한 ‘눈물 한 방울’에 대해
미안한 마음 전하며 작별 인사를 나누려 하신 것 같다고.
조문을 다녀와 휴대전화에 녹음해 두었던 이어령 선생의 생전 육성을 들었습니다.
1년 전, ‘눈물 한 방울’ 연재를 준비하며 암 투병 중인 몸에서 토해낸 ‘명강’이었지요.
현실 정치에 관해선 말을 아꼈던 선생이
“여당은 이성이 없고, 야당은 야성이 없다”며 혀를 차는 대목에선 웃음이 났습니다.
푸틴식 독재도 언급하셨더군요.
“소련의 사회주의 멸망 후 이념 없이도 국가를 통치하는 법을 푸틴이 발견한 거예요.
유라시아주의, 내셔널리즘이죠.”
‘독재’에 대한 날 선 통찰이 가슴에 와닿았습니다.
“한 사람이 지배할 수 있다는 건 열 사람이 복종해주니까 가능한 거요.
어떤 독재도 혼자선 할 수 없지요.
스스로 노예가 되어준 사람들이 있어서, 그게 편하고 좋다고 생각해서 따라준
팔로어(follower)들이 있어서 독재가 가능했던 겁니다.”
아이들까지 무차별 살상하는 러시아의 푸틴과
코미디언 출신의 초보 대통령이라 조롱받던 우크라이나의 젤렌스키를 보며
한 나라의 운명을 짊어진 지도자의 리더십이 어디를 향해 가야 하는지
눈물 삼키며 절감하는 요즘입니다.
포탄 떨어지는 수도의 한복판에 서서
“내가 여기 있다” “자유를 위해 싸우겠다”며 환하게 웃던 젤렌스키 대통령의 모습이
절망에 빠진 우크라이나 국민들을 결집시킨 힘이었지요.
전쟁이 먼 나라 얘기가 아닌 대한민국에서도
국민을 버리지 않고 끝까지 결사 항전하는 지도자를,
오는 9일 우리는 만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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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뉴스레터>엔
2016년 격동의 촛불 집회가 한국의 법치를 무너뜨릴 수 있다 우려했던
마이클 브린 전 ‘더타임스’ 기자 인터뷰를 배달합니다.
‘촛불’이 신성시됐던 당시 한국 국민을 ‘분노의 신(神)’ 이라 표현하며,
“예수도 민심으로 십자가에 매달렸다”는 말로 우중 정치를 에둘러 비판해
화제가 된 인터뷰입니다.
아래 QR코드와 인터넷 http://page.stibee.com/subscriptions/145743을 통해 들어오시면
뉴스레터를 구독할 수 있는 창이 열립니다.
우크라이나 주민이 건넨 빵을 먹으며 울어버린 러시아 병사.
결국 눈물이, 선함이 이긴다는 이어령의 선언을 묵상하는 주말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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