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치아·아이슬란드·아프리카… 그림책은 세계여행 중
비행기 타는 게 소원이 된 시대
여행하듯 세계 누비는 그림책들
베른의 시냇가, 사막의 밤하늘…
상상만으로 즐거운 새로운 여행
입력 2022.01.19 03:00
“베네치아에 갔을 때야.
사람들은 산마르코 대성당을 보고, 곤돌라를 타라고 했지.
하지만 나는 물안개를 만났어.
이른 아침 물의 도시에는 수로마다 물안개가 모락모락 피어올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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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베네치아의 물 위 멀리 들려오는 뱃사공의 노래,
스위스 베른의 숲속 벤치에 앉은 뺨을 매만진 바람 한 줄기,
그리스 메테오라 수도원의 비탈길에서 길동무가 되어준 친절한 개….
그림책 ‘여행의 시간’(모래알)은 차분하고 아련한 파스텔톤의 그림들로
여행의 기억을 소환한다.
책 속의 ‘나’는 콜로세움에서 고양이들에게 밥을 주는 아주머니를 만나고,
터키 셀축에선 에페수스 유적 사이를 누비다 들꽃 향기를 마주하며,
이집트 바하리야 오아시스에서 쏟아질 듯 밤하늘을 가득 채운 별을 바라본다.
책장을 넘기다 보면 마음은 벌써 돌돌이 가방을 끌며 비행기를 타러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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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의 '나'는 베른의 벤치 위에서 만났던 한줄기 바람을 떠올리며 살아갈 힘을 얻는다. /모래알(키다리)
여행은 삶의 신비다.
멀고 낯선 곳에서, 생각지 못했던 새로운 경험이 나를 바꾼다.
비행기 타고 기내식 먹는 게 ‘소원’이 되어버린 코로나 시대지만,
그림책 속에선 어디로든 떠날 수 있다.
잊었던 여행지의 추억을 되새기며 옛 사진을 꺼내보거나,
아예 새로운 여행을 상상하게 될지도 모른다.
스웨덴에서 온 그림책 ‘우리는 달린다’(위고)에서,
소녀와 소년의 몸은 아파트 계단참에 앉아 있지만 마음은 세계로 달려 간다.
화산이 연기를 뿜어내는 아이슬란드,
물범이 삐죽 고개를 내밀고 인사하는 그린란드를 지나며,
중간중간 삐삐나 무민 같은 동화책 주인공들을 지나친다.
아이들의 연상은 거침없으니 달이라고 못갈 리 없다.
책장마다 순수한 활기, 살아있음의 기쁨으로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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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암을 흘리는 아이슬란드의 화산으로부터 시작된다. /위고 출판사
추운 나라 다음은 더운 나라 차례.
‘나나가 집으로 돌아온 날’(불광출판사)은
아프리카의 뜨거운 햇볕과 야생동물들을 상상하게 한다.
남아공의 툴라툴라 야생동물 보호소에서
사살될 위기에 놓인 야생 코끼리 7마리를 구했던 동물보호 운동가
로렌스 앤서니의 실화에 바탕한 책.
앤서니는 밀렵과 괴롭힘으로 거칠어진 코끼리들을 설득해 정착시키고, 코끼리떼 곁에서 야영하며 친구가 된다. 코끼리들은 그가 죽은 뒤에도 친구로서 예를 다한다. 사람과 동물 사이 가슴 찡한 우정에, 힘찬 야생동물들의 활기를 덤으로 선물한다.
![](https://blog.kakaocdn.net/dn/coiu5B/btrq7bbMt5j/DKzngfpy3PO8FzIlZG4rkK/img.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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