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

영화 ‘사바하’의 모델 ‘탁 소장님’ (탁지원 현대종교연구소장)

colorprom 2021. 12. 5. 13:59

이단과 싸운다며 돈 쫓는 목사, 영화가 그의 손을 들어준 이유는?

 

“영화에서는 왜 이단과 싸우는 사람을 나쁘게 묘사할까요?”
영화 ‘사바하’의 모델 ‘탁 소장님’ 인터뷰
탁지원연상호의 ‘사이비’가 ‘지옥’보다는 더 이단 실체에 접근”

 

입력 2021.12.05 13:26
 

 

 
장재현 감독의 영화 '사바하'. 극 초반,
이단연구자인 박목사(이정재)는 매우 세속적인 인물로 그려진다.
 

선한 얼굴로 악을 행하고, 천국을 축조한다며 지옥도를 펼친다.

이단, 사이비 종교를 소재로 한 영화나 드라마가 꾸준히 나올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이런 드라마에서 ‘이단 추적자’는 교주 만큼이나 중요한 존재.

때때로 종교관련 작품에 조언을 해온 탁지원 현대종교연구소장에게

흥미롭게 본 영화 이야기를 들었다.

 

드라마 '지옥'의 사이비종교 '새진리회'의 2대 교주 김정칠. 원래는 이단연구자였다. /넷플릭스

 

종교연구가로 활동하다 1994년 피살된 탁명환 현대종교연구소 소장.

 

-드라마 ‘지옥’에서 나오는 김정철 새진리회2대 교주는

외모부터 고 탁명환 소장님을 좀 닮았습니다.

악당으로 묘사되어서 기분이 언짢으셨겠네요.

 

“저도 ‘지옥’에서 ‘미래 종교’라는 간판이 나오는 순간,

‘아! 우리가 일하고 있는 현대종교네’ 하고 했습니다.

이름부터 선친이 세운 연구소를 살짝 바꾸고 비튼 거잖아요.

영화적 설정이라고 생각합니다.”

 

-너그러우시네요.

이 드라마를 통해 이단, 사이비 종교 문제를 다시 생각하게 됐어요.

 

“네 ‘지옥’은 굉장히 유명한 드라마가 됐지요.

드라마에 나오는 ‘새진리회’는 우리나라에서 왕성하게 활동하는

몇몇 집단의 이름과 로고를 사용해서 현실감을 많이 줬습니다.

하지만 ‘지옥의 사자’ 설정은 너무나 음모론적이고, SF적이어서

이런 단체에 대해 깊게 생각할 여지는 적었던 것 같아요.”

 

2017년 OCN에서 방송된 김성수 감독의 드라마 '구해줘'(왼쪽)는
이단에 관한 꼼꼼한 디테일이 돋보인다.
'사이비'는 '지옥'의 연상호 감독이 2013년 발표한 애니메이션.
수몰지역으로 파고든 사이비 종교를 다룬다.
 

-그럼 어떤 영화나 드라마가 이런 문제를 잘 다뤘나요?

 

“‘지옥’을 만든 연상호 감독님의 ‘사이비’라는 애니메이션이 있어요.

이단, 사이비와 믿음의 문제를 잘 짚었다고 생각해요.

수몰 예정 지역에 생긴 교회 이야기를 다뤘는데요.

그들이 사람들을 어떻게 미혹하고, 어떻게 접수해가는지,

과정이 정말 생생하게 잘 그려진 것 같습니다.

이 애니메이션은 ‘구해줘 2(연출 이권)′라는 드라마로도 만들어졌습니다.

 

앞서 방송된 ‘구해줘’(연출 안현빈, 원작 조금산 ‘세상 밖으로’)도

사이비 종교인 ‘구선원’에 빠진 친구를 구해내려는 젊은이들의 이야기로

이단의 요소 요소를 잘 짚어준 것 같아 좋았습니다.”

 

 
사이비 종교를 받아들이지 않으려는 노숙자의 머리통을
샤워기로 사정없이 내려치는 사이비 간부. /구해줘
 

-연상호 감독과 종교 이야기를 해본 적이 있으세요? 종교 문제를 자주 다룹니다.

 

감독님과 직접 이야기를 나눈 적은 없고요,

사바하’를 만든 장재현 감독님과 오랜 시간 교통하며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

 

-영화 ‘사바하’에서는 ‘종교문제연구소’ 박웅재 목사(이정재)의 대사가

“입금됐나” “아, 내 바바리 젖는데…” 이런 식입니다.

돈, 명품 밝히는 사람으로 나옵니다.

 

“네 그렇죠. 장재현 감독님이 아버님과 저를 모델로 그 배역을 만들었다고 밝혔는데요.

교육 강연 후에 계좌를 아예 교육자료에 넣고,

외제차 타고, 담배 피우고 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너무 비튼 것 아니냐고 제작진들께 항의했습니다만,

영화적 재미와 장치였다고 하니 더는 말할 필요를 못 느꼈습니다.

 

중요한 것은 영화의 본질과 질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정치 소재를 쓰는 정도라고 생각하는 것이 편할 것 같네요(웃음).”

 

-영화 ‘’의 어떤 부분을 인정하시나요?

 

사바하에서 박목사(이정재) 가족은 무슬림에게 가족이 죽임을 당합니다.

목사는 ‘하나님은 살아있는가’ 번뇌하며 묻고, 또 묻습니다.

저는 신앙인 고뇌를 잘 풀어냈다고 생각합니다.

주인공은 처음에는 부패해 보이기도 하지만

결국 이단을 밝혀내고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합니다.

그런 부분이 좋았습니다.”

 

-’곡성’은 이단에 관한 영화라기엔 스토리가 더 복잡한 영화지요?

 

“좀 난해하긴 했습니다.

영화 관객들 사이에서는 ‘천우희가 예수 내지는 신이다’

‘곽도원에게 닭이 세 번 울면 들어가라는 대사가 그걸 의미한다’는 등의 이야기가 나왔지요.

 

절대자에 대한 믿음과 신뢰가 사라진 시대를 말하고 싶어한 영화같아요.

성경적 요소를 이 시대에 맞게 잘 적용한 영화입니다. 열린 결말도 좋았어요.

호러 영화로 보는 사람에겐 호러로,

반(反)종교 영화로 보고 싶은 사람은 그렇게 볼 수도 있는,

자기 신앙과 믿음을 한 번 더 바라볼 수 있는 여지가 많았던 영화 같았습니다.

이런 식의 결말이 저는 개인적으로 좋습니다.”

 

-지옥이 있습니까?

 

“난처한 질문이네요. 종교적으로 지옥은 있다고 믿습니다.

그러나 영화나 드라마에서처럼 지옥불이 훨훨 타는 그런 지옥만은 아닐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지옥은 내세의 이야기이고, 현세에는 절대 구현되어 보여지지 않습니다.

그런 걸 보여준다고 하면 그게 사이비, 이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