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의 ‘3종 병기’, 중국 경제보복을 물거품 만들다
[송의달 선임기자의 Special Report]
中의 호주 압박 16개월
입력 2021.09.30 03:00 | 수정 2021.09.30 03:00

호주 서북부 필버라 지역에 위치한 로이힐(Roy Hill) 광산.
매장량 23억톤으로 단일 규모로는 호주에서 가장 큰 철광석 광산이다.
포스코는 2010년 1조3000억원을 투자해 로이힐 광산 개발에 참여했다./POSCO제공
매년 호주의 총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35%쯤 된다.
2019년 한해에만 130만명의 중국 관광객이 호주를 찾아 15조원을 썼다.
호주내 외국인 유학생의 30%는 중국인이다.
단일 국가 기준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중국 경제 의존도이다.
이런 구조 때문에 작년 5월 중국이
한국에 대한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보복을 닮은
전방위 무역 규제를 호주에 퍼부을 때만 해도, 호주의 항복은 시간문제로 보였다.
하지만 16개월이 지난 지금, 승리의 추는 호주로 기울었다.
‘코로나 불황’까지 닥친 지난해 호주의 대중국 수출은 1년 전 보다 2.1%만 감소했고
올 상반기에는 작년 동기 대비 21% 넘게 늘어난 게 이를 보여준다.
인구는 54배, 경제규모는 9배 큰 중국에 맞서서
호주가 굴복은커녕 이기는 비결은 뭘까.
◇10개월 인내 뒤 ‘中 급소’ 쳐
2018년 8월 집권한 자유당 정부는
경제적 이익 상실이 두려워 중국에 굴복한 예전 정부와 달리
호주의 주권(主權)을 최우선시했다.
그해 호주의 5G 통신사업에 중국 IT기업인 화웨이의 참여 배제를 결정했다.
이듬해 4월에는 국제사회 차원에서
중국의 코로나19 기원과 책임에 대한 조사를 공식 요구했다.

'중국에 할 말은 하는' 정책을 펴고 있는 스콧 모리슨(Scott Morrison) 호주 총리.
1968년 호주 시드니에서 태어났고 현 집권 자유당(The Liberal Party) 당수이다.
2013년 호주 연방정부 이민국경 보호부 장관을 시작으로
사회복지서비스부, 재무부 장관 등을 지냈다./AFP 연합뉴스
이에 격분한 중국 정부는 작년 5월부터 11월까지
호주산 보리·면화·목재·랍스터·구리·와인·관광객 등 13개 분야에서
수입 제한과 금지, 통관 불허 같은 보복을 취했다.
반(反)덤핑 관세율은 80~200%였다.
캔버라 주재 중국대사관은 작년 11월 14개 반중(反中)정책 철회를 요구하며 협박했다.
중국 관영매체 간부는 “호주는 중국의 신발 밑에 붙은 껌”이라며 능멸했다.
스콧 모리슨 총리는 그러나 “중국의 압박 때문에 우리의 가치관을 팔지 않겠다”며
스파이 활동 혐의를 받는 중국인 학자들의 비자를 취소했다.
중국 기업의 호주 회사 인수 계획은 무산시켰다.

(왼쪽부터) 2019년 7월 호주 퀸즐랜드 북부 보웬에서
미국·호주군이 다국적 연합훈련 ‘탤리스먼 세이버 2019’ 중 상륙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2021년에는 한국군도 처음 이 훈련에 참가했다./
호주 국방부 2021년 6월 미국 알래스카에서 실시된
‘2021 레드플래그’ 다국적 공군 훈련에 참가한 공군 F-15K 전투기가
미 공중급유기와 공중급유 훈련을 하고 있다./US Air Force
10개월간 냉정한 인내로 버티던 호주는 올 3월부터는 ‘반격 카드’를 내놓고 있다.
중국 축산 농가의 필수품인 호주산 건초 수출 금지,
남부 빅토리아주가 맺은 중국과의 ‘일대일로 협약’ 취소,
미국과 연합 군사 훈련 강화, 대만과의 통상장관 회담 개최로 중국의 급소를 쳤다.
이런 정책은 자유민주주의 국가로서 민의(民意)를 충실히 반영한 것이었다.
실제로 중국에 대한 호주 국민의 부정(否定)적 인식은
2017년 32%에서 지난해 81%로 치솟았다.
◇‘필살기’와 수출국 다변화로 맞불
철광석은 호주의 대중 수출액에서 60%가 넘는 최대 단일 품목이다.
호주 경제의 생명선인 이 철광석에 대해
중국은 지금까지 어떠한 규제도 취하지 못하고 있다.
중국 전체 철광석 수입량의 60%에 이르는 호주 철광석은 고(高)순도인데다,
대체재가 없어 수입을 줄일수록 중국 경제가 더 휘청거리기 때문이다.


중국은 이미 호주산 석탄 수입 금지로 타격을 입고 있다.
수입 석탄의 절반을 차지해온 호주산 공급이 작년 말부터 끊어지자,
올해 초 t당 695위안이던 중국내 발전용 석탄 가격은 지난주 1086위안으로
50% 넘게 뛰었다.
관영매체들은 이달 현재 중국 31개 성·시(省市) 가운데 최소 20곳에서
전력 제한 공급을 실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정전과 단전 사태가 전국에서 빈발해 공장 가동 중단이 잇따르고 있다.
‘호주 때리기’가 거꾸로 부메랑이 돼 ‘중국의 발등’을 찍고 있는 것이다.
면화, 보리, 쇠고기, 와인 등은 수출 대체국가 확보로 수입 금지 충격을 상쇄했다.
호주 시드니기술대학의 ‘호주·중국 관계연구소(ACRI)’는 이달 9일
“중국의 보복 조치로 인한 호주의 손실은 총수출의 10% 미만에 그쳤고,
일부 수출업자들에게는 거의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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