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세상

[영화] [14] ‘서버비콘’(Suburbicon∙2017).

colorprom 2021. 4. 17. 14:53

[황석희의 영화 같은 하루] [14] 우린 반드시 극복할 것입니다!

 

We will overcome!

 

황석희 영화번역가

 

입력 2021.04.17 03:00 | 수정 2021.04.17 03:00

 

‘서버비콘’(Suburbicon∙2017).

 

1947년, 철폐 움직임은 있으나 여전히 인종차별이 존재하던 그때,

중상류층 백인들은 도시 외곽에 ‘서버비콘’이라는 계획도시를 세우고

자신들만의 안락한 사회를 만든다.

‘서버비콘’엔 멋진 집과 소방서, 경찰서, 병원, 훌륭한 학교 등 없는 것이 없으나

유일하게 흑인이 없다.

영화 ‘서버비콘’(Suburbicon∙2017)의 한 장면이다.

 

하얀 마을로 이사 온 마이어스 가족은 흑인이란 이유로 마을의 오점 취급을 받는다.

급하게 소집된 마을 회의에선 한바탕 소동이 벌어진다.

그 누구도 마이어스 가족과 같은 마을에서 살려고 하지 않는다.

그중 멀쩡하게 보이는 한 중년 남성이 일어나 열변을 토한다.

 

인종차별 폐지엔 찬성하나 니그로들부터 준비됐음을 증명해야 합니다

(We favor racial integration but only at such time the Negro shows he’s ready for it).”

 

참으로 고상하고 지적인 인종차별이다.

급기야 거주의 자유라는 인권을 들먹이며

흑인들 입에서 나와야 할 말을 본인 입으로 외치는 우스꽝스러운 장면을 연출한다.

 

우린 원하는 곳에서, 원하는 사람과 살아갈 인권을 요구합니다.

우리는 반드시 극복할 것입니다

(We demand our civil rights to live where we want and with whom we want

and with God’s help, we will overcome)!”

 

이런 고상한 마을 회의에도 불구하고 해결책은 나오지 않고

결국 주민들은 마이어스 집으로 몰려가

북을 두드려대고 남부연합기를 흔들며 마을을 떠나라 소리를 질러댄다.

그래도 반응이 없자 폭도처럼 뛰어들어 집을 부수고 불을 지른다.

 

한바탕 어른들의 추태가 지나가고 다시 잠잠해진 마을.

마이어스의 어린 아들 앤디(흑인)는

건너편 집 아들 니키(백인)와 울타리를 사이에 두고 캐치볼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