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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원 前대령', 명예훼손 혐의

colorprom 2020. 11. 27. 14:48

‘추미애 아들' 폭로한 前대령이 검찰에 넘겨진 사연

 

[태평로] 정권과 의견 다르면 명예훼손인가... 청탁을 청탁이라 했을 뿐인데

명예훼손죄 묻겠다는 경찰

 

이명진 논설위원

 

입력 2020.11.25 03:00

 

 

서울동부지검이 추미애 법무장관 아들 군 복무 특혜 의혹에 억지 면죄부를 준 게 엊그제 일 같은데

이번엔 경찰에서 황당한 소식이 들려왔다.

추 장관 아들 서모씨 부대 배치 청탁과

평창올림픽 통역병 선발 압력을 폭로한 이철원(전 미8군 한국군 지원단장) 예비역 대령을

허위 사실 유포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넘겼다는 것이다.

 

추 장관 측이 이 전 대령을 고소한지 불과 한 달여 만에 경찰 수사 결과가 나왔다.

 

서울동부지검/고운호 기자

 

무엇이 ‘허위’인지 궁금해 경찰을 취재했더니 두 가지라고 했다.

요약하면

①서씨 부대 배치 관련 ‘문의 전화’는 있었지만 청탁은 아니었고

②이 전 대령이 추 장관 가족에게 따로 청탁 금지 교육을 한 것처럼 말했는데 사실무근이라는 것이다.

 

둘 다 납득할 수 없다.

우선 부대 배치 문제다.

경찰과 이 전 대령 주장을 종합하면 당시 전화를 건 쪽은 외부 파견 장교라고 한다.

카투사 부대 배치는 원칙적으로 7주 훈련이 끝난 뒤 하도록 돼 있다.

군 관계자라면 모를 리 없는 상식인데 훈련 기간이 끝나기도 전에 전화해

“서씨가 용산에 배치돼 있느냐”(경찰 주장)

용산 배치 가능하냐”(이 전 대령 주장)고 물었다는 것이다.

 

누군가 시켜 전화했지만 대놓고 ‘용산 보내라’고 할 순 없으니

에둘러 압박했다고 의심할 수밖에 없는 정황이다.

꼭 ‘용산 보내라’고 해야 청탁인가. 누가 전화하라고 시켰겠나.

 

그런데 경찰은 이처럼 숱한 의문과 청탁 정황은 제쳐두고 말장난하듯

‘물어본 것은 청탁으로 볼 수 없다’고 결론 냈다.

서울동부지검이 서씨 휴가 연장과 관련한 추 장관 보좌관의 거듭된 전화를

‘청탁이 아니라 문의’라고 우긴 것과 똑같다.

 

전화 받은 쪽은 이 전 대령 참모였다.

문의 전화였다면 참모가 자기 선에서 답하고 끝내면 그만일 텐데

전화 온 사실을 굳이 이 전 대령에게 보고까지 했다.

당연히 청탁이라고 생각했으니까 보고한 것이고,

이 전 대령도 그래서 “청탁이 있었다” “압력 들어왔다”고 증언한 것이다.

 

어떻게 ‘허위’가 되고 ‘명예훼손’이 되나.

서씨가 동료 병사들에게 ‘아니 애초에 용산 보내줬어야지’라며 보낸 문자 메시지까지 공개돼 있다.

청탁한 적 없다면 이런 말을 왜 했겠나.

 

백번 양보해 ‘문의’가 맞는다 치더라도 이 전 대령에겐 명예훼손죄를 적용할 수 없다.

법적으로 ‘허위라는 인식’이 없는 경우엔 면책되기 때문이다.

이 전 대령은 참모의 보고를 받고 다른 참모들도 있는 자리에서

부대 배치 문제 없게 하라’고 당부했다고 한다.

분명 청탁으로 인식했다는 증거다.

 

경찰이 널리 알려진 법리(法理)와 엄연한 증거마저 외면했다.

처음부터 결론을 정해놓고 혐의를 억지로 꿰맞추다 보니 그랬을 것이다.

 

‘청탁 금지 교육’과 관련한 이 전 대령의 둘째 ‘혐의’는 경찰의 사실 왜곡에 가깝다.

경찰은 이 전 대령이 야당과 통화하면서

“추 장관 남편과 시어머니를 직접 앉혀놓고 (교육했다)”라고 한 대목을

‘따로 교육했다’고 해석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전 대령 발언 녹음을 들어보면 그 말 바로 뒤에

“최초 보직 분류하는 날 처음으로 부모들 앞에서 (교육을) 했다. 부모들 다 모아 놓고”라고 나온다.

연결해 보면 전체 병사 가족들 상대 교육에 추 장관 가족도 포함됐다는 뜻이라는 걸 금세 알 수 있다.

 

이 정권에선 용기 있게 진실을 밝힌 공익 제보자들이 ‘바른 말 한 죄’로 핍박당하고

심지어 ‘범죄자’로 몰리는 일이 계속되고 있다.

 

이 전 대령에게 ‘죄’가 있다면 정권과 다른 의견을 말했다는 것이다.

결국 경찰의 ‘이철원 수사’는 국민더러 입 다물고 있으라는 협박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