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

윤석열, '당부의 말씀'

colorprom 2020. 8. 6. 15:36

윤석열 "민주주의 허울 쓴 독재 배격해야"

 

조선일보

 

 

 

입력 2020.08.04 03:25

 

신임검사 신고식서 발언 "권력형 비리 당당히 맞서라"

 

윤석열〈사진〉 검찰총장은 3일 대검에서 열린 신임 검사 신고식에서

"헌법의 핵심 가치인 자유민주주의는

민주주의라는 허울을 쓰고 있는 독재와 전체주의를 배격하는 진짜 민주주의를 말하는 것"

이라고 했다.

 

이는 윤 총장이 지난달 '채널A 기자의 강요 미수 의혹' 수사 지휘에서

윤 총장은 손을 떼라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지휘권 발동을 수용한 이후

처음 나온 공식 발언이다.

윤 총장이 이날 '독재' '전체주의' 등을 언급한 것을 두고 검찰 주변에선

"현 정권 수사 검사들을 모조리 좌천시킨 '학살 인사'를 하고,

정권 수사 방지용이라는 '검찰 수사 범위 축소'를 추진 중인

청와대·법무부를 겨냥한 발언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윤 총장은 또 "자유민주주의법의 지배(Rule of law)를 통해 실현된다"며

"대의제와 다수결 원리에 따라 법이 제정되지만

일단 제정된 법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적용되고 집행돼야 한다"고 했다.

 

윤 총장의 이날 발언이 현 정치 상황을 염두에 둔 것인지는 명확히 드러나 있지 않다.

그러나 법조계 인사들은

"윤 총장을 둘러싼 정치 지형을 감안한 발언으로 해석될 여지가 많다"고 했다.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총선 압승 이후 폭주하고 있는 정부·여당을 겨냥한 말일 것"이라고 했다.

'다수결 원리에 따라 법이 제정된다'는 부분은

압도적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여당

법률 제·개정을 통해 검찰을 압박할 수 있는 현 상황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일 수 있다는 뜻이다.

 

'제정된 법은 공평하게 적용돼야 한다'는 부분은

현 정권 인사들도 위법이 있다면 같은 법의 잣대로 처벌받아야 하지만

외려 검찰에 대한 노골적 보복을 하고 있다는 뜻을 에둘러 표현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독재·전체주의 배격하는 게 진짜 민주주의" - 3일 서울 서초동 대검에서 열린

신임 검사 신고식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이 축사를 하는 모습.

윤 총장은 독재와 전체주의를 배격하는 것이 진짜 민주주의라고 했다. /대검찰청

 

윤석열 검찰총장이 이날 쏟아낸 말들은 '작심 발언'에 가깝다는 게 법조계의 대체적 관측이었다.

윤 총장은 "부정부패와 권력형 비리는 어떠한 경우에도 외면하지 않고 당당히 맞서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법 집행 권한을 엄정하게 행사해야 한다"고 했다.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 등 현 정권 수사도 계속 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박원순 전 서울시장 사건 피해자와의 면담 약속을 취소하고

피소 사실 유출 의혹에 휩싸인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의 행태 등을 지적한 것 같다"고 했다.

윤 총장은 또

"검사는 수사 대상자와 국민을 설득해 (수사에 대한) 공감과 보편적 정당성을 얻어야 한다"고 했다.

최근 채널A 사건 수사팀이 현 여권이 문제 삼는 쪽만 무리하게 수사하다가

'폭행 압수수색' '편법 감청' 논란을 빚은 것을 지적했다는 관측이다.

그는 또

"검사는 언제나 헌법 가치를 지킨다는 엄숙한 마음 자세를 가져야 한다"며

"누구에게나 공평하고 정의롭게 법 집행을 해야 한다"고도 했다.

 

윤 총장이 이날 재차 '공평'이란 단어를 언급한 데 대해선

"현 정권 인사들에 대한 수사를 여권 세력이 조직적으로 방해하는 상황을 지적한 것"

이란 해석이 나왔다.

이어

"여러분은 늘 자신의 의견을 당당하게 개진하면서도 선배들의 지도를 받고,

선배들의 의견도 경청해야 한다"고 했다.

일각에선 최근 채널A 사건 처리 과정에서 대검의 지시를 듣지 않고 한쪽만 수사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을 겨냥한 말이란 분석이 나왔다.

윤 총장은 "구속은 피의자의 방어권 행사를 대단히 어렵게 하므로 절대적으로 자제되어야 한다"며

"방어권 보장과 구속의 절제가 인권 중심 수사의 요체"라고도 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윤 총장이 인권을 중시하는 본래 의미의 '검찰 개혁'에 대해서는 반대할 이유가 없다는 것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도 이날 법무부에서 열린 신임 검사 임관식에서

"검사는 인권감독관"이라며

"검찰의 신뢰 회복을 위해선 절제되고 균형 잡힌 검찰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했다.

 

올 1월 추 장관의 부임 후 서울중앙지검장이 된 이성윤 검사장도 취임사에서

"절제와 자제의 검찰권 행사가 필요하다"고 했었다.

 

추 장관은 이날 또 "'대인춘풍 지기추상(待人春風 持己秋霜)' 이라는 말처럼

스스로에게 엄격하되 상대방에게는 봄바람처럼 따스한 마음을 가져주길 바란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2018년 2월

'춘풍추상(春風秋霜·대인춘풍 지기추상의 준말)'이라고 적힌 액자를

청와대 비서관실에 선물했었다.

 

그러나 '조국 사태' 등을 거치면서

"현 정권 사람들은 자기편에만 봄바람 같고 상대편에는 가을 서리 같다"는 비판이 나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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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일의 입] 윤석열, 정권에게 선전포고 하다

 

 

 

입력 2020.08.04 18:29

 


어제 오후 신임 검사 26명임관식신고식을 가졌다.

먼저 법무부가 있는 정부과천청사에 가서 추미애 법무장관에게 임관식을 했고,

이어서 서울 서초동 대검 청사에서 검찰 수장인 윤석열 총장에게 신고식을 했다.

 

추미애 장관은 어제 오후2시 임관식에서 293개 단어, 978개 글자 분량으로 말했다.

첫 대목이 이렇다. "검사는 인권감독관입니다."

"검찰의 신뢰 회복을 위해선 절제되고 균형 잡힌 검찰권을 행사해야 합니다."

 

그러나 장관은 6개월 전인 지난2월3일 당시

신임 검사 임관식에 처음 참석해서 이렇게 말했다.

"상명하복을 깨라."

"여러분은 박차고 나가 각자가 정의감과 사명감으로 충만한 보석이 돼 달라."

 

정의감과 사명감을 강조하던 장관이 어느새 절제와 균형을 강조하는 사람으로 바뀐 것이다.

정의감과 사명감, 그리고 절제와 균형, 다 좋은 말 같지만,

그러나 추 장관의 강조점은 현격히 달라져 있는 것이다.

잠시 뒤 소개하는 윤석열 총장의 발언과 비교하면 확실하게 드러난다.

장관은 임관식 직후 "검찰 인사가 늦어진 배경이 무엇인가",

"검찰총장의 의견을 어떻게 수렴할 것인가",

"한동훈 검사장과 정진웅 수사팀장의 몸싸움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기자들 질문에도 답하지 않았다.

신임 검사 26명은 과천 청사에서 임관식을 마친 2시간 뒤

서울 서초동 대검 청사에서 이번에는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신고식을 가졌다.

총장은 ‘신임검사 신고식 당부말씀’이라는 제목으로 565개 단어, 1840 글자 분량,

그러니까 추미애 장관의 발언보다 2배쯤 많은 분량으로 발언을 했다.

자, 앞서 말한 장관의 발언을 다시 한 번 짚어보겠다.

장관은 "몇 가지 당부 말씀을 드리겠다"면서 "절대 명심하시라"는 다짐까지 놓은 뒤

첫 마디를 이렇게 꺼냈다.

"검사인권감독관으로서 수사의 적법성을 통제하는 본연의 역할에 충실해야 합니다.

검찰은 국민의 인권을 옹호하기 위해 탄생한 기관이고 검사는 인권 옹호의 최후의 보루입니다."

장관은 ‘검찰이 인권을 옹호하기 위해 탄생한 기관’이라고 규정했다.

그러나 윤석열 총장은 첫마디를 이렇게 시작했다.

"이제 검사가 된 여러분의 기본적인 직무는,

법률이 형사 범죄로 규정한 행위에 관해 증거를 수집하고 기소하여

재판을 통해 합당한 처벌이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입니다.

즉, 여러분의 기본적 직무는 형사법 집행입니다."

 

장관은 검사의 첫 번째 임무로서 ‘인권 옹호’를 명심하라고 한 반면,

총장은 ‘검사의 기본 직무란 범죄가 처벌이 이뤄지도록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러분은 어느 쪽 발언이

지금과 같은 한국 상황에서 새내기 검사들에게 해야 할 발언이라고 보십니까.

그러면서 윤석열 총장은 ‘헌법’과 ‘헌법 정신’과 ‘헌법의 핵심 가치’에 대한 발언

무려 여섯 번이나 강조했다. 그중 한 대목은 이렇다.

"형사 범죄를 규정하는 형사 법률은 헌법을 정점으로 하는 법체계의 일부를 구성하고 있습니다만,

다른 법률의 실효성을 담보하는 핵심적인 법률이자 헌법 가치를 지키는 헌법 보장 법률입니다.

따라서 검사는 언제나 헌법 가치를 지킨다는 엄숙한 마음 자세를 가져야 합니다."

그러면서 이번 당부 말씀 중에 가장 커다란 충격과 울림을 주고 있는 대목을 말했다.

이렇게 말했다.

"우리 헌법의 핵심 가치인 자유민주주의는 평등을 무시하고 자유만 중시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는 민주주의라는 허울을 쓰고 있는 독재전체주의를 배격하는

진짜 민주주의를 말하는 것입니다."

 

여러분 모두 깜짝 놀라셨을 것이다.

‘민주주의라는 허울을 쓰고 있는 독재’ 그리고 ‘전체주의’, 이것은 누구를 말하고 있는 것일까.

그것은 말할 것도 없이 검찰의 수사와 수사 지휘를 방해하고 있는 ‘살아있는 권력’,

즉 지금의 정권을 말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헌정 사상 야당 정치인이나 반정부 시민단체가 아닌,

대통령이 임명한 현직 고위 공직자가 정권을 향해 ‘독재’요 ‘전체주의’라고 규정하는 것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저는 처음 들어본다.

윤석열 총장은 왜 자기의 직책은 물론이고 운명까지 걸어서 이런 길을 선택하고 있는 것일까.

그가 선택한 길은 이제 ‘신(新)적폐’를 청산하겠다는 길일까.

세계 어느 지역 어느 나라든 앞선 정권을 ‘앙시앙 레짐’으로 규정하고 청산하려 했던 정권은

불과 몇 년 뒤 자신들 스스로 ‘앙시앙 레짐’이 되어가는 길을 피하지 못했다.

윤석열 총장이 대한민국 검사로서 헌법을 수호하려는 길을 가다보면

자신을 임명한 대통령과 정권에게조차 칼을 겨누지 않을 수 없는 길로 들어서게 되는 것이다.

그것이 장 폴 사르트르가 말한 실존적이고 과학적 지식인의 운명이기도 하다.

 

이제 윤석열 총장이 현 정권을 신적폐로 규정하고 그것에 정면 도전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대권 도전의 길이 될지도 모른다.

윤석열 자신이 사는 길, 그리고 나라가 사는 길은 그 길밖에 없다고 믿기 시작했는지도 모른다.

 

댓글 중에는 윤석열 총장을 ‘차기 대통령님’이라고 부른 사람도 있었다.

지금의 정치적 구도로 봤을 때 상징적으로 가장 대척점에 서 있는 두 사람을 꼽으라면

한 사람은 윤석열 총장이고 다른 사람은 문재인 대통령이다.

윤석열 총장은 문 정권에 도전장을 낸 셈이다. 결투를 신청한 것이다.

한판 붙어보자, 이대로 묵과할 수는 없다, 그런 의미다.

그래서 오늘 유튜브 제목을 ‘윤석열, 정권에게 선전포고’라고 붙인 것이다.

이것은 권력형 비리와의 전쟁이다.

이것은 ‘민주주의 허울 쓴 독재’와의 전쟁이다.

이것은 헌법 수호 전쟁이다.

이것은 자유민주주의 수호 전쟁이다.

 

이것을 전쟁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윤석열이 목숨을 걸었기 때문이고,

전쟁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패망의 길로 들어선 나라를 구하려는 길이기 때문이다.

저들이 아무리 수 천 수 만 스크럼을 짜고 집단으로 달려들어도

길목을 지키고선 장수 한 사람에게 꼼짝 못할 수가 있는데, 그게 바로 검찰총장이라는 자리다.

공수처장도, 경찰청장도, 심지어 법무부 장관이란 직책도 헌법에는 나오지 않는다.

오로지 검찰총장만이 헌법 제89조에 나오는 직책이다.

헌법에 ‘검찰총장의 임명은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고 명시돼 있는 것이다.

법무장관, 공수처장, 경찰청장은 관련 법규만 바꾸면

법률부장관 혹은 정의구현부장관, 이렇게 바꿀 수 있지만,

검찰총장이란 직책의 이름을 바꾸려면 헌법을 고쳐야 한다는 뜻이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말한 것처럼

‘문재인 대통령의 유일한 업적’은 윤석열 검찰총장을 임명한 것이고,

하나 더 보태자면 최재형 감사원장을 임명한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지금 우리나라는 이 두 사람이 마치 지옥문을 지키는 장수들처럼

나라가 나락으로 떨어지려는 것을 가까스로 막고 있는지도 모른다.

윤석열 총장은 이런 당부도 했다.

"국가검찰 조직이 여러분의 지위와 장래를 어떻게 보장해 줄 것인지 묻지 말고

여러분이 국민과 국가를 위해 어떻게 일할 것인지 끊임없이 자문하기 바랍니다."

 

결론 부분에 언급한 이 대목은 1961년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취임 연설을 생각나게 하는 대목이다.

당시에 케네디는 이렇게 말했다.

"그렇기에 국민 여러분, 조국이 여러분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묻지 말고,

여러분이 조국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물으십시오."

 

오늘 윤석열 총장은 신임 검사들에게

‘국가와 검찰 조직이 무엇을 해줄 수 있을지 묻지 말고,

여러분이 국민과 국가를 위해 어떻게 일할지 자문하라’고 당부하고 있는 것이다.

 

윤석열 총장은 지금 케네디의 꿈을 꾸고 있는 것인가.

 

 

*조선일보 김광일 논설위원이 단독으로 진행하는 유튜브 ‘김광일의 입’, 상단 화면을 눌러 감상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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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일의 입] 청와대는 응답하라 ‘민주 허울 쓴 독재’에 “언급 부적절하다”니

 

입력 2020.08.05 17:59

 


이번 주 들어 신임 검사 26명 신고식을 받는 자리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이 했던 ‘당부의 말씀’이

갈수록 울림이 커지고 있다.

현직 검찰총장으로서 정치와 정당과는 분명히 분리돼 있는 사람이지만,

그의 발언이 정치권에 던진 파장은 대통령이나 민주당 대표가 던진 발언보다 훨씬 더 강력하다.

특히 윤석열 총장이 오랜 숙고 끝에 다듬고 다듬어서 내놓은 문장 중에는

거의 모든 신문이 1면 톱 제목으로 뽑은 대목이 있었다.

그는 "우리 헌법의 핵심 가치인 자유민주주의"를 말하면서

"(그것은) 민주주의라는 허울을 쓰고 있는 독재와 전체주의를 배격하는 진짜 민주주의를 말하는 것"

이라고 했다.

이 말은 집권세력에게는 리히터 규모 8~9쯤에 해당하는 지진을 일으킨 것이나 다름없다.

사실은 어제 하루 종일 윤석열 총장의 이러한 발언에 대해 여권의 반응이 궁금했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 청와대, 이해찬·김태년 등 민주당 지도부,

그리고 추미애 법무장관 같은 이들의 반응이 궁금했다.

그렇게 종일 기다렸는데 마치 약속이나 한 듯이 아무런 말도 나오지 않았다.

그만큼 충격이 컸다는 뜻일지,

아니면 누가 비밀리에 사발통문을 돌려서 입을 닫고 있으라고 지시를 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저들은 무반응 대책으로 일관했다.

다만 일부 개별적인 여권 의원들이 몇몇 의견을 말했을 뿐이다.

 

하나씩 따져 보겠다.

어제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기자들을 만났는데,

기자들이 "윤석열 총장의 언급을 어떻게 보는가?" 라고 물었다고 한다.

그러자 이 관계자는 이렇게 대답했다.

"윤 총장 발언을 언론이 해석한 것에 대한 입장을 요구하는 것이라면

제가 언급하는 게 부적절하다."

다시 말해 대통령은 말할 것도 없고

청와대가 윤석열 검찰총장 발언에 논평하는 게 부적절하다는 뜻이다.

핵심관계자란 대개 수석비서관급 인사를 말한다.

지금 집권 세력들의 놀라운 특징 중에 하나는

자신에게 매우 불리한 사안이 터지면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듯이 그냥 침묵으로 일관하는 낯 두꺼움이 있다는 점이다.

 

우리가 보기엔 윤석열 총장이 집권당과 정권의 뺨을 세게 때리고 팔을 부러뜨렸는데도

저들은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언급하는 게 부적절하다’며 입을 닫고 있다.

 

그래서 우리가 다시 묻는다.

언급하는 게 부적절하다는 것은 혹시라도 반응을 보일 경우

윤석열 총장의 ‘정치적 위상’을 높여주게 될까봐 그게 걱정된다는 것인가.

‘윤석열 영웅 만들기’는 절대 해줄 수 없다는 뜻인가.

아니면

‘민주의 탈을 쓴 독재’가 여의도 국회 의사당에서 ‘민주당 1당 독재’의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는 뜻인가.

아니면 윤석열 총장이 자신의 발언 속에 ‘문재인 대통령’,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법무장관’,

이렇게 고유명사를 적시하지는 않았기 때문에 그를 법률적으로 찍어내기가 애매하다는 뜻인가.

윤석열 총장의 언행에 대해 사사건건 꾸짖고 나섰던 추미애 장관도 아무 말이 없다.

‘명을 거역했다’는 말까지 써가며 윤석열 총장을 비난했던 장관인데

오늘 오전까지는 아무 말이 없다.

 

정말 궁금하다. 정말 할 말이 없는가. 아니면 입을 닫고 있으라는 지시를 받았는가.

청와대, 민주당, 법무부에서 윤석열 총장의 발언에 대한 공식 논평은 없었지만

몇몇 여당 의원들의 반응은 있었다.

 

신동근 민주당 의원은 페이스북에

"(윤 총장의 독재 언급은) 사실상 반정부 투쟁 선언"이라고 적었다.

이 말은 부분적으로 일리가 있다고 본다.

윤 총장의 발언은 분명 현 집권 세력에게 반발하는 뜻을 드러내고 있다.

그러나 조금 정확하게 정리해본다면 그것은 ‘반정부 투쟁’이 아니라,

‘반헌법적 조치를 강행하고 있는 집권 세력에 대한 투쟁’,

다시 말해 ‘반헌법적 세력에 대한 투쟁’이라고 하는 게 옳다.

국회 교육위원장인 유기홍 민주당 의원은

"( 총장이 말한 독재와 전체주의는) 검찰권을 남용해 정치에 개입하고

검찰의 집단 항명을 이끌려 한 본인의 자화상"이라고 했다.

더불어시민당 공동대표를 지낸 최배근 건국대 교수도

"민주당은 윤 총장을 탄핵하고,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그를 징계해야 한다"이라고 했다.

 

저는 이 말도 일리가 있다고 본다.

제발 민주당은 윤 총장을 탄핵하는 절차에 들어가고,

추미애 장관은 어서 빨리 윤 총장을 징계위원회에 회부하기 바란다.

대통령에게 임명장을 받은 현 정부의 고위 공직자가 지금의 집권 세력을 향해

‘민주의 허울을 쓴 독재’라고 했는데, 어찌 이런 자를 가만히 놔둘 수 있다는 말인가.

민주당과 법무부는 지금 당장 윤 총장에 대한 탄핵과 징계 절차가 들어가서

과연 국민들이 누구 편에 서는지 적나라하게 드러내주기 바란다.

그런데 가장 이해하기 힘든 반응은 민주당의 신정훈 의원에게서 나왔다.

의원은 윤 총장의 이런 발언을 문제 삼았다.

먼저 총장은 이렇게 말했다.

 

"자유민주주의법의 지배(Rule of law)를 통해서 실현됩니다.

대의제와 다수결 원리에 따라 법이 제정되지만

일단 제정된 법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적용되고 집행되어야 합니다."

 

우리가 듣기엔 너무도 당연한 이 말에 대해 신정훈 의원은 이렇게 지적했다.

"매우 충격적이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개인을 지배하는 것은 양심이고 사회를 지배하는 것은 상식이다."

"법은 양심과 상식의 경계를 정하는 도구다."

"일반인에게 ‘법의 지배’ 같은 무서운 말은 위험하게 들린다."

솔직하게 말하겠다.

정말 충격을 받은 사람은 신정훈 의원이 아니라 일반 국민일 것이다.

예를 들어 배가 고파 편의점에서 5000원어치 빵을 훔친 사람이 있다고 할 때

아무리 우리 사회의 양심과 상식은 그를 봐주고 싶다고 해도

일단은 경찰관이 그를 데려가 사건을 조사하는 것이 ‘법의 지배’라는 것이다.

용서할 것인지 여부는 그 다음 문제다.

 

자유민주주의를 세 가지 표현으로 압축하라면, 그것은 ‘법의 지배’ ‘국민주권’ ‘삼권분립’이다.

만인은 법 앞에 공평하고, 만인은 오로지 법의 지배를 받을 뿐이라는 것은

법치주의 교과서의 제1장 1절에 나오는 민주주의의 핵심 원리다.

 

그런데 현직 국회의원이 바로 이 법치주의를 부인하는 말을 했다.

전과(前科)가 다섯 차례나 있는 신정훈 의원은 운동권 출신으로서 전과도 있지만,

음주운전, 농지법 위반, 배임 같은 전과도 세 차례나 있다.

물론 전과를 들먹여 그를 비난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그러나 집권 여당의 현직 의원이 가진 법치 인식에 혀를 내두를 뿐이다.

민주당 지도부는 그냥 넘어가서는 안 될 것이다.

당내에는 윤리위나 징계위가 있다.

뭔가 조치가 필요할 것이다.

 

*조선일보 김광일 논설위원이 단독으로 진행하는 유튜브 ‘김광일의 입’, 상단 화면을 눌러 감상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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