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공부

청담동과 롯폰기 (최영훈 대표, 조선일보)

colorprom 2020. 6. 18. 15:11

[일사일언] 청담동과 롯폰기

 

조선일보

 

  • 최영훈 프레임몬타나 대표이사

 

 

입력 2020.06.18 03:00

최영훈 프레임몬타나 대표이사

 

 

외국 생활 오래한 사람들 혹은 외국인들이 한국에 와서 가장 놀라는 것은,

타인의 외모에 대해 거리낌 없이 말하고 조롱도 서슴지 않는다는 것이다.

 

가령 길거리에 누가 지나가면, 한국에선

"저기 뚱뚱한 사람이, 혹은 머리 큰 남자가, 혹은 잘빠진 여자가 지나가네"라고

아무렇지 않게 말한다.

TV 프로에서도 심심치 않게 외모에 대한 비하를 일삼는다.

해외에선 인종차별과도 같은 무게로 받아들여질 발언으로, 지극히 무례하고 무식한 언행이다.

뒤집어 말하면, 한국만큼 외모에 민감하고 숭상하는 곳도 없다.

인구 대비 성형수술, 뷰티 상품 시장 규모로 어느 정도 증명이 된 사실이기도 하다.

 

근데 착각하는 게 있다.

외모가 예쁘고 늘씬하면 모든 게 해결될 것 같다는 망상.

 

그러나 외모와 멋엔 상관관계가 없다.

이유는 간단하다.

이란, 내면의 품성과 외면의 스타일이 합쳐져 형성되는 아우라.

나는 그걸 '개성'이라 부른다.

 

그것이 얼마나 진실성 있고 그 스타일이 자기만의 색깔을 입고 내재화되는지에 따라

개성은 멋으로 승화된다.

 

나에겐 '미신'이 있었다. 한국 여자가 제일 멋있다는 것이다.

세계 어딜 가도 이렇게 평균적으로 예쁘고 늘씬한 여성들을 찾아보기 쉽지 않았다.

나마저도 외모지상주의에 함락돼 있었던 것이다.

 

몇 년 전 일본의 청담동이라 불리는 롯폰기 지역을 다녀왔다.

한 카페에 오랜 시간 앉아 있다가 매우 놀라운 사실을 깨달았다.

카페에 있는 여성들의 머리·패션·외모·화장 등이 제각각이었다.

 

한국에 돌아와 청담동에 갔는데, 백이면 백, 쌍둥이를 본 느낌이었다.

 

나의 미신은 그걸로 끝이었다.

각각의 아우라를 느낄 수 없었기 때문이다.

멋이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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