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배의 공간과 스타일] [35] 핫도그와 루스벨트
조선일보
- 박진배 뉴욕 FIT 교수·마이애미대 명예석좌교수
입력 2020.06.11 03:13
핫도그는 19세기 말 독일 이민자들이 미국에 소개했다.
싸고 간편하다는 이유로 서민 음식이 되었고 메이저리그 야구장에서 인기를 얻었다.
미국 여러 도시에 내로라하는 핫도그 집이 많다.
그중에서도 "케첩은 절대로 쓰지 않는다"는 뉴욕과 시카고가 특히 유명하다.
뉴욕의 대표적 풍경 중 하나가 노점에서 핫도그를 파는 모습이다.
소시지 토핑으로 사워크라우트(삶은 양배추)를 얹고 겨자를 발라 먹는다.
시카고는 간식에 불과했던 핫도그를 미식 경지로 올려놓은 유일한 도시다.
여기서는 양귀비 씨가 붙은 빵 사이에 소고기 소시지를 넣고
오이, 토마토, 다진 양파, 고추 피클 등 토핑을 얹은 후 겨자를 뿌린다.
첫입부터 마지막 입까지 각기 다른 토핑과 만나면서 바뀌는 빵과 소시지 맛은 그야말로 환상적이다.
많은 도시가 그 나름대로 변형된 핫도그를 만들었지만
챔피언은 '빵 위의 향연'이라고 하는 시카고 스타일이다〈사진〉.
루스벨트 대통령은 1933년 '안심 스테이크보다 맛있는 핫도그'로 알려진 뉴욕의 '파파야 킹'을 방문하고
뉴딜 정책을 고안했다고 전해진다.
그리고 81년 전 오늘인 1939년 6월 11일 그는 영국의 조지 6세를 뉴욕주 허드슨강변의 자택으로 초대했다.
역사상 처음으로 미국을 방문한 영국 국왕을 위한 일요일 오후의 피크닉.
메뉴는 대통령 부인 엘리너가 담당했고 평소 자신이 좋아하는 핫도그를 포함했다.
영국 왕과 왕비로서는 처음 접하는 음식이었다.
핫도그는 은쟁반에 올려 대접했지만 조지 6세는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종이 접시에 옮겨 담아
겨자를 바르고 손으로 먹었다.
그러고 하나를 더 달라 해서는 맥주와 함께 맛있게 먹었다.
이 피크닉은 후에 미국의 2차 세계대전 참전 결정에 영향을 주었고,
영국 왕실이 미국의 민주주의를 인정하는 계기가 되었다.
두 나라 우정은 돈독해졌다.
루스벨트 대통령의 경제 공황과 2차 대전 극복에 뉴욕 핫도그가 있었다.
디지털과 환경의 코드를 담고 있는 새로운 뉴딜에는
아마도 한층 업그레이드된, 복합적 스타일의 시카고 핫도그가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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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6/10/2020061004688.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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