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깥 세상]

[미국]'조지 플로이드'의 경고

colorprom 2020. 6. 9. 14:24

[특파원 리포트] '조지 플로이드'의 경고

 

조선일보

 

 

 

입력 2020.06.08 03:12

조의준 워싱턴 특파원

 

 

비무장 흑인 '조지 플로이드'가

미네소타주(州) 미니애폴리스에서 백인 경찰관의 무릎에 눌려 숨지는 동영상이 처음 방송에 나온 건

지난달 26일(현지 시각)이었다.

 

CNN은 이날 "충격적인 영상"이라면서도 이 사건을 크게 부각해 보도하진 않았다.

뉴욕타임스(NYT)도 다음 날 신문 1면 하단에 작은 박스 기사로 다뤘고.

워싱턴포스트(WP)는 다음 날 1면에 1단 기사로 실으면서

제목을 '미니애폴리스 경찰이 해임됐다'로 달았다.

 

기자도 그동안 수없이 보도됐던 흑인의 억울한 죽음 중 하나 정도라고 생각했다.

미국에선 조깅을 하던 흑인 청년을 백인 부자(父子)가 총으로 쏴 죽여도,

17세 흑인 학생이 경찰의 지시를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얼굴에 총을 맞아 죽어도

잠깐 이슈가 되고 넘어갔다.

그러나 이번엔 달랐다.

플로이드가 목 졸리며 내뱉은 "숨 쉴 수 없다"는 말은 구호가 돼 미 전역으로 퍼져 나갔다.

진보 주류 언론인 NYTWP도, 보수 성향의 월스트리트저널(WSJ)

첫 보도가 난 지 닷새 뒤인 30일에야 1면 톱으로 이 문제를 보도했다.

 

미니애폴리스가 시위대에 불타오르고 주방위군이 출동하고 나서야

미국 주류 언론들도 심각성을 깨닫고 부랴부랴 대대적인 보도에 들어간 것이다.

지금은 마치 모두가 흑인들의 분노를 미리 알고 있었던 듯 전하지만,

시위가 전국으로 불붙기 전엔 보수든 진보든 아무도 그들의 목소리에 주목하지 않았다.

 

사건이 터지고서야 들여다보니

흑인은 미니애폴리스 인구의 19% 정도지만,

경찰이 무력으로 진압한 용의자의 58%를 차지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 이곳에서 경찰이 총구를 겨눴던 사람의 68%, 목조르기 제압의 66%, 경찰견 공격의 61%가

흑인을 대상으로 했다.

 

플로이드의 경우 담배를 사기 위해 20달러짜리 위조지폐를 사용했다는 혐의로 경찰에 붙잡혀 죽었다.

그러나 플로이드가 이 위조지폐를 실제로 사용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번 사건은 기존 체제와 기득권 세력에 대한 불만

전혀 예기치 못했던 사건을 통해 터져 나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고착화된 불평등과 극단화되는 정치는 현대사회 곳곳을 화약고로 만들었다.

 

이는 단순히 분배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코로나 사태 전까지만 해도 미국흑인 실업률은 역대 최저로 양호했다.

 

국방부는 체제에 불만을 가진 20대들반란 일으킬 가능성에 대비해 워게임 시나리오를 만들 정도로,

현대사회를 불안하게 보고 있다.

플로이드 사건통합은 이제 정치 구호가 아니라 체제 존속을 위한 생존의 도구란 것을 알게 했다.

진보와 보수, 지역과 지역을 씨줄, 날줄로 정교하게 엮어 놓지 않으면

정권은 민심이란 풍랑에 언제 어떻게 뒤집힐지 모른다.

 

플로이드의 경고를 한국 정치권도 새겨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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