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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독일의 '일자리 확대' 특효약

colorprom 2020. 5. 27. 14:55

[특파원 리포트] 독일의 '일자리 확대' 특효약

 

조선일보

 

 

 

입력 2020.05.27 03:16

손진석 파리특파원

 

 

이제는 자존심 강한 프랑스인들도 하나둘 '불편한 진실'을 이야기한다.

애증(愛憎)의 이웃 나라 독일과의 차이가 점점 커진다는 걸 우려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2000년에는 1인당 GDP로 프랑스가 독일의 95% 수준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벌어져 지난해에는 85.8%에 그쳤다.

지난해 실업률은 프랑스가 8.5%로서 3.2%인 독일에 상대도 되지 않는다.

양국 간 격차를 키우는 요인은 복합적이지만 파급 효과가 큰 핵심 산업

국내 생산을 계속하느냐, 해외로 나가버렸느냐를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

자동차 산업이 대표적이다.

지난 2000년에는 자국 내 생산이 독일 552만대, 프랑스 334만대였다.

하지만 2018년에는 독일 512만대, 프랑스 227만대로 더블 스코어 이상이 됐다.

독일슈뢰더 총리 시절 정규직 기득권을 줄이는 노동 개혁성공했다.

기업 규제도 계속 솎아내고 있다.

덕분에 폴크스바겐·벤츠·BMW가 연구·개발(R&D)을 중심으로 국내 투자를 유지한다.

독일 내 자동차 산업 일자리는 2010년 이후에만 13만개가 늘어 모두 83만명이 일하는 중이다.

반면 프랑스는 근로자 권리를 두텁게 보호하는 만큼 기업들이 일자리 늘리기를 주저한다.

규제도 까다롭다.

르노푸조는 국내에 투자하기보다는 해외로 공장을 옮겨 생산 원가를 낮추느라 바쁘다.

 

양국 자동차 회사들끼리 브랜드 가치 차이는 벌어질 수밖에 없다.

지난해 시간당 인건비는 프랑스 36.6유로, 독일 35.6유로였다.

프랑스가 경제력이 처지는데도 일자리 늘릴 때 비용은 더 들어간다는 얘기다.

양국의 이런 차이는 코로나 사태를 맞아 더욱 냉혹하게 드러나고 있다.

이미 국내 생산 비중이 19%에 불과한 르노

이달 들어 일자리 3600개가 달린 프랑스 내 공장 4곳을 폐쇄하겠다고 했다.

생존을 위해 고국의 공장부터 없애려는 비극적인 현실을 프랑스인들은 절감하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이 목놓아 개혁을 부르짖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자동차 산업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코로나 사망자는 프랑스가 독일보다 2.8배 많다.

뉴욕타임스의료장비·용품약품 생산프랑스가 해외로 아웃소싱한 반면,

독일은 자국 생산을 유지한 것이 인명 피해 규모의 차이를 좌우했다고 분석했다.

부가가치가 높을 뿐 아니라 생명과도 직결되는 분야다.

독일과 프랑스 중 우리가 어떤 길을 따라가야 하는지 답은 정해져 있다.

일부 '노동 귀족'의 권력을 누르고, 기업을 올가미처럼 휘감은 규제를 걷어내야 한다.

그래야 기업들이 밖으로 뛰쳐나가지 않고, 나가 있던 기업도 제 발로 돌아온다.

일자리는 저절로 늘어날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나라 곳간을 털어 현금 수당을 쥐여주는 것보다

가계 소득을 늘리고 빈부 격차를 줄이는 데 특효약이다.

위기가 올 때 버틸 수 있는 체력을 비축하는 방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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