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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이 사법·언론 '개혁'한 나라들

colorprom 2020. 4. 22. 19:52

[태평로] 권력이 사법·언론 '개혁'한 나라들


조선일보
                         
             
입력 2020.04.22 03:16

시진핑, 임기 없앤 날 감찰위 신설… 反中 성향 홍콩 일간지 회장 체포
헝가리·폴란드·페루·베네수엘라… 사법·언론 장악하고 일당 독재

안용현 논설위원
안용현 논설위원


1949년 9월 신중국 밑그림을 결정하는 정치협상회의가 열렸을 때만 해도
공산당 등 46개 단체 662명이 대표로 참석했다. 지금처럼 공산당 일색만은 아니었다.

당시 마오쩌둥은 '민주(民主)'를 유달리 강조했다.
'민주 집중제'와 '인민 민주 독재'가 대표적이다.

전자는 토론으로 당론이 정해지면 무조건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후자는 다수인 인민에 대해선 민주를 하고 소수인 '인민의 적'에 대해선 독재를 한다는 뜻이다.

마오는 1950년대부터 '반(反)우파 운동'이란 이름으로 '인민의 적' 색출에 나섰다.
1976년 죽을 때까지 온갖 '혁명'을 외치며 수백만 명의 반대파와 지식인을 '인민의 적'으로 몰아 숙청했다.
그 결과 지금 중국에는 '민주'가 말살되고 '독재'만 남았다.

2018년 3월 시진핑의 주석 임기를 없애는 표결에 전인대 의원(국회의원 격) 2964명이 참가했다.
찬성 2958표, 반대 2표, 기권 3표, 무효 1표로 찬성률이 99.8%였다.
시진핑은 황제급 권력을 얻은 날 국가감찰위원회란 사법기구를 신설했다.
기존 당 기율검사위는 9000만 공산당원에 대해서만 초법적 수사가 가능했는데
국가감찰위는 비당원 공직자 전원을 특별 수사 대상으로 삼는다.
지난해 홍콩의 대규모 반중(反中) 시위는 홍콩인에 대한 사법권을 중국에 넘길 수 없다는 절규였다.

18일 홍콩 경찰이 시위를 주도했던 야권 인사 15명을 체포했다.
여기엔 반중 성향 일간지 빈과일보 회장도 포함됐다.
중국식 언론 압살홍콩으로 번진 것이다.
'정적(政敵) 제거+사법·언론 장악=독재' 공식이다.

이런 일은 동유럽중남미의 '민주' 국가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헝가리 여당은 지난해 48% 득표율로 의석 3분의 2를 차지한 뒤
정부 관련 재판을 전담할 행정법원 신설을 추진했다.
이 법원 판사는 대법원장이 아니라 법무장관이 임명한다.

폴란드 집권당은 법원·검찰을 코드 인사로 대폭 물갈이하고
법무장관과 검찰총장도 한 명이 맡는 것으로 정리했다.

1997년 페루 헌법재판소가 대통령의 3연임을 위헌(違憲) 판결하자
대통령은 헌재 재판관 7명 중 3명을 해임했다.
위헌 판결 자체가 위헌이라는 이유였다.

지난해 헝가리에선 80년 역사의 최대 야당지가 문을 닫았다.
친(親)정부 기업과 정부 광고가 끊기면서 버틸 수가 없었다.

2015년 폴란드 여당은 집권 두 달 만에 기자 200여명을 해고하고 국영 TV와 라디오를 장악했다.
지금 이 매체들은 야당을 '악(惡)'으로 묘사한다.

2011년 에콰도르 대통령은 자신을 '독재자'라고 비판한 신문을 상대로 거액의 소송을 걸어 재갈을 물렸다.

베네수엘라의 야당 성향 방송국은 집권당 압박에 정치 뉴스를 점성술 프로그램으로 바꾸기도 했다.

이런 나라는 사법·언론 장악을 마치는 대로 선거법과 제도를 뜯어고쳤다.
집권당이 계속 이기도록 운동장을 완전히 기울여 놓는 것이다.

4·15 총선에서 압승한 여권에선 연일 사법·언론 '개혁'이 거론되고 있다.

전(前) 정권 인사 100여명은 '적폐'로 찍혀 감옥에 갔다.
중국 국가감찰위와 비슷한 공수처의 첫 과녁이
청와대 선거 공작 사건 등을 수사하는 윤석열 검찰총장이 될 것이라고 한다.
공영방송 등 상당수 언론은 정권의 응원단 노릇을 하고 있다. 권력이 아니라 비판 언론을 비판한다.
중국 친구에게 "독재를 원하는가"라고 물은 적이 있다.
그랬더니 "우리도 민주와 자유를 원한다. 어느 순간 옴짝달싹 못 하게 됐을 뿐"이라고 했다.
동유럽중남미 국민도 그럴 것이다.

남의 일이라고 할 수 있나.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4/21/2020042104680.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