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공부

[우한폐렴]바이러스와의 세계적 투쟁을 승리로 이끌 유일한 전략 (빅터 차, 조선일보)

colorprom 2020. 4. 13. 15:06


    

[朝鮮칼럼 The Column] 바이러스와의 세계적 투쟁을 승리로 이끌 유일한 전략


조선일보
                         
  • 빅터 차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
             
입력 2020.04.13 03:20

코로나19는 글로벌 '블랙 스완'
국제 관계서 가장 불안한 건 다자적 대응의 결여

결핵·말라리아, 금융 위기 때 G20 등 함께해 고난 이겨냈듯 다자주의만이 모두를 구한다



빅터 차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
빅터 차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블랙 스완(black swan)' 정의에 꼭 들어맞는다.
미국에서 바이러스는 경제가 번창하고 주식시장이 역대 최고를 기록할 때 들이닥쳤다.

블랙 스완은 예기치 않았으나 사회와 경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이런 사건은 지나고 보면 어느 정도 예견할 수도 있었다는 특징도 있다.

국제 관계 관점에서 가장 불안한 점은 다자적 대응의 결여다.
전문가들은 오랫동안 전 세계적 전염병과 세계적 보건 안전이 '글로벌'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코로나19는 모든 인종과 민족에게 동일하게 전염성 있고 동일하게 치명적이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이 밝혔듯
"이 역병을 이기는 유일한 길은 모든 국가가 연대와 협력의 정신으로 함께 일하는 것뿐이다."

실패는 도처에서 목격된다.
WHO는 2002~2003년 사스 발생 당시 중국의 기만적 태도를 겪은 후,
빠르게 퍼지는 전염병에 대한 국가적, 비국가적 대응 속도를 높일 수 있도록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를 선언할 권한을 가졌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이미 사대륙 19국으로 퍼져 8000명을 감염시켰던 1월 30일까지
PHEIC를 선포하지 않았다.

중국도 실패했다.
그들의 초기 조치는 일대일로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같은 이니셔티브를 통해
중국이 그려내려던 글로벌 리더의 이미지에 맞지 않는다.
바이러스에 대한 경종을 울리려던 의료 전문가들을 검열했고,
1월 12~20일 사이 바이러스가 사람 간에 전염된다는 분명한 증거를 국제 당국에 알리는 데 실패했으며,
춘제 연휴 동안 시민들이 바이러스를 퍼트리는 것을 막으려는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가장 중요했던 초창기중국의 근시안적이고 일방적인 행동은 세계에 심각한 위기를 초래했다.

글로벌 위기 때 세계는 본능적으로 미국이 다자적 대응을 이끌어주길 기대한다.

과거 전 세계적 전염병 위기나 금융 위기 등에서

전임 행정부는 세계 지도자들을 직접 또는 화상으로 백악관에 불러들여

전략적 목표, 역할 분담, 완전히 조율된 단계적 대응 방안 등에 대한 계획을 세웠다.


오늘날 이런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어찌 보면 놀랍지도 않다.

이번 역병 직전까지 미국의 정책은 다자적 협력을 망가뜨리려고 하는 것이었다.

글로벌 대응에 비판적인 미·중의 두 지도자가

이번 위기를 기존 균열의 봉합보다 심화에 이용했다는 사실은 상황을 악화시키기만 했다.

양국은 이번 위기의 근원을 놓고 쩨쩨하고 앙심 가득한 비생산적 논쟁에 빠졌다

(트럼프는 '차이나 바이러스'라고 부른 반면

중국 당국자들은 미군이 이를 유포했다는 뻔히 사실이 아닌 허위 정보 유포에 참여했다).

바이러스에 효과적인 유일한 대응이 다자주의적인 것이란 점은 명확하다.

모든 사람이 최대한 많은 정보와 전문성을 공유해야만 백신을 만들어낼 수 있다.

최근 독일, 미국, 중국의 제약회사들(바이오엔텍, 화이자, 상하이 포순)이

백신을 함께 개발하겠다고 밝힌 것은 환영할 만한 전개다.

세계 지도자들과 언론이 이런 종류의 파트너십에 더 많은 주의를 기울이고 더 높은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

이런 소식들은 사람들의 사기와 함께 기업들의 자신감도 북돋운다.

바이러스가 초래한 손해에 대한 조직적인 글로벌 경제 대응도 있어야 한다.

2008년 금융 위기 대응에서 G20은 5조달러 규모의 경기 부양 패키지를 마련하고,

흑자국과 채무국 간의 정책을 재조정하며, 새로운 금융 규제를 도입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국가들은 또한 그들이 빠져들고 있던 보호주의적 무역 입장에서 한 걸음씩 물러서기로 합의를 이뤄야 한다.

G20 국가들은 마스크, 인공호흡기, 의료용 마스크, 의료계 종사자를 위한 개인보호장구(PPE)를 생산하기 위한 국가적 역량과 정보를 공유해야 한다.

어떤 국가들은 이런 장비들이 필요하고 어떤 국가들에는 남아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미국한·일 같은 동맹국들이 아직도 이런 일을 하지 않고 있다는 점은 경악스럽다.


국가들은 입국 시 여행자들을 스크리닝하기 위한 여행 규제와 절차도 조율해야 한다.

한때 G8은 에이즈 대유행, 결핵과 말라리아에 대한 세계적 투쟁의 최전방에 있었고

수백만명의 생명을 구했다.

G20은 2008년 금융 위기에 대한 글로벌 대응을 조율했다.

미국은 당시 이런 다자주의적 노력의 선두에 있었으나,

현재의 코로나19 대유행 속에서는 미국중국의 부재(不在)가 슬프게 두드러진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4/12/2020041201764.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