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대전현충원에서 개최된 서해 수호의 날 행사.
천안함 10주기에 열린 의미 깊은 이 행사를 앞두고 난데없는 '자리싸움'이 벌어졌다.
미래통합당의 비례 위성 정당인 미래한국당 원유철 대표의 자리를 두고 벌어진 싸움이다.
미래한국당은 비록 위성 정당이지만 원내 넷째 의석을 가진 당이었는데,
행사 참석을 원한 원 대표에게 전날 보훈처가 돌연 '참석 불가'를 통보했다.
미래한국당의 반발에 보훈처는 참석을 뒤늦게 허가했지만, 이번엔 행사 당일 자리 배치에서 '뒤끝'을 보였다. 정당 '대표'가 아닌 평의원 자격으로 원 대표 자리를 배치했고,
그는 당대표들 사이가 아닌 청와대 경호처장 옆에서 행사를 지켜봤다.
미래한국당은 "명백한 정치 탄압"이라고 반발했다.
정부와 보훈처 안팎에서는 이번 논쟁을 두고 호국 용사들을 추모하는 자리마저 정치화했다는 얘기가 나왔다.
행정부가 행사 참석자를 결정하는 데는 명확한 기준만 있으면 되고,
미래한국당이 참여할 기준에 미달한다면 불참을 통보하면 됐다.
하지만 보훈처는 명확한 기준이 없었고,
원 대표의 참석을 허가했다가 불허하고 또 번복하는 과정을 되풀이했다.
행사 당일 자리 배치 역시 마찬가지였다.
명목상 대표 자격으로 참석한 인사를 평의원으로 대접해 앉혔는데,
보훈처는 "이해해달라"는 식의 답변만 되풀이했다고 한다.
미래한국당 측은
"자매 정당인 미래통합당 황교안 대표와 원 대표가 앞줄에 나란히 앉아서 사진에 찍히는 건
절대 싫다는 게 아니었겠나"라고 했다.
보훈처가 행정부가 아닌 '정권' 입장에서 일을 처리했다는 뜻이다.
이번 서해 수호의 날은 문재인 대통령이 재임 후 처음으로 참석했지만, 오히려 잡음은 최근 들어 가장 컸다. 문 대통령 기념사에서는 천안함 폭침 사건과 연평도 포격 도발의 주체가 '북한'이라는 언급이 아예 없었다.
천안함 폭침으로 목숨을 잃은 고(故) 민평기 상사의 어머니 윤청자씨는 10년 한을 풀고자,
현충탑에 분향하려는 대통령에게 다가가 "천안함 폭침은 누구 소행인지 말해달라"고 했다.
제2 연평해전 전사자 묘역에서는
대통령 명의의 조화를 제외한 나머지 조화를 눈에 띄지 않는 곳에 치워버렸다는
전사자 유가족의 문제 제기도 나왔다.
담당 부처인 보훈처는 이런 일련의 잡음에 억울하다는 분위기다.
한 관계자는 "대통령이 참석하지 않았을 때는 이런 잡음이 없었다"고 했다.
실제로 미래한국당의 자리 배치 논쟁에 청와대가 주도적으로 개입한 의혹도 제기됐다.
그러다 보니 대통령이 선의(善意)를 갖고 행사에 참석한 게 아니고 총선 때문에 온 것 같다는 얘기가 나왔다.
군 안팎에서는 "천안함·연평도 호국 영령들을 추모하는 자리마저 정치적으로 만드느냐"는 불만이 터졌다.
나라를 지키다 산화한 장병들은 하늘에서 이 모든 걸 똑똑히 지켜보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