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공부

일상이라는 기적 (최재천 교수, 조선일보)

colorprom 2020. 3. 17. 14:39


[최재천의 자연과 문화] [565] 일상이라는 기적


조선일보
                         
  •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사회생물학
             
입력 2020.03.17 03:12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사회생물학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사회생물학

일상 차라리 기적이다.

지구를 사과에 비유한다면 사과 껍질보다 얇은 대기층에 77억명이 바글거리며 산다. 기적 같은 일이다.
을 이루는 세포 30조개 중 어느 하나도 아직 제멋대로 분화해 암세포로 돌변하지 않은 것 또한 기적이다.

매일 아침 눈을 뜨고 일어나 맛있는 식사를 하고
제가끔 주어진 일을 하며 살아가는 일상이 다름 아닌 기적이다.

일본의 국민 작가 마쓰모토 세이초'10만분의 1의 우연'이라는 소설이 있다.
10만분의 1이라는 확률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는 뜻으로 붙인 제목이다.
우리나라 최대 생활권인 서울·인천·경기 지역에는 2600만명이 살고 있는데
지금까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사람은 그저 500명 남짓이다.
그러니 수도권에서 일상생활을 하며 감염자를 만날 확률은 0.002%, 즉 5만분의 1이다.
불가능한 우연의 겨우 두 배다.

우리나라에서 코로나19로 사망한 사람이 아직 100명 미만이니 인구 5180만에 비하면 0.0002%도 되지 않는다. 50만분의 1은 쌍둥이를 연달아 세 번 낳을 확률이다.

2019년 교통사고 사망자는 모두 3349명이었다.
보행 중에 1302명, 그리고 자동차를 타고 가다 1150명이 사망했다.
이쯤 되면 운전도 포기하고 아예 길바닥에 나가지 말아야 한다.

어서 빨리 이 괜한 불안과 혐오의 간격을 걷어내지 않으면
저소득층과 소상공인은 조만간 바이러스가 아니라 가난으로 죽는다.

자연에서 완벽한 박멸이란 애당초 불가능하다.
잘 다스리며 공존해야 한다.

최근 다시 미세 먼지 사정이 나빠지고 있다.
후베이성을 제외하곤 중국이 일상으로 회귀하고 있다는 증거다.
세계 경제의 엔진이 다시 시동을 걸고 있다.

이제 우리도 우리 방역 시스템을 믿고 조심스레 이 기적 같은 일상으로 돌아가자.
죽음을 지켜보지 말고 삶의 길로 나아가자. 조심스레.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3/16/2020031604059.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