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미 백악관과 국토안보부가 동시에 나서 러시아 백신회사인 카스퍼스키랩 퇴출을 지시했다.
전 세계 4억명이 사용하는 이 회사 소프트웨어를 모든 연방정부 네트워크에서 삭제하라는 것이다.
국토안보부는 "카스퍼스키랩은 러시아 정보·정부 기관과 연계돼 있다"고 했다.
'백도어'(해킹 프로그램)로 미 정부·기업 정보를 빼내 러시아 당국에 넘겨주고 있다는 것이다.
회사 창립자가 냉전 시절 KGB에서 전자신호 정보 부문 훈련을 받았다는 얘기도 정부에서 흘러나왔다.
▶지난달 트럼프 미 대통령은 존슨 영국 총리에게 전화를 걸어 분노를 쏟아냈다.
영국이 5G 사업에 중국 화웨이를 배제하지 않겠다고 발표한 직후였다.
"트럼프의 기절할 듯 화난 어조에 대화가 어려울 정도"였다고 한다.
미국은 카스퍼스키랩과 같은 이유로 '화웨이 보이콧'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화웨이를 사실상 '중국 정부 기업'으로 규정한다.
미 법무장관은 엊그제 중국군 소속 해커들을 기소하면서
"중국은 수년 동안 미국의 민감한 자료에 게걸스러운 탐욕을 보여왔다"고 했다.
▶중·러의 정보전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미국이
수십 년간 동맹·적국 가리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정보를 빼냈다는 폭로가 미 언론을 통해 나왔다.
CIA가 1970~2018년 유명 암호장비 회사를 몰래 소유하고,
이 회사 장비를 쓰는 한국 등 120개 '고객 국가'의 기밀 통신을 들여다봤다는 것이다.
'루비콘'이라는 이름의 이 작전은 미 CIA사(史)에 '세기의 정보 쿠데타'로 묘사될 만큼
기간·대상·규모가 방대하다.
1978년 이집트·이스라엘 평화 협상 때
이집트 대통령의 본국 통신 내용도 '루비콘'을 통해 모두 파악했다고 한다.
▶세계 주요국들이 사활을 건 첩보전을 벌인다는 것은 비밀도 아니다.
사이버 세상은 땅·바다·하늘·우주에 이어 다섯째 전쟁터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매일 아침 미 대통령 책상에 올라가는 정보 리포트 내용 중 80%는
사이버해킹으로 취득한 것이다.
2010년에는 미 NSA가 우방인 독일 총리를 포함해 35개국 지도자를
수십년 동안 도청 및 해킹해 왔다는 사실이 위키리크스 폭로 로 알려졌다.
▶'루비콘'에 대해 미 정보국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미국 정책 결정의 값진 정보 원천이기 때문에 전혀 거리낌이 없었다"고 했다.
지금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루비콘'이 2018년 중단된 것은 더 발전된 해킹 프로그램으로 대체됐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다.
첩보 세계에 '친구'는 없다.
당하는 나라만 바보다.
한국 국가정보원은 바보인가,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