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공부

[우한 폐렴]전염병, 주역 그리고 감옥 (조용헌 교수, 조선일보)

colorprom 2020. 2. 10. 14:41



[조용헌 살롱] [1231] 전염병, 주역 그리고 감옥


조선일보
                         
             
입력 2020.02.10 03:15

조용헌 건국대 석좌교수·문화콘텐츠학
조용헌 건국대 석좌교수·문화콘텐츠학


중국 우한에서 넘쳐나는 환자를 수용하기 위한 응급병원 2개를 지었는데

그 작명을 주역의 괘(卦)에서 따왔다는 점이 흥미롭다.

화신산(火神山) 병원뇌신산(雷神山) 병원이라는 두 개의 이름이 그것이다.


화와 뇌는 주역의 21번째 괘인 화뢰서합(火雷噬嗑) 괘에 나오는 내용이다.

서(噬)는 깨문다는 뜻이고, 합(嗑)은 합한다는 의미이다.

여기에서 화(火)는 번개이고 뇌(雷)는 우레다.

괘의 전체 뜻을 풀어보면 번개와 우레가 전염병을 씹어서 깨물어 주기를 바란다는 뜻이다.

공산주의 유물론적 세계관은 하부구조가 상부구조를 결정한다는 관점이다.

그런데 주역은 반대다. 상부구조가 하부구조를 결정한다는 주술적 의미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역의 괘는 상부구조에 해당한다. 괘에는 하늘의 뜻이 나타난다고 본다.

기독교의 '주기도문'에도 보면 '하늘에서 이루어진 일이 땅에서도 이루어지리라'는 내용이 나온다.

하늘에서 어떤 일이 이루어졌는가를 어떻게 알 수 있나?


주역은 64괘가 각각 그 하늘의 뜻을 반영한다고 보는 세계관이 깔려 있다.

주역은 동양의 5천년 역사를 지닌 신탁서(神託書)인 셈이다.

따라서 어떤 괘를 먼저 뽑으면

그 괘에 함축된 하늘의 메시지가 다음에 일어날 현실 세계 사건의 양태를 미리 규정한다고 생각한다.


공산주의는 원리적인 측면에서 주역과는 궁합이 맞지 않는다.

그런데도 주역의 괘 이름을 따서 병원 이름을 지었다는 것은 그만큼 상황이 다급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발등에 불이 떨어져서 다급해지면 미신이고 주술이고 간에 의지하고 보는 것이 인간 심리인가 보다.

현재의 상황은 그동안 수직상승을 하던 중국의 운세가 한풀 꺾이는 시점으로 보인다.

그만큼 중국의 명운이 걸린 상황인 것이다.

이 아슬아슬한 변곡점에서 21번째 화뢰서합 괘를 선택했다는 것은 정치적이다.

중국 시진핑 정권이 총력투쟁 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되어 있다.

왜냐하면 이 괘의 점사(占辭)에는 '이용옥(利用獄)'이라는 뜻이 들어가 있다.

'감옥을 쓰는 것이 이롭다 '라는 말이다.


공산당에서 이 괘를 지정한 이유는 바로 감옥에 있다.

시진핑에게 대항하는 반대파는 모두 감옥에 집어넣을 각오를 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드러낸 것이다.


내가 이 상황에서 괘를 뽑는다면 28번째 '택풍대과(澤風大過)' 괘를 뽑겠다.

독립불구(獨立不懼·홀로 있어도 두렵지 않고), 둔세무민(遯世無悶·세상과 고립되어도 걱정하지 않는다)이

그 점사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2/09/2020020902108.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