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2020.02.07 03:16
프랑스의 손꼽히는 인사 전문가인 이브 바루(Barou)씨는 별명이 '미스터 35시간'이다.
프랑스 근로 문화를 상징하는 주 35시간 근무제를 도입할 때 노동부 국장으로 실무를 총괄했던 인물이다.
올해 2월 1일로 딱 20년을 맞은 35시간제를 평가하는 작업이 프랑스에서 활발한 가운데
예전에 바루씨를 만났을 때 들은 그의 이야기가 귓가에 맴돈다.
바루씨는 "35시간제를 신성불가침으로 여기고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건 금물"이라고 했다.
바루씨는 "35시간제를 신성불가침으로 여기고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건 금물"이라고 했다.
업종별로, 직급별로, 계절별로 상황에 맞춰 유연하게 적용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유서 깊은 색소폰 제조업체 셀머(Selmer)가 일하는 방식을 소개했다.
크리스마스 시즌에 집중적으로 색소폰이 팔리기 때문에
가을에 주당 42~43시간 일하고 수요가 적은 봄에는 32~33시간 일한다는 것이다.
그는 "프랑스 기업들이 35시간제의 근간을 유지하면서도 이를 유연하게 적용하는 사례가 늘어나
일과 여가의 균형도 가져오고 고용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고 했다.
바루씨는 유럽의 대기업 인사 담당자들의 모임인 '유러피안 HRD'의 회장이다.
바루씨는 유럽의 대기업 인사 담당자들의 모임인 '유러피안 HRD'의 회장이다.
여러 나라의 인사 제도를 꿰고 있다.
그는 다른 나라의 제도를 가져오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고 했다.
해외 사례는 참조에 그치고 나라별 특성을 고려해 세심하게 설계해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프랑스가 35시간제를 할 수 있는 건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매우 높기 때문이죠.
"프랑스가 35시간제를 할 수 있는 건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매우 높기 때문이죠.
남편과 아내가 둘 다 35시간 일하는 프랑스 부부와
남편이 50시간 일하고 아내가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 아시아 국가의 부부를 동일 선상에 놓고
근로 시간제를 만들면 무리가 따를 수 있어요."
프랑스에서도 35시간제가 순탄한 길을 걷지 않았다.
프랑스에서도 35시간제가 순탄한 길을 걷지 않았다.
갖가지 부작용을 손보느라 정부가 20년간 아홉 차례에 걸쳐 조금씩 제도를 수정해왔다.
특히 35시간을 넘겨 일할 경우 25~50%에 이르는 초과근무 수당을 지급하라는 규정이 논란이 컸다.
35시간제를 가급적 지키라는 의미였지만
기업이 인건비 부담에 짓눌리는 바람에 일자리를 줄이는 요소라는 지적이 컸다.
이에 대해 마크롱 대통령이 등장해 중소기업의 부담을 줄여주자 고용이 점차 호조를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마크롱 대통령이 등장해 중소기업의 부담을 줄여주자 고용이 점차 호조를 보이고 있다.
마크롱은 취임 첫해인 2017년 50인 미만 기업에 대해
직원 각자가 노조를 거치지 않고 사측과 근로 시간을 상의해 정할 수 있게 했다.
자율이 생기자 중소기업들이 고용을 늘리기 시작했다.
지난해 프랑스 실업률은 8.4%로 최근 11년 사이 최저치로 낮아졌다.
오는 7월이면 한국이 주 52시간제를 시작한 지 2년이 된다.
오는 7월이면 한국이 주 52시간제를 시작한 지 2년이 된다.
바루씨의 이야기대로 근무 시간제는 현장 일터의 목소리를 반영해 유연하게 적용해야 성공 확률이 높아진다. 프랑스가 20년간 35시간제를 고용 시장 상황에 맞게 조금씩 손질해온 과정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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