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공부

생각하는 것도 연습이 필요하다 (김규나, 조선일보)

colorprom 2020. 2. 5. 14:57



[김규나의 소설 같은 세상] [45] 생각하는 것도 연습이 필요하다


조선일보
                         
  • 김규나 소설가
             
입력 2020.02.05 03:08

김규나 소설가
김규나 소설가


인간의 두뇌란 작고 텅 빈 다락방 같은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 방에는 원하는 가구만 골라 채워 넣어야 합니다.

온갖 잡동사니를 닥치는 대로 쓸어 넣는 사람은 바보입니다.

그렇게 하다가는 쓸모 있는 지식은 밀려 나오거나

다른 것들과 뒤죽박죽돼서 필요할 때 꺼내 쓰지 못하게 되니까요.


그래서 뛰어난 장인은 다락방에 넣어둘 것을 고르는 데 극히 조심스럽지요.

―아서 코난 도일 '주홍색 연구' 중에서.


추리소설을 좋아한다.

작가는 독자가 쉽게 찾지 못하도록 단서를 감추고 독자는 작가가 숨긴 비밀을 찾아 범인을 추측한다.

재미있는 추리 세계의 문을 열어준 것은 어린 시절에 만난 명탐정 셜록 홈스다.

코난 도일이 1887년에 발표한 '주홍색 연구'는

런던 경시청이 살인 사건 해결을 의뢰하고 홈스가 실마리를 추적, 범인을 밝히는 과정을

왓슨 박사가 기록한 첫 사건이다.

기억과 달리 완역본으로 만난 홈스는 살짝 당황스럽다.

연구를 위해서는 잔혹한 동물실험도 마다하지 않고 안하무인으로 잘난 체도 한다.

코카인 중독자인 데다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도는 것도 모른다.

왓슨이 자기의 무지에 놀라자,

기억력은 한정된 것이니 필요한 것만 머리에 넣는 게 당연하다홈스는 말한다.

아서 코난 도일 '주홍색 연구'

세상은 흐름을 따라가는 수많은 대중홈스 같은 전문가, 물결을 만들어가는 소수 집단으로 나뉜다.

과학이 발달할수록 스마트폰 같은 기기에 의존하는 대중이 많아지겠지만

어떤 사람들은 고전을 통해 단련된 머리와 가슴을 절대로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수만 년간 누적된 인류의 지적 자산만이 인간 본성을 이해하게 해주고,

세상을 지배하고 통치하는 지혜를 전수하기 때문이다.

머리의 다락방에 무엇을 채울 것인가는 개인의 자유다.

다만 홈스의 말처럼 태양 아래 새로운 건 없고,

상상하고 추리하는 능력은 과거 경험이 기록된 고전을 통해 효과적으로 훈련할 수 있다.

문학적 상상력부족하면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왜 그랬는지 인과관계를 논리적으로 유추하기 어렵다.


언제부턴가 어렵고 귀찮게만 느껴지는 생각하기….

책장에서 먼지 뒤집어쓰고 있는 셜록 홈스 시리즈부터 꺼내 보면 어떨까.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2/05/2020020500005.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