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2020.02.01 03:00
[아무튼, 주말- 魚友야담]
채널을 돌리다 태국 드라마 한 편을 우연히 봤습니다.
'러브 데스티니(Love Destiny)'. 신파의 절정을 느끼게 하는 제목인데,
태국 방송 사상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는군요.
350년 전 아유타야 왕조 시절로 시간 여행을 떠난 현대 여성과 당시 왕자의 운명적 사랑.
태국 관광청은 비행기 티켓을 선물하는 이벤트를 하고 있었습니다.
서유럽이 태국에 처음으로 발을 디딘 때도 그 시절이었다고 하죠.
이벤트는 그 나라가 어디인지를 묻고 있더군요.
근현대사에 관심 있는 당신이라면, 태국의 프라이드를 알고 있을 겁니다.
근현대사에 관심 있는 당신이라면, 태국의 프라이드를 알고 있을 겁니다.
제국주의의 격랑을 헤치며 단 한 번도 식민지였던 적이 없다는 자긍심이죠.
그런데 한발 떨어져 보면, 다른 시각도 존재합니다.
그럴 만한 가치가 없었거나, 가치가 있었더라도 강대국에는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는 관점이죠.
동남아 지도를 한번 보세요. 베트남 미얀마 라오스와는 달리, 태국은 중국과 접경이 없습니다.
"프랑스는 중국 배후 시장 진출이 필요했으며
"프랑스는 중국 배후 시장 진출이 필요했으며
그 통로로 베트남이나 캄보디아, 라오스를 통한 메콩 확보가 필요했고,
영국은 같은 이유로 버마(미얀마)를 거치는 배타적 육상로를 확보하고 싶었던 것이다.
반면에 중국과 국경을 접하지 않은 태국은 영국 프랑스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울 수 있었다."
동남아 역사 연구자인 인하대 최병욱 교수는 자신의 책 '동남아시아사: 전통 시대'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거칠게 말해 서구 열강 안중에 태국은 없었던 거죠.
'우물 안 개구리'라는 속담이 있습니다.
동남아 역사 연구자인 인하대 최병욱 교수는 자신의 책 '동남아시아사: 전통 시대'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거칠게 말해 서구 열강 안중에 태국은 없었던 거죠.
'우물 안 개구리'라는 속담이 있습니다.
이제는 우물도 개구리도 만나기 어려운 시절이지만, 비유의 의미는 늘 선명합니다.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 진리나 상식을 놓치지 말 것.
태국의 자부심은 존중하지만, 영국 프랑스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우리는 어떻습니까. '지정학적 요충'이라는 표현을 종종 쓰지만, 요충의 강도에도 차이가 있죠.
우리는 어떻습니까. '지정학적 요충'이라는 표현을 종종 쓰지만, 요충의 강도에도 차이가 있죠.
지나친 자부나 과도한 체념은 둘 다 악(惡)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늘 지면에 국방대 라종일 석좌교수의 6·25 특별 기고를 싣습니다.
오늘 지면에 국방대 라종일 석좌교수의 6·25 특별 기고를 싣습니다.
올해는 전쟁 발발 70주년.
70년 전 1월 30일과 2월 2일, 소련의 스탈린은 전보를 보냅니다.
그동안의 생각을 바꿔 '남침'을 허락하죠.
지정학적 요충은 언제 써야 할 표현일까요.
자부도 체념도 없는 일독(一讀)을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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