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2019.12.23 03:14
그 사람이 사는 집을 가 보면 그 사람 취향과 내면세계 또는 지향점이 무엇인가를 짐작할 수 있다.
공간이 생각을 형성하기도 하고 반대로 생각이 공간을 창조하기도 한다.
프랑스 남쪽 프로방스에 있는 화가 이성자(李聖子·1918~2009)의 작업 공간은 태극 형상이다.
반달 모양의 음과 양이 약간 떨어져 있으면서도, 서로 붙어서 태극으로 복귀하려는 형상이다.
'은하수'라는 이름이 붙은 이성자의 둥그런 태극 형태 아틀리에는 매우 이색적이다.
평지에서 보면 둥그런 집이지만, 공중에서 바라보면 동양사상의 태극도 모습이기 때문이다.
1951년도에 프랑스로 건너가 여기에서 처음 미술 공부를 시작하고
죽을 때까지 50여년을 프랑스 주류 화단에서 활동한 이성자는
어떻게 태극과 음양으로 자신의 세계관을 정립하게 되었을까?
태극과 음양은 도사들의 아이콘이 아니던가!
내가 30년 넘게 강호동양학의 3대 과목인 사주, 풍수, 주역을 연구하면서
내가 30년 넘게 강호동양학의 3대 과목인 사주, 풍수, 주역을 연구하면서
최종 귀의처로 여긴 도상이 바로 태극도다.
태극을 알아야 강호동양학이 완성된다.
태극에서 음양이 나오고, 음양에서 다시 오행으로 분화되고, 오행이 만물을 형성한다는 우주관이
바로 태극도다.
도를 닦는다는 것은 처음 시작인 태극의 상태로 복귀하는 것이다.
퇴계 선생의 공부 요체인 '성학십도(聖學十圖)'의 제일 첫째인 제1도(圖)에 나오는 그림도
바로 태극도(太極圖)다.
한국의 국기도 태극기다.
세계 어느 나라 국기보다도 심오하면서도 웅혼한 우주관을 표현한 국기가 태극기라고 생각한다.
이성자는 유년 시절에 아버지 손 잡고 김해 수로왕릉의 숭인문에 그려진 태극 문양을 보았는데,
이성자는 유년 시절에 아버지 손 잡고 김해 수로왕릉의 숭인문에 그려진 태극 문양을 보았는데,
이 태극이 죽을 때까지 무의식에서 떠나지 않고 그의 전 생애 화풍을 지배하였다.
반달 모양 음양이 태극으로 복귀하려고 하는 그의 태극 화풍은
모든 이원성을 융합하고 녹여내려는 그의 예술철학으로 여겨진다.
나와 우주, 동양과 서양, 자연과 기계문명, 남과 여, 고향과 타향이다.
30대
초반 나이에 아들 셋을 한국에 놔두고 단신으로 프랑스에 건너가서 그림 공부를 시작한 여인.
이 여인이 가졌던 비장한 고독을 극복하려면 이 모든 이원성을 극복하여야만 하였던 것이다.
그가 죽고 나서 생각해보니 이성자의 태극 화풍은 한류의 시작이자 사상적 모태였다는 생각이 든다.
태극도를 서구적 시각으로 재해석해서 건축한 '은하수'는 강호동양학자를 감동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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