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2019.12.17 03:00
['맛 좀 아는 사람들'의 요리 선생 우정욱]
시래기 파스타·묵은지 리소토 등 서울식 집밥 레시피 담은 책 출간
마무리에는 깍두기와 백김치 필수
"밥 한끼면 '남'에서 '우리'가 되죠"
집밥 백선생이 뜨기 이전에 '집밥 우선생'이 있었다.
서울 이촌동 식당 '수퍼판'을 운영하는 우정욱(57·작은 사진) 대표는
1990년대 중반부터 10년 넘게 '대치동 요리선생'으로 불렸다.
그가 부엌에 들어서면 사람이 모였다.
일부러 애쓴 건 아니었다.
2대째 서울 토박이인 친정어머니는 한 끼도 맛있고 정갈하게 차려냈다.
카레라이스도 토스트도 어머니 손을 거치면 근사한 요리가 됐다.
결혼은 그를 한 번 더 단련시켰다.
입맛 까다로운 시아버님 때문에 밑반찬 하나도 더 깐깐하게 만들었다.
애쓴 시간이 쌓이니 솜씨가 됐다.
주위에서 "음식 좀 팔거나 가르쳐 줄 순 없냐"고 했다.
주부들을 모아 가르쳤고, 대치동 '톨릭스' 같은 카페 컨설팅을 시작했다.
이촌동으로 옮겨와선 '수퍼판'을 시작했다.
이곳에서 내는 서리태 마스카포네, 궁중 떡볶이 등은
지금도 맛 좀 아는 사람들 사이에서 회자되는 베스트 메뉴다.
최근엔 '우정욱의 밥'(책책)을 펴냈다.
5일 만난 우정욱은 "시간이 흘러도 남는 건 결국 집밥이더라"고 했다.
"밥이 뭔지…(웃음), 밥을 해주고 나면 남이었다가도 우리가 돼요.
밥 해준 사람은 괜히 생각만 해도 따끈따끈하죠. 연말엔 결국 밥인 거예요."
◇네 가지만 쉽고 예쁘게
실제로 연말에 집에서 모여 밥을 먹는 이른바 '홈파티'의 수요는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네 가지만 쉽고 예쁘게
실제로 연말에 집에서 모여 밥을 먹는 이른바 '홈파티'의 수요는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신세계백화점에서 올해 20~30대 여성이 와인·와인용품을 사들인 금액은 작년보다 129.3%나 늘었다.
G마켓에서도 홈파티용품 판매량은 전년 대비 크게 늘었다.
술잔은 237%나 더 많이 팔렸고 와인용품(56%), 파티·테이블용품(33%)도 많이 팔렸다.
우정욱은 "집으로 손님을 부를 땐 너무 많이 차려도 힘들고 적게 차리면 빈약하니
우정욱은 "집으로 손님을 부를 땐 너무 많이 차려도 힘들고 적게 차리면 빈약하니
딱 네 가지 정도만 차리면 좋다"고 했다.
샐러드 같은 전채 음식,
해물과 고기가 들어간 메인 요리,
떡볶이나 파스타·밥 같은 탄수화물로 마무리 코스를 짜면 적당하다.
첫 번째 요리는 최대한 쉬운 것으로 한다.
갖가지 채소를 예쁘게 썰어 담고 앤초비 소스나 땅콩 된장 소스 정도만 곁들인 '채소 모음 스틱'이나
동글동글한 부라타 치즈에 바질 소스를 끼얹은 것 정도면
'요알못(요리법을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도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다.
닭가슴살 삶은 것에 땅콩·셀러리·건포도·채 썬 사과 등을 넣고
마요네즈·크림치즈·플레인 요구르트 등을 섞은 소스를 버무린 월도프 샐러드도 쉽지만 폼나는 전채 음식.
신경 쓴 인상을 주고 싶을 땐 갈비찜을 한다.
신경 쓴 인상을 주고 싶을 땐 갈비찜을 한다.
양파즙·배즙·매실청·물엿·정종·간장·고추장·설탕·참기름·후춧가루 등을 넣은 양념장에
고기를 1시간쯤 재운 다음 40분 정도 약불에서 끓이고 국물만 따로 따라내서 냉장고에 넣어둔다.
국물 위 기름이 굳으면 이를 싹 걷어내고 다시 굳힌 국물에 당근·감자·밤과 함께 10분쯤 더 조려주면 된다.
힘들 땐 시판 요리도 적극 활용하라고 했다.
"가령 반조리 LA갈비 등을 사서 한 번 굽고 여기에 으깬 삶은 감자 같은 걸 곁들여 담으면
직접 한 것만큼이나 보기 좋아요."
◇한 가지는 내 식대로
딱 한 메뉴 정도는 남들과 다르게 하면 깊은 인상을 남길 수 있다.
◇한 가지는 내 식대로
딱 한 메뉴 정도는 남들과 다르게 하면 깊은 인상을 남길 수 있다.
우정욱은 "시래기를 넣은 파스타, 문어와 묵은지를 넣은 리소토처럼
남들이 낯설어할 것 같은 식재료를 조합하면 다들 좋아한다"고 했다.
냉장고 속 재료를 활용할수록 오히려 더 창의적인 음식이 나온다.
너무 모험이다 싶으면 디저트에 힘을 줄 것.
시판 아이스크림에 갖가지 견과류와 생과일만 얹어내도 보기 좋다.
[쉬운 상차림 비결]
▲ 와인잔에 빛깔이 각기 다 른 리본을 묶어두면 잔이 섞일 일도 없고 더 예쁘다.
▲ 반조리 음식을 활용할 땐 소스만 바꿔보자.
[쉬운 상차림 비결]
▲ 와인잔에 빛깔이 각기 다 른 리본을 묶어두면 잔이 섞일 일도 없고 더 예쁘다.
▲ 반조리 음식을 활용할 땐 소스만 바꿔보자.
바질이나 깻잎에 잣 등을 올리브유에 갈아 넣고 만든 페스토 소스 등만 더해도 근사하다.
▲ 손님 접시에 깨끗한 솔방울이나 체리 하나씩만 올려놔도 근사한 장식이 된다.
▲ 마무리 안주는 그래도 김치.
▲ 손님 접시에 깨끗한 솔방울이나 체리 하나씩만 올려놔도 근사한 장식이 된다.
▲ 마무리 안주는 그래도 김치.
파스타를 차릴 때도 백김치나 깍두기를 함께 내면 인기가 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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