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주말- 김형석의 100세일기]
같은 학과에 있다가 교육부 장관을 지낸 E 교수의 말이다.
그 얘기를 들은 신과대학 S 교수는
예를 들면 은혜를 갚는 것은 선이고 원수를 갚는 것은 의무라는 관념 때문에 편 가르기를 일삼는다.
있어서는 안 되는 분열과 적개심을 만들기도 한다. 끼리끼리 작당하면 망국의 역사까지 만든다는 것이다.
잘못된 종교의 불행도 마찬가지다.
'눈은 눈으로, 이는 이로 갚으라'는 구약과 코란의 교훈 때문에,
두 민족은 2000년에 걸친 분쟁과 적대관념을 넘어서지 못한다는 탄식이었다.
그런데 우리 사회와 정치계의 현실은 어떤가.
모든 사회와 공동체에는 상식이 통해야 한다.
전 정부가 남겨준 것 중에 좋은 점은 계승하면서 개선해 나가야 한다.
그것이 국민을 위한 최선의 길이다.
그런데 우리는 현 정부의 업적을 위해 지난 정부의 업적을 훼손시키려 한다.
정권이 바뀔 때는 더 심해진다.
적폐 청산 같은 개념으로 과거의 업적까지 파괴해 버리고 또 다른 적폐를 만든다.
뒤따르는 시련과 고통은 국민이 감수해야 한다.
법을 바꾸면 된다고 쉽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그 법 때문에 선한 질서가 무너지면 그 병폐는 국민들의 생활 질서까지 파괴할 수 있다.
국제 문제도 그렇다.
한·일 과거사 문제는 건설적인 미래 창출로 해결해야 한다.
우리 정부와 아베 정권은 과거 100년 때문에 미래를 파괴하는 과오를 범하고 있다.
주변에서 보좌하는 사람들도 공동 책임을 져야 한다.
불은 당사자들이 질러놓고 진화는 국민에게 맡기는 식이다.
정권을 위해 100년의 역사를 이용하는 불행이 지속되어서는 안 된다.
많은 국민은 무엇 때문에 친일파 명단을 만들어 발표했는지 이해
하기 어렵다.
그들의 애국적인 업적은 묻어두고 국가적 반역자로 심판할 특권은 누가 주었는지 모르겠다.
이번에 대법원에서 이승만과 박정희를 친일파로 판결한 일도 그렇다.
후일에 사법부의 후배들과 역사학자들이 어떤 비판을 내릴지 걱정이다.
그런 판결을 대법원이 할 수 있는지도 묻지 않을 수 없다.
국론을 분열시키려는 의도가 있었다면 국민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