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

김문수 前 경기도지사 (최보식 기자, 조선일보)

colorprom 2019. 11. 25. 15:51


    

[최보식이 만난 사람]

"한국당은 영혼 없는 '골빈당'… 지지율만 좇으면 금방 살아도 영원히 죽어"


조선일보
                         


입력 2019.11.25 03:12

[젊은 날 '운동권 투사'로 되돌아간… 김문수 前 경기도지사]

"처음부터 박근혜 탄핵은 '인민재판'… 그 과정서 고통스러웠다
극우나 정신병자 취급받으며 엄청나게 조롱 당하고 있지만
열아홉 살로 살며 젊은 날의 운동 그 이상을 해보려 한다
아버지·장인까지 국회의원 12번 한 김세연의 발언, 얌체 같다"

청와대 앞 도로에서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를 만났다.
200명 남짓한 기독교인 등이 교대로 노숙 투쟁을 벌이고 있는 곳이다.
그는 날마다 여기로 출근해 오전 11시 반과 오후 4시 반 시국집회 사회를 맡고 있다.
내가 간 지난 금요일은 노숙 51일째 되는 날이었다.

국회의원 3선(選)·경기지사 2선의 경력으로 치면 '원로급'인데,
대중 앞에서 마이크를 잡은 그는 젊은 날 '운동권 투사'로 되돌아간 것 같았다.
그의 입에서는 민주화 이후로 거의 사어(死語)가 되다시피 한
'주사파 빨갱이' '왕(王)빨갱이' 등의 용어가 쏟아졌다.

김문수 전 지사는 '황교안의 정치 기술은 걸음마 수준이나 영적으로는 바른 사람'이라고 말했다.
김문수 전 지사는 "황교안의 정치 기술은 걸음마 수준이나 영적으로는 바른 사람"이라고
말했다. /최보식 기자
―제도권 정치에 복귀할 마음은 접고, 이렇게 현장 투사로 살기로 작정했나?

"내 나이 68세다. 대통령은 해보려고 노력했지만 마음대로 안 됐고, 국회의원을 또 하겠나.
나는 문재인 정권과 주사파 빨갱이들, 김정은을 때려잡는 걸 목표로 설정했다.
대한민국을 갉아먹는 암세포인 전교조·민노총은 내가 초기부터 관여해 만들었으니,
내 업보(業報)로 알고 확실히 도려내겠다."

―대중을 지도하던 옛날 운동권 가락이 나오는 것 같다. 이념은 좌파에서 우파로 정반대가 됐지만.

"나는 열아홉 살로 살고 있다.
젊은 날의 운동 그 이상을 해보려고 한다. 바른 소리로 이 나라를 깨우려고 한다.
금배지를 찾아다니는 사람들은 많지만, 나라를 위해 희생하겠다는 정치인은 없다.
언론 매체도 회사 이익에 따라 눈치 보고 지식인들은 오락가락한다."

광화문 집회를 주도하는 전광훈 목사와 손잡았는데?

"교계 일각에서는 전광훈 목사를 '삼류 사쿠라'로 본다. 여전히 '빤스 목사'라는 공격도 한다.
내가 경기도지사를 하면서 잘나가는 목사들을 거의 다 만나봤지만,
'죽는 한이 있어도 문재인 끌어내리겠다'고 행동으로 나선 이는 전광훈 목사밖에 없었다.
그 용기와 헌신에 반했다.
빨갱이 주사파는 종교를 허용 안 한다. 이 때문에 주사파의 최대 적(敵)은 종교다.
성령으로 악령을 물리치려는 우리가 이길 수밖에 없다."

―언제부터 신앙심이 이렇게 깊었나? 천주교에서 개신교로 개종했다고 들었는데 맞나?

"천주교에는 좌파 신부가 워낙 많아 성당에 안 나간 지 2년 반 된다.
전광훈 목사가 내게 집사 자격증을 주겠다고 했으나 안 받았다.
천주교가 모태(母胎) 신앙인 아내의 동의 없이 그렇게 할 수 없었다."

―내 주위 사람들은 '김문수는 괜찮은 정치인'이라는 데 동의해왔다.
하지만 몇 년 전부터 김문수가 너무 극단으로 갔고 이상해졌다고들 했다.
한낱 공지영 같은 작가조차 진중권을 공격할 때 "김문수를 보고 있는 듯한 기시감"이라는 말을 썼는데?

"나를 극우나 미친놈, 정신병자처럼 취급했다. 뇌 전두엽에 이상이 있느냐는 말도 들었다.
조롱을 엄청나게 당하고 있다."

―본인도 알고 있으면서 이런 길을 계속 가는 이유가 뭔가?

"박근혜 탄핵 전까지는 나도 제도권 정치 논리 하나로 살아왔다.
표(票) 계산이 가장 우선이었다.
하지만 그것이 얼마나 쓰레기 짓이었나, 나라를 빨갱이에게 다 넘겨주게 된 것이 아닌가.
정치인들은 이승만·박정희자유민주주의, 한·미 동맹을 지키기 위해 담대하게 나서야 했는데도
아무도 안 했다.
정치인들이 쥐새끼와 같다는 걸 이제 대부분 국민은 알게 됐다.
그래서 전광훈 목사 같은 사람에게 열광하는 것이다."

전광훈 목사가 구심점 역할을 했다.
그러나 광화문 집회 인파들은 문재인 정권에 대해 화가 나서 몰려나왔지,
목사나 전 지사의 주장을 모두 지지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럴 수 있겠다."

전 지사는 2016년 총선에서 '명분 없다'는 비판을 받으면서 대구 수성갑에 출마해
결국 김부겸에게 패배했다. 그 뒤로 중심을 잃은 것처럼 달라져 보였는데.

"정치적 행보는 그때 꼬인 것이 맞지만, 내가 바뀌게 된 것은 박근혜 탄핵 때문이었다.
나는 1980년대에 고문도 겪었지만,
정말 고통스러웠던 것은 내가 추구해왔던 사회주의 국가 소련동구권이 무너졌을 때였다.
그걸 견뎌내고 보수 정당에 들어가 성공한 정치인이 됐다.
하지만 박근혜 탄핵으로 또 폭삭 망한 것이다.
탄핵 과정에서 정말 너무 괴로웠다."

전 지사도 탄핵 촛불집회에 참가하지 않았나?

"어떻게 돌아가는지 집회 구경을 갔을 뿐이다.
당시 자유한국당 비례대표 의원이 탄핵 문제를 상의했을 때
나는 '박근혜 혜택을 본 당신이 찬성하면 안 된다. 그건 인간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인간의 기본 도리를 중시하는 게 보수(保守)다."

―당시 대다수 국민은 최태민의 딸 최순실의 등장으로 공황 상태라고 할 만큼 쇼크를 받았다.
JTBC가 보도한 최순실 태블릿PC'권력 사유화' '국정 농단'의 결정적 증거처럼 됐다.
그 뒤로 정국은 통제 불능의 혼돈에 빠졌고, 여론조사에서 95%가 '박근혜는 물러나야 한다'고 했다.
전 지사는 그 상황을 어떻게 봤나?

"나는 박근혜와 당대표, 대선 후보 경선을 해봤기에,
최순실의 국정 농단을 방치할 만큼 그렇게 엉터리는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무엇보다 박근혜뇌물을 먹을 이유가 없었다.
물론 탄핵당할지 모른다는 생각은 했다.
하지만 국회에서 탄핵소추가 압도적 표차로 의결되는 걸 보고는 정말 놀랐다."

전 지사는 평소 박근혜에 대해 몹시 비판적이었다.
하지만 탄핵 과정에서 태극기 부대가 집결되면서 박근혜 대변자로 돌아섰다.
그 진정성에 대해 의문을 갖고 있다.
보수 정치인으로서 지지 세력을 얻기 위해 정치적 계산을 한 게 아닌가?

"나는 처음부터 박근혜 탄핵을 '인민재판'으로 여겼다.
어떤 인물의 옳고 그름은 지지율에 따라 결정되는 게 아니다.
여론조사를 해서 95% 나오면 자기 부모(박근혜)를 잡아먹고 탈당하고,
신당을 만들어 지지율이 안 나오면 돌아오고….
나는 정치적으로 박근혜 도움을 받은 적 없다. 하지만 김무성·유승민은 다르다.
적어도 탄핵 찬성을 해선 안 된다. 염치와 양심이 있어야지.
얼마 전 보수 언론이 그런 부류인 김세연을 띄워 댔다.
아버지(김진재)·장인(한승수)까지 합쳐 모두 국회의원 12번을 해먹은 사람이 당을 해체하자니
정말 기가 막혔다."

200명 남짓한 기독교인 등이 교대로 노숙 투쟁을 벌이고 있는 곳이다.
/뉴시스
―'역사 민폐' '좀비 정당' 같은 표현은 과했지만,
영남권 3선(選)이 불출마 선언을 하면서 충격을 준 것은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고 보지 않나?

"겨 묻은 개가 털지 않으니 똥 묻은 개를 택하겠다는 것인데.
이승만·박정희의 정신을 이어오는 정당인데 이를 해체하자고?
그러면서 그는 썩은 우물물에 여의도연구원장, 부산시당위원장, 보건복지위원장
두레박 3개나 걸어두고 있다.
그가 당을 위해 주식 한 장 내놓았나. 그 아버지보다 더 얌체처럼 공짜로 먹으려 든다.
자기부터 정치 쇄신이 있어야지, 영혼이 있어야지.
그는 박근혜 지지율이 떨어지자 탈당했다가 안 되니 돌아왔다.
탈당신당 개업이야말로 최악의 정치 불신을 부른다."

자유한국당은 탄핵당하고도 전혀 바뀌지 않았다.
나라 걱정하는 사람들은 한국당 쪽을 쳐다보면 암담해진다.
대규모 광화문 집회를 한들 뭐 하나 싶다.
이대로면 내년 총선에서 보수의 패배는 기정사실일 것이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자기가 추구하는 가치를 위해 희생하지 않는다.
그동안 저쪽에서 나라의 근간인 이승만·박정희를 욕하는데도 가만히 있었다.
중도 눈치를 보면서 표 떨어질까 봐서다. 영혼이 없는 '골빈당'이다.
영혼이 있으면 죽어도 살아날 수 있지만, 여론과 지지율만을 좇으면 금방은 살 것 같아도 영원히 죽는다."

―석 달 전인가, 보수대통합 토론회에서
김무성 의원을 향해 "천년 이상 박근혜 저주를 받을 것"이라고 퍼부었을 때 실망스러웠다.
전 지사의 품성과 연륜은 어디로 갔나?

"내가 독하지. 김무성박근혜에 대해 맺힌 게 많았다.
내가 사석에서 '박근혜 비판은 그만하고 박근혜 석방과 문재인 퇴진 운동을 하라'는 얘기를
여러 번 해오다가, 그날 공개석상에서 작심하고 말한 것이다."

탄핵 절차에서 문제가 있었다고 보지만 지금 와서 되돌릴 수는 없다.
김무성 의원은 불출마 선언을 하면서 "과거는 묻어두고 가자. 나도 잘못이 있다"며 보수 통합을 주문했다.
김무성이 그나마 어른스럽다.

"통합하려면 탄핵이 잘못됐음을 인정하고 반성·사과하는 것이 전제돼야 한다.
적당하게 묻고 넘어갈 수는 없다."

비박계에게만 탄핵 책임을 묻는 것은 옳지 않다.
우선, 당시 상황에 휩쓸려간 언론의 책임이 있다.
박근혜도 가장 막강한 대통령 권력을 갖고서 탄핵으로 넘어가는 상황을 컨트롤 못한 책임이 있다.
소위 '정권 방어'에 실패했다.
한국당 의원들이 탄핵 찬성표를 던지게 된 것은 2016년 총선 공천 파동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진박(眞朴) 감별사'로 나선 조원진 의원 같은 친박계가 원인 제공을 한 측면이 있다.
선거를 앞두고 탄핵 잘잘못을 따지고 분열로 계속 가는 것은
나라 걱정하는 국민에게 또 한 번의 패배를 안길 뿐이다.

"박근혜 재임 시절 '불통(不通)'으로 속이 터졌다.
탄핵 과정에서 김무성이 몇 번 연락했으나 통화가 안 됐다고 한다.
박근혜가 문재인만큼 노력했으면 탄핵 같은 사태는 없었다.
그렇다고 탄핵 찬성이 정당화될 수는 없다.
적어도 3선(選) 이상 책임 있는 의원들은 불출마해야 한다. 죽어야 새싹이 돋는 것이다."

―저쪽에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단식 농성을 하고 있다. 뜬금없다는 비판도 있었다.

"자기 나름대로 추운 날씨에 용기 있는 결단을 했다.
청와대로부터 100m 안에는 천막을 못 치게 해 노숙 단식을 하고 있다. 정말 힘들 것이다."

대표의 리더십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정치 기술이 아직은 걸음마하는 어린애 수준이다.
그래도 국가보안법 해설서를 쓰고 통진당 해산을 주도한 대표는
영적으로 어느 정치인보다 바른 사람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11/24/2019112401605.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