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깥 세상]

[미국][웨스트포인트 82학번의 딜레마]

colorprom 2019. 11. 19. 14:15



충성이냐 진실이냐


조선일보
                         


입력 2019.11.19 03:12

[웨스트포인트 82학번의 딜레마]

폼페이오·에스퍼 등 포진 탄핵조사 증언대 설 상황
웨스트포인트 가치는 진실추구변명하는 건 가식이라 가르쳐

'충성이냐, 진실이냐.'
트럼프 행정부에서 외교·안보 정책을 좌우하는 핵심 이너서클로 떠오른
'웨스트포인트 82학번(86년 졸업 학번·class of 86)' 관료들이
두 갈래 선택지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탄핵 조사 청문회가 한창인 상황에서
"이번 청문회가 웨스트포인트 82학번들의 충성도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정치 전문지 폴리티코가 17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왼쪽부터)폼페이오 국무, 에스퍼 국방, 브레치벌 국무고문, 불라타오 국무차관
(왼쪽부터)폼페이오 국무, 에스퍼 국방, 브레치벌 국무고문, 불라타오 국무차관
트럼프 행정부에는 육군사관학교에 해당하는 웨스트포인트 82학번이 곳곳에 포진해 있다.
일명 '웨스트포인트 마피아'라고 불리는 이들은 수석 졸업생인 마이크 폼페이오(56) 국무장관을 비롯해
마크 에스퍼(55) 국방장관, 울리치 브레치벌(55) 국무부 고문, 브라이언 불라타오(55) 국무부 차관
등이다.
2017년 육군 장관 후보자에 올랐다가 과거 성소수자 비하 발언 때문에 낙마한
마크 그린(공화당) 테네시주 하원 의원도 이들에 속한다.

웨스트포인트는 전통적으로 국방·행정 관료를 많이 배출해 왔지만, 82학번은 특히 두드러진다.
국무·국방장관을 동시에 차지한 것은 물론이고, 현역 장군만 10명이 넘는다.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안보 분야에서 핵심 역할을 담당해 온 이들은
'우크라이나 스캔들'로 촉발된 대통령 탄핵 조사에서 단체로 의회 증언을 해야 할 상황에 처해 있다.
우크라이나 스캔들 자체가 외교·안보 분야에서 불거진 사안이기 때문이다.

폼페이오 장관과 에스퍼 장관에게는 이미 의회의 소환장이 발부돼 있고,
브레치벌 고문과 불라타오 차관도 소환될 가능성이 있다.

대통령의 탄핵과 관련해 커다란 파급 효과를 일으킬 것이라는 점 외에도
이들의 증언 여부가 미국에서 관심을 끄는 데는 이유가 있다.

이미 공개된 녹취록과 백악관·국무부 여러 관료의 증언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대선 경쟁자인 민주당 조 바이든 전 부통령 부자(父子)를 조사해 달라고 외압을 넣었다는 것은
거의 사실로 확인됐다.

이런 상황에서 폼페이오 등은 트럼프 대통령을 감싸기 위해 거짓말을 하거나,
대통령에게 불리하더라도 사실을 있는 그대로 증언을 하거나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기 때문이다.

엘리트 장교를 육성하는 웨스트포인트의 특성상 위계질서와 충성은 핵심 덕목으로 꼽힌다.
그러나 대통령 개인에 대한 충성이 웨스트포인트가 추구하는 충성의 가치와 일치한다고 단언할 수 없다.
국가에 대한 충성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진실 추구'도 이 학교가 추구하는 최우선 가치다.
학교 명예헌장에는 '사관생도는 거짓말을 하거나, 속이거나, 훔치거나,
(앞서 열거한) 이러한 행위를 하는 이들을 용납하지 않는다'명시돼 있다.
웨스트포인트의 백서에는
'투덜대기, 얼버무리기, 죄의식을 감추기 위해 교묘한 수법을 사용하기는
웨스트포인트에서 용납되지 않는다'적혀 있다.

육군 중령에서 은퇴하고 현재 사관생도를 육성하고 있는 웨스트포인트 83학번 프레드 웰먼
폴리티코에 "폼페이오가 증언에서 거짓말을 할 것이라고 생각하면 끔찍하다"고 했다.
익명을 요구한 웨스트포인트 출신 은퇴 군 장성은
폼페이오가 트럼프와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통화 내용을 직접 들었다는 사실을
언론 보도가 나오기 전까지 회피했던 사실을 언급하며
"대단히 실망스러웠다. 그건 학교의 가르침에 위배되는 것이다.
필요할 때마다 변명을 하는 행위를 웨스트포인트에선 '가식(dissemble)'이라고 한다"고 지적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11/19/2019111900312.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