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역장성 56명 초청 음악회서 차려 자세로 애국가 부르자
관객 2000명도 함께 일어나… 의장대 인사 땐 칼 같은 거수경례
92세 김두만 前 공군참모총장 "감격적… 눈물 훔치느라 혼났소"
기독교 복음방송인 극동방송은 학생들의 장학 기금을 마련하기 위해 2015년부터 매년 가을음악회를 연다. 올해 음악회엔 퇴역 장성 등 특별한 손님들이 초대됐다.
극동방송 이사장인 김장환 목사는
"내년 '천안함 폭침 사건 10주기'를 앞두고,
천안함 순직 용사들의 헌신과 조국에 헌신한 원로 장성들에 대한 감사의 뜻을 전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이날 음악회는 지상작전사령부 의장대의 공연으로 시작됐다.
무대에 선 의장대원들이 "전방에 대하여 받들어총!"이라고 외치자,
객석에서 평균 나이 73세인 퇴역 장성들이 칼 같은 거수경례로 답했다.
객석에서 박수가 터져 나왔다.
이필섭(82) 전 합참의장은 "몸이 먼저 반응했다"고 했다.
이어 각 군 대표 군가가 연주됐고, 소리꾼 장사익씨, 가수 인순이씨 등이 공연했다.
퇴역 장성들은 다른 관객들보다 곧게 앉은 자세로 공연을 봤지만, 흥이 날 땐 손뼉을 치며 즐기기도 했다.
김은기(67) 전 공군참모총장은
"조국 위해 몸바친 이들, 퇴역한 지 수십년이 지난 선배 퇴역 장성들의 노고를 잊지 않아 줘서 고맙다"고 했다.
이날 공연에선 내년에 10주기를 맞는 '천안함 폭침 사건' 순직 용사들에 대한 추모 행사도 진행됐다.
북한과 교전 중 순직한 고(故) 김태석 원사의 딸
해봄(14·대전하기중)양이 아버지에게 부치는 편지를 꺼내 들자, 장내가 조용해졌다.
편지를 읽는 김양의 목소리는 떨렸다.
"그동안 일부러 아빠 생각을 피했어요.
눈물이 자꾸 흘러서 그 모습을 아빠가 보면 하늘에서 슬퍼하실 것 같아서요.
하지만 지금은 아빠 사진을 자주 꺼내봐요.
아빠가 대한민국의 바다를 지키기 위해 전우들과 함께 목숨을 바쳤다는 걸 커가면서 잘 알게 됐거든요.
저는 아빠가 너무나도 자랑스러워요. 필승!"
꿋꿋이 편지를 낭독하는 해봄양의 모습에 관객들의 눈물샘이 터졌다.
김태영(70) 전 국방부 장관은
"천안함 장병들을 지키지 못한 당시 군 최고 책임자로서, 자책의 눈물이 흘렀다"고 했다.
이날 참석자 가운데 최고령 퇴역 장성인 김두만(92) 전 공군참모총장이 공연장을 떠나며 말했다.
"퇴역 장성들을 위로해주는 공연이라니… 참으로 감격적이오. 공연 도중 눈물 훔치느라 혼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