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공부

늙으셨습니까? (김홍우, 조선일보 토론마당)

colorprom 2019. 10. 9. 15:50


늙으셨습니까?     

김홍우(khw***) 2019-10-09 14:04:19



 

늙으셨습니까?

 

나이 칠십 살이 왜 늙은 거야...

 

몇 해 전 한 어르신이 한 말씀인데 아내되신 분과 함께 대담 중에

이제는 우리 남편도 늙어서..라는 말이 나오자 대뜸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시면서였습니다.

그때 71세이셨는데 스스로 아직은 늙은이가 아니라고 거듭 거듭 자기 확인을 하셨던 분입니다.


그때 제 나이는 60세 이었는데 제 속으로는

아니.. 저렇게 늙으셨는데도 늙은이가 아니라고 손사래를 치시는구나..하면서도

겉으로는 그저 허허 웃으면서 그 어르신 들으시기에 좋은 말로 대충 얼버무렸지만

이제는 제가 65세가 되고 보니 어쩐지 71살 나이는 늙은이가 아니라고 손사래를 치는 그 대열에

저 역시 합류하고 싶어지는군요..

 

그래요 그래서 65세란 나이 들어감을 인정하여야 하는나이라고 생각합니다.

나이 듦의 시작점이지요.

그리고 그것을 일찌감치 벌써 알아차린 현명하신 분들이 있어서이겠지요.


국가에서도 나이 65노령으로 구분하여 늙은이 취급과 동시에 어르신 대접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많지는 않지만 용돈 비슷한 것도 매월 챙겨준다고 하는데

저는 아직 달수가 다 차지 않아서 받아 보지는 못했기에 실감이 나는 것은 아니지만

궁금하기는 합니다만 사실 가장 더 궁금한 것은 그것을 내 손에 받아 쥘 때에 기분이 어떨까 하는 것이며

그래서 휴 지금도 내 인생을 돌아보는 긴 한숨을 정말 길게 내쉬게도 됩니다.

(그것을 처음 받는 날의 감정을 글로 써서 남겨 놓을 예정이니

저의 글을 읽으시는 분들은 기대하여 주십시오. 허허.)

 

그래서 또 궁금합니다.

나는 내 인생 중에 뭐 그렇게 긴 한숨을 내쉴 만큼 크게 후회하거나 할 만한 일들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이러한 긴 한숨은 왜 나오는 것일까..

혹시.. 그래.. 혹시 나를 삶의 모양과 현재를 더욱 일깨워 주려는 것으로서의 속삭임의 소리는 아닐까..

돌아보라고.. 어떻게 살았느냐고.. 무엇을 해 놓았느냐고.. 그리고 지금 행복하냐고.. 라고 생각을 하게 되니까 쯧, 더 긴 한숨을 또 내쉬게 되네요.. 허허.

 

아마도 이 나이 쯤 되면 그렇게 자신의 일생을 돌아보는 시작점이 되는 것 같군요.

그런데 돌아보면 저는 목회의 날들을 제외하면 그냥 그렇게살았던 것 같습니다.

누군가에게 크게 해를 끼쳐주고는 도망을 다닌 적이 없고 그래서 감옥에 들어가 본 적도 없고..

물론 통금위반이라든가 하는 정도의 사회법규와 규정위반을 해본 적은 여러 차례 있고

또 비슷한 수준의 거짓말을 친구에게 엄마에게 해 본적이 많이 있으며

또 이웃동네 누군가와의 싸움질이 커져서 그날 늦게까지 파출소를 들락거린 적도 있지만

그 대부분이 주로 미성년 어릴 적 일이고 보면

그저 잠깐의 실수로 넘겨 줄 수도 있는 수준의 것들이 아니던가.. 자기변명을 하는 것은 있지마는..

 

그렇게 허물이라면 많지만 그래도 살벌한 모양의 범죄까지로 나아간 것은 거의 기억에 없으므로..

정직함으로 좋은 삶을 살았다고 까지는 못하더라도 거짓으로 점철된 악한 삶을 산 것은 아닌 것 같은데..

나중에 하나님 앞에 서보아야 정확한 판명이 날 것 같습니다.

혹시 이러한 것들도 추궁의 대상이 될까요..

친구들과 어른들 몰래 후미진 곳에 숨어서 담배를 피워 보며 킥킥거리던 일 같은 수준의 몰래저지른 일들

말이지요.. .. 그 후로 다행히도 담배는 피우지 않는 일생을 지냈기에 감사하게 되며

20대 초반 시절 군대 가기 전에 부랄 친구들과 소주를 여러 병 나누어 마시고는

휘청 휘청 취한 발걸음으로 거리를 활보한 적도 있어서 그

광경을 바라보면서 그때 그 한심한 꼬라지들을 바라보시면서 쯧쯧 혀를 차시며

그때 그 신당동 버스 정류장에 그렇게 서 계시면서 우리를 바라보셨던 어르신에게는

지금도 사죄하는 마음입니다.

 

몇 해 전이던가 볼 일이 있어 서울에 올라간 어느 날 저녁 무렵..

시내 한 복판 대로에서 바로 그렇게 술에 취하여 고성을 지르며 지나가는 한 무리의 청년들을

보게 되었습니다.

저 역시 쯧쯧 혀를 차면서 못난 놈들.. 나중에 후회 할 짓을.. 저렇게..속으로 나무랐지요.

그러나 또한 젊은 날의 한 때 치기의 모습이었을 것이라 이해하고

지금은 모두 건실한 모범청년들이 되었을 것이라고 애써 생각하는데

그러면서도 자꾸만 그와 거의 비슷하였던 저의 청년시절 한 때의 모습이 자꾸만 눈앞에 떠오르는군요..

그러니까 나중에 후회하게 될 일은 그 시작부터 막아냈어야 하는데..

 

그때는 또 그렇게 될 일인지 알지 못하니..

다만 앞서 그러한 시절을 앞서 살아보신 어른들의 주의와 교육이 있어야 하는 것이 분명한데

아직도 우리나라는 그 방면의 교육은 그저 되는대로의 모습을 여전히 답습하고 있는 것 같아서

안타깝습니다.

개구리 올챙이적 생각을 못 한다더니.. 개구리가 되어도 생각은 납니다만

그것을 그저 올챙이 적의 아름다움으로만 승화시켜 놓으려는 자기 당위를 딛고 일어서는 욕심 또한

한 번에 밀어낼 수가 없군요.

 

지난 것은 모두 아름답다.라는 말들도 하는데 저는 얼마 전까지만 하여도 적극동의하였지만

지금은 한 발 물러서서 추했던 것은 여전히 추한 것으로 남는다라는 쪽으로 선회하고 있는 중입니다.

그래요, 어렸건 젊었건 잘한 것은 잘한 것이고 잘못한 것은 잘못한 것이며

거기에 대한 인정의 모습이 현재의 늙어가는 모습에 현저히 영향을 미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추한 늙은이가 되지 말아야 한다는 말이 무슨 말이며

또 어떻게 그렇게 되지 않을 수 있는 것인지를 이 나이가 되니 자꾸만 곱씹어 보게 됩니다.

 

주름살은 피할 수 없지만 추한 모양만은 피하자.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그러나 그 피하는 모양이 나중에 가져다 덧붙이는 형국의 옷차림으로도 안 되고

얼굴화장으로도 안 되는 것인 만큼

오직 그 추함의 형성기에 그 근접을 꼭 막아내고 모두 물리쳐야 할 것입니다.

지금의 나를 지키는 것이며 장차의 내 모습을 만드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지금 나의 행함은 곧 나의 만년 모습을 만들고 있는 과정이라고도 할 것인데

그 만큼 만년의 날들이 인생에서 중요하다는 우회적이면서도 직접적인 말이기도 하지요.

 

사람들은 젊은 날을 인생의 꽃으로 비유하여 말하기를 즐겨하지만

그러나 꽃이 필적에는 열매가 없는 법 그리고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신의 열매를 맺어야 하는 것이기에

꽃 보다는 열매 쪽으로 더 많은 수고를 하여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사람의 삶속에 꽃의 시절은 선물로 받아 누리는 것이라 하겠지만

열매의 시절오직 자신의 수고와 노력 그리고 땀의 결실로만 나타나고 이루어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요.. .. 지금도 마음은 마냥 활기찼던 중고등 학생 시절같은데..

그리고 그때에는 시절이 마냥 오래 갈 것만 같았는데 이제는 환갑 진갑도 다 지나고

그러한 그때 제 나이 또래의 아이들로부터 할아버지소리를 듣고 있으니

나보다 일찍 세상을 살았던 분들이 만년 들어 하시곤 하셨다는

먼 하늘에 두둥실 떠가는 흰 구름을 바라보게 된다..라는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를

과연 이제 알게 됩니다.

그래.. 아이들아, 너희는 아직 모르겠지.. 나도 그때는 몰랐으니..

그러나 길게 넉넉잡아도 한 사나흘 뒤가 되면 다 알게 된단다. 세월은 그 만큼 빠르지.. 누구에게나...

 

늙은이는 누구나 다 되어지는 것 그래서 아무 것도 억울할 것이 없는 것이기는 하지만

거의 모든 사람들은 한 결 같은 거부의 모양으로 손사래를 치고 몸부림과 발버둥을 동시에 치면서

입에 먹는 것으로, 얼굴에 바르는 것으로, 헉헉 낑낑 땀을 흘리는 것으로 그리고 몸에 걸치는 것으로

그 늙어 감을 가리어보려고 노력들을 하지요.

그렇게 하여 젊어진 사람은 아무도 없음을 잘 알면서도 말입니다.

하지만 물론 나쁜 것도 아니지요.

그렇게 하여서 젊음까지는 아니라고 하여도

몸도 마음도 건강하여지는 느낌을 갖게 되는 것만으로도 가치가 있습니다.

 

그러나 결국으로는 나이 듦도 늙음도 거부하거나 물리칠 수 없는 것이기에

그 방면으로의 과도한 수고를 연일하기보다는

건강하고 아름다운 늙은이가 되는 것에 그렇게 힘쓰시기 바랍니다.

왜냐하면 늙어서 내어 딛게 되는 길은 대개의 경우 두 가지로

멋진 늙은이가 되는 것과 추한 늙은이가 되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 중간에 그냥 그런 늙은이가 있기는 하지만

어떠한 것으로 이든 만년의 의욕이라고는 찾아 볼 수 없는 그저 무심히 세월에 흘러가는모습이기에

권면드릴 수 없고 않습니다.


그렇습니다. 늙음 속에서는 물론 죽기까지에 이르도록

무엇인가를 하고자 하는 마음 또 해내고자 하는 의욕의 마음을 잃지 마세요.

그래서 우리 모두 행복한 늙은이들이 다 되십시다.

 

산골어부  2019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