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이민’ 가는 사람들 “정치 구호나 광고 피하자”[광화문에서/김유영]
대기업 마케터인 A 씨(41)는 최근 사무실 컴퓨터 초기 화면을 구글로 바꾸고, 스마트폰에서 국내 포털 앱을 지웠다.
인공지능(AI)이 기사를 편집한 뒤로는 깊이 있는 기사는 왠지 별로 보이지 않았다.
때론 입맛에 맞는 기사가 떴다. 하지만 맞춤형이라 자신과 입장이 다르거나 관심 없는 기사는 추천되지 않아
시각이 좁아질까 봐 걱정도 됐다.
최근 실시간 검색어를 특정 세력의 정치 구호나 기업 제품명이 점령하는 걸 보니 도를 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불편한 점은 의외로 없었다.
소셜미디어에서 관심 분야 전문가가 띄우는 뉴스나 e메일 뉴스레터 등을 통해 정보 갈증을 해결했다.
국내 콘텐츠도 ‘보여지는 것’만 소비하지 않고 필요한 정보를 능동적으로 찾게 됐다.
첫 화면에 검색창만 덩그러니 있는 구글을 쓰니 업무에 잘 집중될뿐더러 원본 자료도 잘 찾아진다고 했다.
A 씨처럼 ‘디지털 이민’을 감행하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있다.
민주주의 공론의 장이 되리라 기대했던 국내 포털이 상업주의나 정파성에 물들고 있는 것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특히 AI가 기사를 추천한 뒤 심층 기획보다 실시간 이슈 중심의 발생 기사 노출이 늘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실 검색만 하더라도 국내 포털과 구글의 철학은 확연하게 다르다.
국내 포털은 검색 결과를 자체 페이지에 담아 사람들을 가둬놓고 수익 대부분을 챙겨가지만,
구글은 검색 결과가 담긴 사이트로 연결만 해줄 뿐 콘텐츠까지 담지 않는다.
콘텐츠 생산자에 대한 존중이 담겨 있다.
이는 수익 배분 방식으로도 이어진다.
구글이 운영하는 유튜브에서 ‘거부(巨富) 인플루언서’가 탄생하는 건
광고 수익 절반을 파격적으로 받아가는 이들이 콘텐츠에 공들이는 영향도 크다.
유튜버로 변신한 한 파워 블로거는 “블로그할 땐 재주는 내가 넘고 포털 배만 불려준 것 같다”고 말한다.
김유영 디지털뉴스팀 차장 ab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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