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공부

검찰 인사 (최원규 차장, 조선일보)

colorprom 2019. 8. 27. 16:15



[법과 사회] '노무현 수사 검사' 세 명의 사표


조선일보
                         
             
입력 2019.08.27 03:15

노 전 대통령 수사 검사 세 명, 현 정권서 연이어 사표
'적폐 수사' 검사라고 다르겠나그런 '코드 인사'가 검찰의 비극

최원규 사회부 차장
최원규 사회부 차장


2009년 우병우 대검 중앙수사부 1과장과 함께 노무현 전 대통령을 조사한 검사이었다.
이들은 주임검사인 우 과장이 노 전 대통령을 신문(訊問)할 때 자기가 맡은 분야별로 돌아가면서 배석했다.

그중 김형욱 검사가 2년 전, 이주형 검사는 지난해 각각 검찰을 떠났다.
이선봉 군산지청장은 최근 검찰 인사 직후 사직했다.
박근혜 정부에서 동기들 중 가장 먼저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가 됐던 그는
현 정권 들어 비교적 한직을 돌았고, 최근 인사에서 역시 한직인 부산고검 검사로 발령이 나자 사직했다.
박근혜 정부 민정수석이었던 우병우 전 수석을 빼고 노 전 대통령을 조사한 검사 셋
현 정권 들어 다 검찰을 떠난 것이다.

이들은 능력을 인정받은 검사들이었다.
수사 잘한다는 이유로 차출돼 노 전 대통령 수사에 참여했을 뿐 거기에 어떤 정치적 목적이 있을 리 없다.
그런데 그 이유 하나만으로 정권이 바뀌자 '적폐'처럼 몰려 검찰을 떠났다.

이선봉 검사는 사직의 글을 통해
"(어디든) 가서 열심히 하면 그 자리가 좋은 자리라는 말을 지표로 삼아 근무했다.
저도 사람인지라 항상 그 마음을 유지하고 실천하기가 쉽지 않아
검사 생활을 마무리해야 할 시기가 온 것 같다"고 했다.

먼저 사표를 던진 이주형·김형욱 검사도 비슷한 마음이었을 것이다.


현 정권의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을 수사한 서울동부지검의 지휘부 세 명

윤석열 검찰총장 취임을 전후해 검찰을 떠났다.

검사장과 차장검사는 승진에서 탈락하자 사직했고, 부장검사는 지방 발령을 받고 사표를 냈다.


사실 이 수사는 '50점짜리'였다.

전(前) 정권 인사 '찍어내기'에 개입한 혐의로 청와대 전 인사비서관과 전 환경부 장관을 불구속 기소하긴

했지만 청와대 인사수석은 소환조차 하지 못했다.

어느 정도는 청와대 눈치를 본 수사다.

그런데도 이런 보복 인사를 가했다.

이번 검찰 인사 파동으로 검사 60여명이 옷을 벗었다.

핵심 요직은 윤 총장과 가깝거나 이른바 '적폐 수사'에서 공을 세운 검사들이 독식했다.


윤 총장박근혜 정부 시절 '국정원 댓글 사건'의 수사 외압을 폭로했다는 이유로 한직을 떠돌다

현 정권 들어 화려하게 복귀한 사람이다.

그런 아픔을 겪은 그의 인사는 뭔가 다를 줄 알았는데 오히려 더 심한 '코드 인사'였다.

그는 취임 인사차 국회를 찾은 자리에서 검찰 인사 파동을 두고 "합리적 인사"라고 했다고 한다.

정말 그게 진심이라면 절망스러운 일이다.

검찰 인사윤 총장도 목소리를 냈겠지만 기본적으로 정권의 인사다.

법무부 장관 후보자인 조국씨가 민정수석으로 그 인사에 관여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자신이 쓴 책에서 "검찰 개혁의 핵심은 인사"라고 했다.

후보자도 같은 입장이었다.

그는 어제도 "검찰 개혁을 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실상 검찰에 '충견(忠犬) 노릇만 하라'는 코드 인사를 했다.

뻔뻔하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는다.

이런 인사에 결국 상처받고 썩는 건 검찰이다.

장담컨대 지금 '노무현 수사 검사의 사표'를 쓰듯 정권이 바뀌면 누군가 '적폐 수사 검사의 퇴장'을 쓸 것이다. 그게 우리 검찰 의 비극이다.


이번 인사 파동 와중에 한 검사가 가슴에 와 닿는 사직의 변(辯)을 남겼다.

박근혜 전 대통령을 조사했던 그는

"최근 수사·재판을 하면서 인생이 그다지 길지 않고

지금 좋아 보이는 자리·권력·재물이 계속 좋은 게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됐다"고 했다.


지금 잘나간다고 생각하는 검사들은 옷깃 여미고 이 말을 가슴에 새겼으면 한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8/26/2019082603020.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