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전 대통령 수사 검사 세 명, 현 정권서 연이어 사표
'적폐 수사' 검사라고 다르겠나… 그런 '코드 인사'가 검찰의 비극
![최원규 사회부 차장](http://image.chosun.com/sitedata/image/201908/26/2019082603013_0.jpg)
이들은 능력을 인정받은 검사들이었다.
현 정권의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을 수사한 서울동부지검의 지휘부 세 명도
윤석열 검찰총장 취임을 전후해 검찰을 떠났다.
검사장과 차장검사는 승진에서 탈락하자 사직했고, 부장검사는 지방 발령을 받고 사표를 냈다.
사실 이 수사는 '50점짜리'였다.
전(前) 정권 인사 '찍어내기'에 개입한 혐의로 청와대 전 인사비서관과 전 환경부 장관을 불구속 기소하긴
했지만 청와대 인사수석은 소환조차 하지 못했다.
어느 정도는 청와대 눈치를 본 수사다.
그런데도 이런 보복 인사를 가했다.
이번 검찰 인사 파동으로 검사 60여명이 옷을 벗었다.
핵심 요직은 윤 총장과 가깝거나 이른바 '적폐 수사'에서 공을 세운 검사들이 독식했다.
윤 총장은 박근혜 정부 시절 '국정원 댓글 사건'의 수사 외압을 폭로했다는 이유로 한직을 떠돌다
현 정권 들어 화려하게 복귀한 사람이다.
그런 아픔을 겪은 그의 인사는 뭔가 다를 줄 알았는데 오히려 더 심한 '코드 인사'였다.
그는 취임 인사차 국회를 찾은 자리에서 검찰 인사 파동을 두고 "합리적 인사"라고 했다고 한다.
정말 그게 진심이라면 절망스러운 일이다.
검찰 인사는 윤 총장도 목소리를 냈겠지만 기본적으로 정권의 인사다.
법무부 장관 후보자인 조국씨가 민정수석으로 그 인사에 관여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자신이 쓴 책에서 "검찰 개혁의 핵심은 인사"라고 했다.
조 후보자도 같은 입장이었다.
그는 어제도 "검찰 개혁을 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실상 검찰에 '충견(忠犬) 노릇만 하라'는 코드 인사를 했다.
뻔뻔하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는다.
이런 인사에 결국 상처받고 썩는 건 검찰이다.
장담컨대 지금 '노무현 수사 검사의 사표'를 쓰듯 정권이 바뀌면 누군가 '적폐 수사 검사의 퇴장'을 쓸 것이다. 그게 우리 검찰 의 비극이다.
이번 인사 파동 와중에 한 검사가 가슴에 와 닿는 사직의 변(辯)을 남겼다.
박근혜 전 대통령을 조사했던 그는
"최근 수사·재판을 하면서 인생이 그다지 길지 않고
지금 좋아 보이는 자리·권력·재물이 계속 좋은 게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됐다"고 했다.
지금 잘나간다고 생각하는 검사들은 옷깃 여미고 이 말을 가슴에 새겼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