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공부

[홍콩사태]홍콩 시위는 한국 밀레니얼 세대를 비추는 거울 (우고운 기자, 조선비즈)

colorprom 2019. 8. 26. 18:45



[팀장칼럼] 홍콩 시위는 한국 밀레니얼 세대를 비추는 거울

                    
조선비즈


                
입력 2019.08.26 06:00

"우리가 하는 일은 우리 자신을 보호하고 다음 세대를 보호하는 것이다.
기성세대가 책임을 지지 않았기 때문에 어쩔수 없이 우리가 해야 한다"

지난 6월 9일 범죄인 인도법안(송환법) 반대로 촉발된 홍콩 시위가 석달째 홍콩을 뒤흔들고 있다.
수천명의 시위대가 경찰과 충돌하며 크고 작은 사건과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심상치 않은 시위 확산에 홍콩 국제공항은 폐쇄되고 항공편이 무더기로 취소되면서
전 세계인들의 발목을 잡았다.

놀라운 점은 홍콩의 10~20대 젊은이들시위대의 주축을 이루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은 지난 2014년 홍콩 민주화 운동 ‘우산혁명’의 상징인 검은색 옷을 입고 우산으로 무장한 채
"우리가 하지 않을 경우 아무도 하지 않을 것"이라며 경찰들의 강경 진압에 용감히 맞서고 있다.

인구 700만명의 홍콩에서 하루 최대 200만명이 참여한 기록적인 시위의 동력은 다름아닌 밀레니얼 세대다. 밀레니얼 세대(Millennials Generation)는 1980년대 초반~2000년대 초반에 출생한 세대를 뜻한다.
IT기술이 급격히 발달하던 때 성장해 모바일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 능숙한 것이 특징이다.
이번 홍콩 시위대도 SNS에 뉴스와 동영상을 끊임 없이 올려 전 세계에 지지를 호소했다.

홍콩의 밀레니얼 세대 중에서도 1997년 주권 반환 이후 태어난 이들은
새로운 홍콩에 대한 열망이 남다른 것으로 알려졌다.
부모 세대에 비해 정치적 자유를 누리지 못한 것은 물론
경제적으로도 극심한 양극화를 겪고 있는 세대이기 때문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밀레니얼 세대가 주도하는 홍콩 시위대에 대해
"지난 1989년(톈안먼 민주화 사태 때) 학생들보다 훨씬 더 세련되고 정치적으로 빈틈이 없으며,
정보에 민첩하고 서로 연결돼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도 "(홍콩의 경우처럼) 리더가 없는 시위의 경우
유연성과 회복탄력성이 큰 것이 장점이지만, 소통의 흐름을 바꾸기가 쉽지 않다"는 이유로
시위가 장기화될 것을 우려했다.

오랫동안 쌓여온 세대 간의 갈등이 일시에 폭발하는 것은
시대와 국가를 초월해 반복돼 온 인류 역사의 한 부분이다.
밀레니얼 세대가 중심에 선 홍콩 시위 역시 넓은 의미에서 그 연장선에 있다.
홍콩 사회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는 위기감과 공정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밀레니얼 세대의 열망이
무기력한 기성세대에 대한 분노와 맞물려 폭발한 것으로 보는 의견이 많다.

홍콩 시위는 한국 밀레니얼 세대를 비추는 ‘거울’ 역할도 하고 있다.
부모 세대보다 교육 수준은 훨씬 높지만
사회가 갈수록 정치·경제적으로 양극화되면서 좌절감에 빠진 세대라는 점에서
상호 공통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 개혁에 대한 열망이 크지만 경제 상황 악화로 힘을 쓰지 못하는 것도 비슷하다.

한국의 밀레니얼 세대들은 특히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사회생활을 시작한 탓에
고용 감소, 일자리질 저하 등을 겪었다.
다른 세대에 비해 결혼과 출산, 내집 마련을 포기하거나 미루는 경향도 짙어지고 있다.

홍콩 시위를 주도한 조슈아 웡(黃之鋒)은 한국의 촛불 집회에서 영감을 얻었다며
한국인들에 홍콩 시위 지지를 호소하기도 했다.
2016년 10월 29일부터 20주 동안 매주 열린 촛불 집회를 통해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 선고를 끌어낸 한국의 촛불집회
홍콩 시위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줬다는 것이다.

한국의 밀레니얼 세대는 2017년 기준으로 1093만명이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2025년엔 전 세계 인구의 80% 이상이 밀레니얼 세대로 채워진다는 관측도 있다.
약 5년 뒤엔 주력 경제활동 인구가 되는 동시에 정치적으로도 영향력 있는 세력으로 부상하게 되는 것이다.

이번 홍콩 시위가 지금의 밀레니얼 세대가 주도해 나갈 미래의 한국에 어떤 영감을 줄지
지켜봐야할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