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공부

'지금 당장 당신의 SNS 계정을 삭제해야 할 10가지 이유' (백영옥, 조선일보)

colorprom 2019. 7. 20. 15:51



[백영옥의 말과 글] [108] '고객'이 아니라 '상품'


조선일보
                         
  • 백영옥 소설가
             
입력 2019.07.20 03:12

백영옥 소설가
백영옥 소설가


"페이스북의 초대 대표인 숀 파커는 말했다.
사용자들의 관심과 시간을 최대한 빼앗으려면,
다른 누군가가 온라인 사진이나 포스트 같은 것들에 '좋아요'를 누르거나 댓글을 남겨주는 방식으로
약간의 '도파민'을 공급할 필요가 있다.
이런 과정은 사회적으로 확인받은 피드백 루트이며 인간 심리의 취약성을 이용하는 방식이다."

심리학자들이 지적하듯 SNS가 행복 지수를 낮추는 건
그곳이 '진짜 나'가 아니라 '되고 싶은 나'를 표현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타인과 비교해 자신의 위치를 가늠하는 인간 심리 때문인 것이다.

하지만 재런 러니어의 책 '지금 당장 당신의 SNS 계정을 삭제해야 할 10가지 이유'를 읽은 후,
여기에 더 구조적인 이유가 있다는 걸 알았다.

가령 우리는 스타의 선행보다 이혼 기사를 더 많이 클릭한다.
테러나 금융 위기 등 부정적인 피드백은 늘 클릭 우위를 점하고, 언론과 기업은 이것을 놓치지 않는다.
알고리즘은 이것을 반영해 뉴스피드를 조정한다.
SNS는 비교를 팔고, 광고는 불안을 판다.
여행 광고에서 "너는 어디까지 가봤니?"라고 묻고,
펫 보험 광고 속 강아지는 "댕댕이 보험 왜 나만 없어!"라고 외친다.

재런 러니어는 '가상현실'이라는 이름을 최초로 고안한 컴퓨터과학자다.
그는 소셜미디어를 '담배'가 아니라 '납이 든 페인트'에 비유한다.
납이 해롭다고 페인트칠 금지를 주장하는 사람은 없지만,
여론과 법률 제정으로 납을 함유하지 않은 페인트가 새로운 표준이 됐다는 것이다.

SNS 중독은 이제 알코올이나 도박 중독만큼 흔해졌다.
역설적이게도 중독은 끊는 것보다 줄이는 게 더 힘들다.
이것이 그가 SNS 시스템의 새 표준을 촉구하고, '계정 삭제'를 주장하는 이유다.

빅데이터가 고객의 마음이라는 말은 무슨 뜻일까.
SNS 서비스가 공짜인 이유 말이다.
우리가 '고객'이 아닌 '상품'이란 뜻이다.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7/19/2019071902633.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