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2019.07.17 03:11
당신이 나를 지독하게, 정말 지독하게 대접한 것을 내가 기억하고 있다는 걸 알아야 해. 알겠어?
만약 내가 모를 거라 생각하고 우쭐거린다면 당신은 바보야.
다정한 말 몇 마디로 날 위로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당신은 천치야.
또 내가 복수도 안 하고 가만있을 거라 생각한다면 그렇지 않다는 걸 곧 보여주겠어.
ㅡ에밀리 브론테 '폭풍의 언덕' 중에서.
나를 괴롭힌 사람을 용서하는 일은 쉽지 않다.
ㅡ에밀리 브론테 '폭풍의 언덕' 중에서.
나를 괴롭힌 사람을 용서하는 일은 쉽지 않다.
그러나 증오하는 마음을 지속시키고 복수를 실행하려면 엄청난 에너지를 소진해야 한다.
상대를 부숴버리는 데 성공한다 해도 나 또한 함께 무너질 수밖에 없다.
에밀리 브론테의 장편소설 '폭풍의 언덕'에서
에밀리 브론테의 장편소설 '폭풍의 언덕'에서
히스클리프는 주위 사람들은 물론 자기 자신까지도 파멸시키는 인물이다.
고아였던 자신을 거두어준 언쇼씨가 죽은 뒤 그 아들에게 모진 학대를 받았던 히스클리프는
사랑했던 캐서린마저 린턴과 결혼하자 복수심에 불탄다.
그는 광적으로 캐서린에게 집착하며 언쇼와 린턴, 두 집안을 몰락시키지만
승리감도 잠시, 눈도 감지 못하고 쓸쓸히 죽음을 맞는다.
'당신이 나한테 이럴 수는 없어. 가만있지 않을 거야. 두고 봐'라는 저주는
'나는 상처받았어. 날 좀 사랑해줘. 더 크게 보상해줘'라는 요구와 다르지 않다.
그러나 밉다, 싫다 반복해서 불평하고 사사건건 잘못을 지적하는 이에게 호의를 갖고
그가 바라는 것을 선물해 줄 사람은 없다.
그런 일방적 순애보는 세상이 나를 중심으로 돌아간다고 믿는 어린 마음속에서만 가능하다.
부모나 조상이 당한 멸시와 고통을 되갚아주겠다는 다짐은 자손이 품을 수 있는 당연한 감정이다.
부모나 조상이 당한 멸시와 고통을 되갚아주겠다는 다짐은 자손이 품을 수 있는 당연한 감정이다.
전쟁이나 외교로 틀어진 나라와 국민이 갖는 적개심도 자연스러울지 모른다.
하지만 수출 규제로 기업들은 애가 타는데
해결책도 찾지 못한 상태에서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어떤 도움이 될까.
두 집안을 망가뜨린 히스클리프보다 "저는 아저씨처럼 되진 않을 거예요" 하며 사랑의 싹을 심은
캐서린의 딸, 캐시의 지혜가 어느 때보다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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