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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덕의 新줌마병법] 예순넷, '팔팔청춘'에 쓰는 이력서 (조선일보)

colorprom 2019. 7. 16. 18:24


    

[김윤덕의 新줌마병법] 예순넷, '팔팔청춘'에 쓰는 이력서


조선일보
                         
             
입력 2019.07.16 03:14

방송사서 38년 일한 전직 PD, 인생 2막으로 지게차에 도전
중장비학원서 청년들과 함께 흙먼지 쓰며 연습 또 연습
"마침내 딴 지게차 면허증이 대통령 표창장보다 좋더라"

김윤덕 문화부장
김윤덕 문화부장


안녕하십니까. 저는 경남 산청 지리산 자락에서 태어나 38년을 방송밥 먹고 살아온 전직(前職) 시사교양 PD올시다. 키는 작지만 반달곰 뺨치는 옹골찬 체력으로 육군 현역으로 만기제대 하였으며, 작년 6월 현업에서 물러났으나 나이는 숫자일 뿐. 카톡·구글·마인크래프트는 물론이요, 워드·PPT·엑셀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스마트 실버족'입니다. 아, 은퇴 후 뉴질랜드를 2주간 배낭여행 한 것도 경력이 될까요? 토익 시험은 봐본 적 없으나, 닥치면 영어가 튀어나오는 놀라운 재능을 지니고 있답니다. 한데 왜 지게차 기사 부문에 지원했느냐고요? 사연은 다음과 같습니다.



나랏일에 감 놔라 배 놔라 하며 정치·사회 현장을 쫓아다닌 제겐, 농촌에 대한 막연한 동경이 있었습니다. 유년 시절 맨발로 밟아본 마늘밭의 그 따뜻하고도 부드러운 흙의 감촉을 한시도 잊은 적 없지요. 은퇴 후 달려간 곳이 경기도 연천입니다. 제초제나 화학제를 쓰지 않는 800평 복분자밭에서 40일간 유기농법을 배웠습니다. 뙤약볕 아래 땀방울을 쏟으며 작물 선택부터 재배, 판로 개척까지 농사가 결코 낭만이 아니란 사실을 절감했지요. 더불어 고령화 심각한 우리 농촌에 기계화가 필요하다는 사실도 깨달았습니다. 청장년들 떠난 농촌에서 연로한 어르신들이 봄에 땅을 파지 못해 놀리는 농토가 많다는 것에 충격을 받은 저는 굴착기와 지게차 면허를 따내 농업 현장에 일조해야겠다 다짐한 것입니다.



문산 중장비전문학원에 등록한 것이 지난 4월입니다. 운전면허 1종에 40년 운전대 잡았으니 '굴착기쯤이야~' 얕봤던 것인데, 오만이었습니다. 책을 들여다보니 까만 건 글자고 흰 건 종이일 뿐, 도통 못 알아먹겠더군요. 붐, 암, 버켓, 유압, 베토판, 캐리지…. 까막눈이 따로 없습니다. 예상 문제 3000개를 통째로 외워 필기시험은 100점 만점에 63점으로 어찌어찌 턱걸이했습니다만, 문제는 실기였습니다. 굴착기에 오른 첫날, 한겨울 사시나무 떨 듯 온몸이 떨려오더군요. 100명의 출연진을 진두지휘하며 생방송을 연출할 때도, 대통령 인터뷰차 청와대에 들어갔을 때도 이렇게 떨진 않았습니다. 입만 열면 "안전!"을 외치는 조카뻘 젊은 강사는 늙은 학생의 작은 실수에 호각을 빽빽 불어대며 어찌나 야단을 치던지요. 차에만 오르면 머리가 백지장처럼 하얘져서는 여덟 개 레버의 기능이 뒤죽박죽 헷갈리기 시작하니 차가 그야말로 트위스트를 추었습니다.

[김윤덕의 新줌마병법] 예순넷, '팔팔청춘'에 쓰는 이력서
/일러스트=이철원


'에라, 때려치우자!' 하고 목수건을 패대기칠 때마다 저를 잡아준 건 같은 반 청년 수험생들입니다. "형님,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 없습니다. 그저 많이 타봐야 해요. 형님은 할 수 있습니다!" 연습시간 양보해주고 커브 도는 법 보여주던 이 멋진 청년들이 지게차 모는 풍경을 여러분도 한번 보셨어야 하는데요. 김연아 선수가 얼음판에서 피겨를 타듯, 그 육중한 기계차를 주행하다 회전하고 멈춰 섰다 다시 달리는 모습은 그야말로 예술이었습니다. 평소 '요즘 것들은~' 하며 혀를 차던 나 자신이 얼마나 부끄럽던지요. 하루하루 맹렬하게 사는 그들과 함께 아침 9시부터 밤 7시까지 수백 바퀴씩 연습하고 돌아와 흙투성이 옷을 빨 때면 땀인지 눈물인지 모를 짜디짠 맛이 온몸을 적셨습니다.



마침내 굴착기 시험을 통과하고, 지게차마저 합격했을 땐 '사법고시에 붙어도 이보다 기뻤을까' 싶을 만큼 행복하더군요. 제 얼굴 사진 박힌 면허증이 대통령 표창장보다 자랑스러웠지요. 잉여인간으로 집에서 눈칫밥 안 먹어도 된다는 안도는 말할 것도 없습니다. 레너드 코헨은 '내가 내 인생의 지휘자가 아니란 걸 나이 들며 확신했다'고 했지만 저는 아닙니다. 평생 머리로만 살던 삶을 몸으로 바꾸는 대반전을 스스로 일궈냈으니 어찌 대견하지 않은가요.

나이 육십에 신입사원 몫을 해낼 수 있느냐고요? 물론입니다. 과거는 과거일 뿐! 부장 국장 전무는 흘러간 영광이요, 거리에 서면 저는 일개 아저씨일 뿐입니다. 스무 살 서른 살 어린 사람들이 지시해도 "옙!" 하고 달려가 맡은 바 업무를 수 행할 자신 있습니다. 월급은 형편 따라 주셔도 좋습니다. 주중엔 산업전선의 꽃으로, 주말엔 농촌 어르신들의 손과 발로 인생 2막을 힘차게 열고 싶습니다. 부디, 일할 기회를 주시면 안전 최우선, 생산 효율의 극대화, 인화 단결에 힘쓰며 역사에 이름을 남기는 지게차 기사가 돼볼까 합니다.

아, 제 이름을 빼먹었군요. 저는 1956년 원숭이띠, 손·형·기올시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7/15/2019071502686.html



류현종(yoo****)모바일에서 작성2019.07.1615:12:49신고
살다보니 인생이란 가치추구입니다
물질도 명예도 아니라지만 일용할 양식은 걱정이 없게 해야하고 적합한 명예도 필요합니다
요즘 100세 시대이니 은퇴후 남은기간 어떤것에 가치를 두고 사느냐하는 겁니다
귀하께서는 농촌일손 돕겠다는데 의미를두는것 같은데 그 도전정신은 귀감이됩니다
손떨리지 않게 운동 열심히 하고 좋은일 많니하시기 바랍니다
농사일 돕는것만 생각하지 마시고 수십년 해왔던일을 전수해주는것도 의미가 있을겁니다
은퇴후 10년이 지나도 흔히 말해 돈도 되지 않는일 아니 돈이 들어가는일이라 해도 일이 너무 많습니다 주위에 이렇게 일이널려 있다는 것을 예전엔 몰랐습니다 귀하께서 성공하기를 바랍니다
이원열(cys0****)모바일에서 작성2019.07.1614:43:17신고
굴삭기 일당이 65만원 입니다. 그런데 일못하면 현장에서 장비 빼라고 합니다.
일머리 배우는 것도 5년 걸립니다. 그때부터 기사대접 해줍니다. 일은 그후의 일이죠.
정신적스트레스 장난 아닙니다. 초보 노인분들은 절대 현장에서 고용하지 않습니다
이원열(cys0****)모바일에서 작성2019.07.1614:38:57신고
산골에들어가 공부나 하고 봉사나 다녀라. 노인내들 굴삭기 못한다, 어지러워서
내가 굴삭기 30년 기사다. 나도 손발이 옛날하고 느려서 젊은친구들 한테 밀린다. 은퇴해야 할것 같다. 50대초반이면 다들 손정리한다. 나이먹으면 솔직히 모든게 느려지고 안보이고 정신없고 쉽게 지친다. 한번도 쉬지 못하고 굴삭기에 앉아 있는것도 고역이다.
다른일 추천합니다. 자격증있다고 현장나가는것 아닙니다.
박경무(so****)2019.07.1612:18:46신고
한숨짓고 아파트 경비원 응모하는것보다 천배 낫습니다.
나이가 들면 새로운일 적응이 쉬운일은 아니지만 젊은친구들도 그건 똑같습니다.
다만 근육과 눈등이 예전 같지 않지요.
이렇게 은퇴나이에 일하는 모습이 많아질수록 나라와 가정이 발전합니다.
보고 배우는 가족에는 아마 빈둥족 없을겁니다.
죽을때 죽더라도 한번 인생을 매일 발전시키는게 교육입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7/15/2019071502686.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