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파 이데올로그의 변신… 주대환 바른미래당 혁신위원장
"나는 민노당을 떠난 뒤로 친구를 바꿔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얼마 전 그는 바른미래당 혁신위원장을 맡았다.
"보수(保守)가 이기려면 '태극기 부대'로는 안 되고 호남과 청년들에게 어필할 수 있어야 한다.
―20·30대 정서가 어떤지를 정확히 알고는 있나?
"이들은 부모 세대의 경제력 덕분으로 선진국의 제도와 문화를 체화했다.
―주 선생이 한때 노동자에 대해 그랬던 것처럼,
"그건 두고 봐야겠다. 하지만 기존 정당은 젊은이들을 양복 입혀서 데려와 당 선전용으로만 썼다.
―그런 차별성이 얼마간 성공한들, 보수당이 지금 같은 분열 상태로 가면 표(票)가 나눠져
"정확한 지적이다.
―젊은 층 지지는 심상정 의원이 속한 정의당 등이 상대적으로 많이 받고 있는데?
"나는 지금 좌파를 구한말 '위정척사파'의 후예로 본다.
―현 정권에서 '586 운동권'이 청와대뿐만 아니라 국회, 정부 부처, 공공기관 곳곳에 포진한 것은
"이들에게는 선배 세대에서 볼 수 없는 기형적 측면이 있다.
―따지고 보면 주 선생 세대가 586을 배후 조종하고 키운 것 아닌가?
"나는 소위 80년 봄 당시 배후 조종을 했던 지하 조직 '무림'의 1978년 책임자였다.
―'주사파' 운동권은 서울대생 김영환이 1983년 북한 단파 방송을 베낀 '강철서신'을 경전(經典)
"나는 1970년대에 이미 단파 라디오로 북한 방송을 들었다.
―지하에서 활동하던 주 선생이 1992년 무렵
"동구권과 소련 붕괴로 레닌주의의 미몽(迷夢)에서 확실히 깨어났다.
―민노당에서 핵심 당직인 정책위 의장을 맡았다.
"노동자 당원들은 사실 우리 같은 사람에게 고마워하지 않았다.
―운동권이 현실을 모르는 것은
직장에 들어가든 구멍가게를 하든 직접 돈벌이를 안 해봐서 그런 게 아닐까.
노동운동을 할 때는 소위 자본과 기업을 적대시했지만
나이가 들수록 그 가치를 인정하게 되지 않던가?
"나이를 먹고 철이 들면서 당연히 그런 과정을 거쳤다."
―주 선생이 쓴 책에는
'나는 4·19의 시(詩)만 읽은 게 아니라 5·16의 밥도 먹고 자랐다'는 부제를 달아놓았던데?
"우리가 젊었던 시절 김수영(金洙暎) 시인 바람이 불었다.
김수영을 정신적인 아버지로 여겼는지 모른다.
반면 지질하고 기회주의적인 현실 얘기를 하는 아버지가 부끄러웠다.
세월이 흐르니 내가 못난 아버지의 밥을 먹고 자랐구나 하고 깨달았다.
박정희·김종필의 지지자였던 아버지를 이해하게 됐다."
―2008년 종북·주사파 논쟁이 벌어지면서 민노당은 깨지고, 주 선생은 아예 정치판을 떠났는데?
"수적으로 많은 조직원을 장악하고 있던 주사파가 당의 패권을 잡았다.
영국 노동당 같은 그런 정당을 만들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보였으면 남았을 텐데…."
―그 뒤로 좌파를 향해 수구적이고 시대착오적이라고 비판하자,
과거의 동지나 선후배로부터 '변절자'로 매도당했다.
인간은 관계 속에서 사는데 이런 따돌림을 극복하는 것은 쉽지 않았을 텐데.
"어떤 친구와는 지금도 만나면 언쟁이 붙지만. 대다수는 내가 걸어온 행로를 알기 때문에 나를 이해했다.
나는 그쪽에 몸담고 있는 동안에도 586의 잔소리꾼으로 살아왔다.
이들과 관계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선배의 위상이 달라졌다.
고(故) 김근태 의원처럼 586과 좋은 관계를 이루면 존경받았고, 김지하처럼 잔소리를 하면 공격받았다."
―얼마 전 한 세미나에서 "오늘날 민주노총이 보이는 행태는 '괴물(怪物)의 난동'이다.
괴물을 죽이든지 우리에 가두든지 해야 한다"고 말했는데?
"좀 심한 말을 했지만, '내 청춘을 노동운동에 바쳤던 결과가 이런 것인가'라는 회한이 있다.
심지어 내 아내도 구로공단에서 가장 전투적인 노조를 만든 활동가였다.
하지만 지금 민노총은 우리 사회의 최고 기득권자가 됐다.
이들의 오만한 행태를 보는 젊은 친구들에게
'그때 노동운동을 했던 나는 이런 결과가 될 줄 예상 못했다'는 답밖에 할 수 없다.
일종의 자기 변명을 하는 것인데…."
―주 선생은 "지금 민노총은 1987년 체제가 낳은 기득권"이라고 했는데?
"1987년 대통령 직선제 개헌 등 민주화 이후 노동조합이 잘 조직되면서 대기업 노동자는 기득권자가 됐다.
상위 10%인 대기업 노동자와
그 외 중소·하도급 기업 노동자와 비정규직으로 나눠지는 노동시장의 이중 구조가 만들어졌다.
갈수록 그 격차가 벌어졌다.
지금 민노총 주도의 노동운동은 상위 10%의 기득권을 지키고 불평등을 확대해온 것이다.
또 기성세대와 청년 세대 간 이해가 대립할 때도 노동운동은 노골적으로 기성세대 편이 됐다."
―요즘 쟁점이 되고 있는 최저임금 인상 문제를 어
떻게 보나?
"노동시장의 이중 구조, 그 기득권을 그대로 두고 감상적 선의와 환상에서 내놓은 정책이다.
먼저 노동 개혁부터 손을 대야 했다.
박근혜 정권에서 겨우 이뤄놓았던 취업규칙 변경 요건 완화 등 노동 개혁을 현 정권이 원점으로 되돌려놓았다. 현 정권은 입으로는 사회적 약자를 위한다지만 사실은 민주노총·공무원노조·전교조 등
기득권 세력과 손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