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2019.05.14 16:57 | 수정 2019.05.14 17:24
렌치 前이탈리아 총리 "쿨한 포퓰리즘, 집권하면 망한다"
"트럼프 트윗 ‘뭐 나올까’ 걱정하는 요즘은 비정상적"
"올바른 정부는 국민에게 ‘지속가능한 도움’ 준다"
"트럼프의 다음 트윗을 걱정하는 지금은 상당히 비정상적인 상황이다.
"트럼프 트윗 ‘뭐 나올까’ 걱정하는 요즘은 비정상적"
"올바른 정부는 국민에게 ‘지속가능한 도움’ 준다"
"트럼프의 다음 트윗을 걱정하는 지금은 상당히 비정상적인 상황이다.
전 세계 동맹 관계가 이런 포퓰리즘 때문에 흔들리고 있다.
포퓰리즘은 당장 달이라도 따다 줄 수 있을 것 같은 환상을 심어주지만 분명히 망하고 말 것이다."
마테오 렌치(44·Matteo Renzi) 전 이탈리아 총리는
마테오 렌치(44·Matteo Renzi) 전 이탈리아 총리는
2014년 최연소(39세)로 총리에 오르며 ‘돌풍’을 일으킨 젊은 정치인이다.
그는 기성 이탈리아 정치인들의 선심성 복지 정책 때문에 국가 재정 건전성이 파탄 난 상황에서
포퓰리즘 악순환을 끊은 ‘묘수’를 뒀다.
상원 의원수를 315명에서 100명으로 줄이는 것을 골자로 한 개헌안을 내놓은 것이 그것이다.
결국은 부결됐지만 당시에 이탈리아 정치의 고질병을 치유할만한 처방을 내놓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http://image.chosun.com/sitedata/image/201905/14/2019051402197_0.jpg)
14일 조선일보 주최로 열린 제10회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ALC)에서 만난 그는 솔직하고 거침이 없었다.
그는 ‘솔직히 말해서(Frankly Speaking)’라는 표현을 즐겨 사용했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혹은 ‘지속가능성’이라는 단어도 썼다.
그는 "미래를 염두에 두지 않은 포퓰리즘은 결국 망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과거 CNBC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과거 CNBC와의 인터뷰에서
"내가 총리직을 맡은 시점이 트럼프 행정부가 아니라 오바마 행정부였다는 게 큰 행운이었다"는 발언을 해
화제가 됐었다. 렌치 전 총리는 이날 인터뷰에서도
"기본적으로 미국 대통령을 존중하지만 솔직하게 나의 생각을 말한다"며
"미국은 전통적으로 집권당이 공화당이든, 민주당이든 상관없이 계속 유럽과 함께 협력을 해왔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거기서 모든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을 비롯해 세계 각국으로 번지는 ‘포퓰리즘’ 바람이 전세계 동맹관계를 깨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을 비롯해 세계 각국으로 번지는 ‘포퓰리즘’ 바람이 전세계 동맹관계를 깨고 있다고 주장했다.
렌치 전 총리는 "과거에는 국가간 동맹관계가 형성됐기 때문에 예측이 가능했고,
이런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파병과 국가 정책도 큰 틀 안에서 결정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지금은 다음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는 무엇일까 고민해야하고,
오히려 기다릴 수 없는 상황에서 (각국은) 알아서 전략을 짜야하는 셈"이라고 했다.
이렇게 형성된 각국 전략은 자국우선주의 정책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포퓰리즘 정당이 기존의 중도 보수, 중도 진보 정당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절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탈리아의 경우 포퓰리스트들은 처음에는 인상 깊은 파도를 몰고 왔다.
─포퓰리즘 정당이 기존의 중도 보수, 중도 진보 정당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절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탈리아의 경우 포퓰리스트들은 처음에는 인상 깊은 파도를 몰고 왔다.
상당히 ‘쿨(cool)’하다고 느껴질 정도였다.
정부에 대항할 때는 쉬운데, 막상 집권을 하게 되면 포퓰리즘 정부의 한계가 드러난다.
지금은 이탈리아 새 정부 곳곳에서 위기의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결국 시간이 흐르면 포퓰리즘 정당은 현실에서 공격 당하고 다시 기존 정당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포퓰리즘 정당은 절대 그들이 내놓은 약속(공약)을 실현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 이탈리아의 경우,
─ 이탈리아의 경우,
저소득층에게 금전을 지원해 주는 ‘기본소득(시민소득)’ 정책이 시행됐다.
국민들에게 독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기본소득은 결국 국민들에게 좋지 않은 수단이 될 것이다.
"기본소득은 결국 국민들에게 좋지 않은 수단이 될 것이다.
(기본소득이 주는) 메시지는 궁극적으로 국민 교육정책에 반(反)한다.
사회가 개인의 최소 생계를 도와주는 것은 좋다.
하지만 자칫하면 국민은 기본소득과 관련해 ‘걱정마. 매달 내가 수표를 줄테니까 집에서 놀고 있어’라는
엉뚱한 메시지로 받아들 일 수 있다.
이건 올바르지 않다.
정부는 국민에게 ‘지속가능한 도움’을 줘야한다. ‘제발 노력해라’라는 메시지를 줘야한다.
기본소득은 국가 경제적으로도, 국민에 대한 교육 차원에서도 역효과를 낼 가능성이 높다."
![](http://image.chosun.com/sitedata/image/201905/14/2019051402197_1.jpg)
─글로벌 투자 대가들은
갈수록 확산되는 포퓰리즘 정치 상황을 세계 자본시장의 최대 위협으로 꼽았다.
동의하는가.
"포퓰리즘은 기본적으로 과거 정권에 대항하는 움직임으로 탄생했다고 보면 보다 수월하다.
"포퓰리즘은 기본적으로 과거 정권에 대항하는 움직임으로 탄생했다고 보면 보다 수월하다.
포퓰리즘은 기본적으로 세계 경제에 위협이 될 수밖에 없다.
많은 기업들은 포퓰리즘 나라에 투자하는 것을 꺼린다.
많은 기업들은 포퓰리즘 나라에 투자하는 것을 꺼린다.
해외 자본들은 사실 포퓰리즘 자체가 아니라 정부의 불안정성을 싫어한다고 보면
더 정확한 표현이 될 것 같다.
포퓰리즘 정부가 안정성이 없기 때문이다.
이탈리아만 봐도 72년간 65차례 정권이 바뀌었다. 거의 미친 상황이었다.
시간이 지나면 포퓰리즘 정부는 망할 것이기 때문에 (이탈리아 경제도) 나아질 것이다."
─이탈리아뿐 아니라 한국도 청년 실업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내가 2014년 총리였을 때 이탈리아의 청년실업률은 44%였다. 말도 안 되는 수치였다.
─이탈리아뿐 아니라 한국도 청년 실업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내가 2014년 총리였을 때 이탈리아의 청년실업률은 44%였다. 말도 안 되는 수치였다.
지금은 33%로 떨어졌지만 이조차도 충분하지 않다. 누군가는 일하지 못해 고통을 받기 때문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일자리 자체를 주는 것에 그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청년들이 일자리를 ‘쟁취해서(struggle)’ 얻을 수 있는 상황이 되는 게 중요하다.
이는 보다 장기적인 계획을 위해서 중요하다.
실업률을 줄이기 위해서 단순히 일자리 수를 즉각적으로 늘리는 공급 위주의 정책을 펴는 게 아니라
교육, 일자리, 복지까지 하나의 연장선에서 연결고리를 생각해서 정책을 펴야한다.
제일 중요한 과제는 미래에 대한 열정을 어떻게 긍정적인 목표로 향하게 만들 수 있느냐다.
제일 중요한 과제는 미래에 대한 열정을 어떻게 긍정적인 목표로 향하게 만들 수 있느냐다.
이탈리아는 현재, 미래에 대한 건설적인 토론이 어렵다.
과거, 역사 속 영광이 너무나도 대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한다. 미래가 더 소중하고 중요하다.
비전을 세워야 한다.
그 방법 중에 하나가 청년 실업률을 낮추려는 노력, 특히 교육에 대한 장기 투자라고 본다."
![](http://image.chosun.com/sitedata/image/201905/14/2019051402197_2.jpg)
─정치 엘리트로부터 대중들이 외면 받았다고 느끼는 민심이
포퓰리즘으로 표출됐다고 해석하기도 한다.
엘리트가 ‘적폐’(Core of Corruption)로 지목되는 현상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단순히 엘리트라고 해서 공격 당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단순히 엘리트라고 해서 공격 당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대중의 기대가 실망감으로 변했을 때 이 같은 상황이 발생한다.
이 질문은 한국 사회에 국한해서 말하고 싶지는 않다.
일반적으로 봤을 때 세계 각국은 ‘부패’와 싸워야한다.
특히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위험과 부패에 대해서는 문화적으로 맞서는 싸움이 필요하다.
포퓰리즘 역시 ‘민주주의’에 대한 많은 논의를 하고 있지만,
솔직히 말해서 ‘그 다음은 무엇인가’라는 고민이 없다.
그래서 국민들은 실망하고 다시 이 과정이 반복되는 것이다.
포퓰리즘에는 엘리트와 기득권층에 대한 (대중의) 증오심이 깔려있다.
포퓰리즘에는 엘리트와 기득권층에 대한 (대중의) 증오심이 깔려있다.
포퓰리스트들은 이런 증오심을 이용해 집권하는데 문제는 이들도 집권 이후엔 기득권층이 돼버린다.
포퓰리즘은 ‘엘리트·기득권층은 나쁘다’는 간단하면서 얄팍한 개념으로,
이들과 맞서는 우리만이 ‘진짜(authentic)’라고 대중이 믿게끔 만든다.
한국 국민도 이를 경계해야 한다."
─이탈리아가 G7 국가 중에서는 처음으로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프로젝트에
─이탈리아가 G7 국가 중에서는 처음으로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프로젝트에
협력하기로 했다. 이탈리아 경제에 유의미한 도움이 될 것으로 보는가.
"솔직한 내 생각을 말하자면 중국에게는 큰 성공이었다. 하지만 이탈리아 입장에서는 아니다.
"솔직한 내 생각을 말하자면 중국에게는 큰 성공이었다. 하지만 이탈리아 입장에서는 아니다.
시진핑 주석에 축하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웃음).
중국은 경제적으로 많은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큰 성과를 얻었다.
하지만 이탈리아 안에서는 EU와 각을 세우고 있는 포퓰리즘 정부가 작년 6월 출범한 이후
‘이래서 포퓰리즘 정부를 신뢰할 수 없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유럽은 운명공동체로 공동의 국제 전략이 필요하다.
그러나 합의된 국제 전략 없이 이뤄졌다는 게 문제다.
미국도 비슷한 문제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미국도 비슷한 문제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정치 전략을 개인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결정하고 알린다.
내가 봤을 때 그건 용납할 수 없다.
공동의 전략 없이 독단적인 움직임만으로는 합의된 목표에 도달하기 어렵다."
![](http://image.chosun.com/sitedata/image/201905/14/2019051402197_3.jpg)
─ 한국에 하고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어제 삼성을 방문했다. 인상적이었다.
"어제 삼성을 방문했다. 인상적이었다.
한국의 가장 큰 장점은 깊은 전통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미래지향적이라는 점이다.
인공지능(AI), 디지털혁신, 빅데이터 등에서 전 세계적으로도 앞서고 있는 나라다.
내가 한국에 유일하게 당부하고 싶은 것은 ‘기술에만 투자하지 말고 합의된 이상향에도 투자하라’라는 점이다. 고화질의 셀카를 찍을 수 있는 스마트폰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셀카의 주인은 ‘우리들’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한다.
장기적인 목표와 합의된 미래를 위한 움직임이 없다면 결국 우리 자신을 잃게 된다.
정신, 가치, 문화, 정체성들을 한 곳으로 통합시켜야 지금 직면한 벽을 허물 수 있다."
☞ English Summary
The former Italian Prime Minister Matteo Renzi stated, (the mass's) hatred towards the elite and established class is the underlying value of populism. He argued Populists politicians use this hatred to seize power, but the problem is that once they do, they become the established class themselves. With the shallow contention against ‘bad elite and established class’, populism lead people think it is the sole ‘authentic’ system. People of Korea should be cautious of that.
Renzi also asserts that populism in the long-run negatively impact global economy. According to his points, foreign investors dislike the instability populist government brings, and therefore ultimately avoid investing in populist-ruled nations. Regarding the employment issue, Renzi believes simply increasing the number of jobs leads to a worse situation. He said, Rather than simply supplying more jobs in the job market to lower the unemployment rate, the government should come up with comprehensive policies tuned in with the intertwined fields of education, job, and welfare issues.
취재=전효진 기자, 박민수 인턴기자
☞ English Summary
The former Italian Prime Minister Matteo Renzi stated, (the mass's) hatred towards the elite and established class is the underlying value of populism. He argued Populists politicians use this hatred to seize power, but the problem is that once they do, they become the established class themselves. With the shallow contention against ‘bad elite and established class’, populism lead people think it is the sole ‘authentic’ system. People of Korea should be cautious of that.
Renzi also asserts that populism in the long-run negatively impact global economy. According to his points, foreign investors dislike the instability populist government brings, and therefore ultimately avoid investing in populist-ruled nations. Regarding the employment issue, Renzi believes simply increasing the number of jobs leads to a worse situation. He said, Rather than simply supplying more jobs in the job market to lower the unemployment rate, the government should come up with comprehensive policies tuned in with the intertwined fields of education, job, and welfare issues.
취재=전효진 기자, 박민수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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