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2019.05.04 13:37
‘검·경 수사권 조정법안(案)’을 놓고 검찰이 반발하는 이유는 뭘까.
수사권 조정 관련 법안은
최근 패스트트랙(신속 처리 안건)에 오른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말한다.
검찰과 경찰의 관계를 ‘지휘 관계’에서 ‘협력 관계’로 바꾸겠다는 것이 골자다.
이 법안이 현재의 원안대로 통과되면 경찰은 ‘수사 종결권’을 갖게 되고,
일부 사건에 대해 검찰의 수사 지휘·통제에서 자유로워 진다.
이에 대해 검찰 내부에선 "검찰 힘빼려다가 더 큰 검찰 만나게 될 것"는 말이 나온다.
검찰의 첫번째 우려는 ‘수사종결권’이다.
검찰의 첫번째 우려는 ‘수사종결권’이다.
현재 경찰은 자신들이 수사한 사건을 검찰에 송치해야 한다. 형사소송법 196조 4항이 근거해서다.
이 조항은 ‘사법경찰관은 범죄를 수사한 때에는 관계 서류와 증거물을 지체 없이 검사에게 송부해야 한다’고 돼 있다. 이번 개정안에는 이 이 조항이 빠졌다.
경찰이 스스로 수사를 끝낼 수 있는 이른바 ‘수사종결권’을 주는 것이다.
검찰 한 간부는 "지금이야 사건이 나중에 검찰에 송치되니까 경찰이 수사 진행 과정에서 ‘눈치’를 보지만,
자체적으로 수사를 종결하면 수사 과정에서 ‘아니면 말고’식 수사나 ‘봐주기 수사’를 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경찰이 기업이나 특정 인물을 내사만 하다가 중단해도 아무런 견제장치가 없다는 이야기다.
검사 출신 조응천 민주당 의원은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경찰 수사가)내사로만 그치는 사건에 대해서는 외부에서는 전혀 알 수 없게 된다"고 지적했다.
실제 경북 청송군에서 불거진 이른바 ‘명절 선물 사건’ 때도
실제 경북 청송군에서 불거진 이른바 ‘명절 선물 사건’ 때도
경찰의 ‘아니면 말고’식 수사가 도마에 오른 바 있다.
2017년 7월 경찰은 청송사과유통공사 임직원의 비자금 조성 의혹을 수사하다
한동수 전 청송군수가 연루된 정황을 포착했다.
경찰은 2013년 설과 추석 당시 청송군의원 3명과 김재원 의원 명의의 선물용 사과값(1300만원 상당)을
군청 예산으로 납부한 사실을 밝혀냈다.
그러나 경찰은 한 전 군수만 검찰에 송치하고, 김 의원은 뺐다.
그러나 경찰은 한 전 군수만 검찰에 송치하고, 김 의원은 뺐다.
경찰 측은 별개 사건으로 계속 수사한다는 방침만 밝혔다가 결국 내사 종결했다.
이에 대해 사건 관할인 대구지검은
"경찰은 김 의원에 대해 추가 수사를 벌이겠다고 공언했으나 검찰 지휘도 없이 내사 종결했다"고 했다.
지난해 법사위에서도 이 사건 처리를 두고 검경이 공방을 벌였었다.
조 의원은 이와 관련해
"범죄 혐의가 명확하지 않다고 자체 종결해도, 또한 수년간 수사만 하다가 불송치 결정할 수 있다"고
지적했었다.
두 번째는 ‘수사지휘권 폐지’다.
개정안에는 형사소송법 196조의
‘수사관, 경무관, 총경 등은 사법경찰관으로서 모든 수사에 관해 검사의 지휘를 받는다’는 내용이 빠졌다. 또 경찰에 대한 검찰의 행위를 ‘지휘’라고 규정한 부분을 고쳐 ‘지휘 또는 촉탁’으로,
‘명(命)할 수 있다’는 ‘요구할 수 있다’로 각각 바뀌었다.
검찰이 경찰 수사를 지휘할 법적 근거가 사라진 셈이다.
검찰 내에선 "검찰이 통제받지 않고 있는 부분을 고쳤어야 하는데,
검찰 내에선 "검찰이 통제받지 않고 있는 부분을 고쳤어야 하는데,
오히려 경찰도 통제받지 않는 법이 생겨나게 됐다"고 지적한다.
검경 모두 견제와 통제가 사라지게 됐다는 것이다.
대검찰청 한 검사는 "국민 입장에서는 통제받지 않는 두 개의 수사기관이 생기게 된 것"이라며
"검찰(1만명)보다 몇배나 큰 경찰(12만명)이라는 통제받지 않는 권력기간이 탄생하면
결국 피해는 국민들이 받게 될 것"이라고 했다.
셋째, 개정안은 검찰과 경찰의 조서 증거능력을 규정한 형소법 312조를 삭제했다.
셋째, 개정안은 검찰과 경찰의 조서 증거능력을 규정한 형소법 312조를 삭제했다.
기존 법에는 검찰의 피의자 신문조서가 영상기록물 등 객관적인 증거를 갖추면
재판에서 증거능력을 인정받았다.
지난해 6월 정부안으로 나온 검·경 수사권 합의안에는 담기지 않았던 내용인데,
최근 권은희 바른미래당 의원의 요구에 따라 추가됐다고 한다.
이 조항에 대해선 검찰 내에서도 의견이 분분했다.
이 조항에 대해선 검찰 내에서도 의견이 분분했다.
경찰 지휘 사건을 주로 다루던 형사부는
"경찰의 수사 내용을 대신 정리해 재판에 넘겨야 하는 수고로움을 덜게 됐다"며 반기는 분위기다.
반면 특수부 등 직접 수사하는 부서의 경우 진술조서 외에 객관적 증거를 더 확보해야 하기 때문에
범죄 혐의를 입증하기가 더 까다로워 졌다고 한다.
검찰 관계자는 "이 개정안대로라면 결국 재판정에서 증거에 대한 조사가 대부분 다시 이뤄져야 할 것"이라며 "얼핏보면 검찰의 권한을 축소시키는 것 같지만, 그 부담은 모두 법원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했다.
경찰이나 검찰에서 진술한 내용이 맞는지를 모두 재판장이 직접 물어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검·경 수사권 문제는 형사소송법이 개정될 때마다 변해왔다.
검·경 수사권 문제는 형사소송법이 개정될 때마다 변해왔다.
수직적 관계에서 수평적 관계로 조금씩 바뀌고 있는 것이다.
2011년 7월 형사소송법 53조가 삭제되기 전까지 경찰은 검찰에 ‘복종(服從)’하는 기관이었다.
지금은 삭제된 이 조항은
"사법경찰관(리)는 범죄수사에 있어서 소관검사가 직무상 발한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고 돼 있다.
이것이 2011년 ‘경찰의 수사 진행과 개시권(開始權)을 명문화하되,
검찰이 모든 사건에 관한 지휘권을 갖는다’는 취지로 바뀌었다.
‘복종’에서 ‘지휘’로, ‘지휘’에서 ‘협력’으로 단어가 바뀌는 데 약 8년이 걸린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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