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공부

[513] 앙급지어 (殃及池魚) (정민 교수, 조선일보)

colorprom 2019. 4. 3. 20:29

[정민의 世說新語] [513] 앙급지어 (殃及池魚)


조선일보
                             
  • 정민 한양대 교수·고전문학
    •          
    입력 2019.04.03 03:15

    정민 한양대 교수·고전문학
    정민 한양대 교수·고전문학


    "초나라가 원숭이를 잃자 화가 숲 나무에 이르렀고, 성 북쪽에 불이 나니 재앙이 연못 물고기에 미쳤다.
    (楚國亡猿, 禍延林木. 城北失火, 殃及池魚.)"는 말이 있다.
    명나라 고염무(顧炎武)가 쓴 '일지록(日知錄)'에 보인다.
    고사가 있다.

    초나라 임금이 애지중지 아끼던 원숭이가 있었다. 어느 날 요 녀석이 묶인 줄을 풀고 달아났다.
    임금은 원숭이를 잡아 오라며 펄펄 뛰었다.
    숲으로 달아난 원숭이는 나무 위를 뛰며 도망 다녀 잡을 방법이 없었다.
    임금의 노여움은 더 커졌다.
    하는 수 없어 이들은 원숭이가 달아나지 못하도록 온 숲을 에워싼 뒤 나무를 베기 시작했다.
    결국 원숭이도 못 잡고 그 좋던 숲만 결딴이 났다.
    '회남자(淮南子)'에 나오는 얘기다.

    이번엔 성 북쪽에 불이 났다. 불의 기세가 워낙 다급해서 불길을 잡기가 어려웠다.
    성안의 모든 사람이 다 나와서 연못의 물을 퍼 날라 간신히 불을 껐다.
    불을 끄고 나니 연못 물이 바닥이 나서 애꿎은 물고기만 맨바닥에서 퍼덕거렸다.
    명나라 진정(陳霆)의 '양산묵담(兩山墨談)'에 보인다.

    뒤의 것은 비슷한 얘기가 하나 더 있다.
    송나라 환퇴(桓魋)에게 값비싼 구슬이 있었다.
    그가 죄를 입고 도망을 가려 할 때 왕이 사람을 보내 구슬이 어디 있느냐고 물었다.
    그가 대답했다. "연못 가운데다 던져 버렸소."
    왕은 그 구슬을 차지하려고 사람을 시켜 넓은 연못의 물을 다 빼고, 진흙 바닥까지 온통 헤집었다.
    애초에 버린 적이 없던 구슬이라 끝내 찾지 못했다.
    그 와중에 연못의 물고기만 공연히 떼죽음을 당했다.
    여씨춘추 '필기(必己)'편에 보인다.

    원숭이 한 마리의 우연한 탈출이 온 숲의 나무를 결딴냈고,
    성안에서 어쩌다 난 실화(失火)에 전체 연못의 물고기가 다 죽었다.

    앙급지어(殃及池魚)는 자신과는 아무 상관 없는 일로 뜻하지 않는 횡액을 만나는 것을 비유하는 말로 쓴다.
    나무와 물고기는 엉뚱하게 튄 불똥을 맞았다.
    자신이 잘못한 것도 없고, 선택의 여지도 없었다.

    세상일은 복잡하게 얽히고설켜 화복을 알기가 어렵다.
    우리는 하루하루를 요행(僥倖) 속에 산다.
    그럴수록 늘 반듯한 삶의 자세를 가다듬어야 한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4/02/2019040203446.html



    유세형(jasir****)모바일에서 작성2019.04.0315:52:54신고
    세상일은 화복을 알기어렵다 새기고 새길말
    최인숙(ci****)2019.04.0312:19:15신고
    <정민의 世說新語> 빠짐없이 읽고 있는 독자이다. '말, 文字의 本' 을 보이는 방향등 역할을 하는 칼럼 글이 아닐까 한다. 한문고전 소개, 번자체 한문사용의 원칙을 정확히 보여주는, 교과서 같은 아주 훌륭한 글이라 생각한다. 현재 한국인의 언어(문자) 사용이 극히 혼탁한 상태에서 청정한 기운을 느끼게 하는 귀한 '칼럼 欄'이라 생각하는 바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4/02/2019040203446.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