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2019.03.27 03:01
'우리 아들이 평소에 안경을 쓰는데 이 사진에서는 왜 벗고 있죠? 무슨 일 있는지 알아보고 연락주세요.'
육군 모 신병교육부대 A 중대장(대위)의 휴대전화 앱(응용프로그램)에 훈련병 어머니의 메시지가 올라왔다. '더 캠프'라는 이 앱은 장병의 소식을 가족·지인에게 알려주기 위해 육군이 만들었다.
육군 모 신병교육부대 A 중대장(대위)의 휴대전화 앱(응용프로그램)에 훈련병 어머니의 메시지가 올라왔다. '더 캠프'라는 이 앱은 장병의 소식을 가족·지인에게 알려주기 위해 육군이 만들었다.
이 훈련병 어머니는 앱에 올라온 훈련병 단체 사진을 보고 게시판에 글을 남겼다.
A 대위는 200여 명 훈련병 중 글의 주인공을 찾아 왜 안경을 벗고 있었는지 상담하고 게시판에 답글을 달았다. '사진 찍을 때 벗었는데 별다른 이유는 없다고 합니다.'
군은 "병사들의 고립감을 줄인다"며 휴식 시간 휴대전화 사용, 평일 외출 허용을 시행하고 있다.
지난해 4월 육군이 배포한 '더 캠프' 앱도 그 일환이다.
부대별로 온라인 커뮤니티를 제공하고 병사 가족, 지인에게 전역·진급일을 알려준다.
신병의 경우 가족·지인이 직접 신병교육부대 지휘관과 연락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일부 부모들이 과도한 요구를 해 지휘관들이 애를 먹고 있다고 한다.
답이 늦으면 'XX사단 소대장이 불친절하다'는 민원을 상급 부대에 넣는 경우도 있다.
신병교육부대 관계자들에 따르면 가장 많이 올라오는 글은
신병교육부대 관계자들에 따르면 가장 많이 올라오는 글은
'우리 애가 택배·편지를 받았는지 확인해 달라'는 내용이다.
'왜 우리 아들은 사진이 안 올라오느냐'
'아이가 아토피가 있었는데 괜찮은지 확인해서 알려달라' 는 글도 자주 올라온다.
이런 글이 신병교육부대 중대별로 하루 10여 건 올라온다고 한다.
최근까지 신병교육부대에 근무했던 한 대위는
"'신병 교육 기간(6주) 아들의 성격을 바꿔달라'거나
'우리 아이가 운동화 끈을 잘 묶지 못하니 살펴달라'는 요구도 받은 적이 있다"고 했다.
민원성 요구가 이어지자 한 훈련병 아버지는 앱 게시판에
민원성 요구가 이어지자 한 훈련병 아버지는 앱 게시판에
'자식과 남자 친구를 군에 보내고 궁금하겠지만 우리 자식들을 관리하고 계신 분들은 그리 많지 않다.
편지나 소포가 누락될 일은 없으니 잘 받았는지 확인해달라는 건의는 될 수 있으면 자제해달라'는 글을 쓰기도 했다.
양욱 한국국방안보포럼 선임연구위원은
"앱을 만든 취지대로 운영되도록 개인적인 부탁은 올리지 못하게 하는 등 원칙을 세워야 한다"며
"지휘관과 부모가 직접 소통하는 게시판이 꼭 필요한지도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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