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공부

AI 스피커 같은 정치

colorprom 2019. 2. 13. 14:40

[김대식의 브레인 스토리] [328] AI 스피커 같은 정치


조선일보
                             
  • 김대식 KAIST 교수·뇌과학
    •          
    입력 2019.02.13 03:11

    김대식 KAIST 교수·뇌과학
    김대식 KAIST 교수·뇌과학

    "알렉사, 지금 몇시지?" "알렉사, 오늘 일기예보는?" '알렉사' 'OK 구글' '아리아'….

    집집마다 들을 수 있는 소리다. 2014년 아마존사가 '알렉사'라는 첫 인공지능 스피커를 소개했을 때 대부분 반응은 "글쎄요…"였다. 2010년도 최첨단 음성 인식률이 여전히 70% 정도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기계 학습을 기반으로 한 LSTM(long short-term memory) 딥러닝 기술 덕분에 음성 인식률은 최근 95%를 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질문은 이거다. 도대체 인공지능 스피커는 왜 필요한 걸까?

    세상을 인지하게 해주는 인간의 감각들은 동일하지 않기에 진화적으로 오래된 후각과 촉감보다 최첨단인 시각은 훨씬 높은 해상도를 자랑한다. 하지만 이 세상에 공짜는 없다. 높은 해상도를 가진 대신 동시에 여러 시각적 정보를 처리할 순 없다. 우리가 두 가지 신문 기사를 동시에 읽을 수 없는 이유다.

    점점 '스마트'해지는 세상에 살고 있다는 인류. 하지만 여기서 '스마트'란 스마트한 소비자가 아닌 소비자로부터 더 많은 데이터를 얻어낼 수 있는 스마트한 기업을 의미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여기서 문제가 생긴다. 컴퓨터, TV, 휴대폰…. 이미 너무 많은 시각 정보를 처리해야 하는 소비자로부터 추가 정보를 얻어낼 수 있는 새로운 채널이 절실하다. 바로 음성으로 교류할 수 있는 인공지능 스피커가 필요했던 이유다.

    '음성 인식'이 기술적으로 해결되었기에 가능해진 인공지능 스피커. 하지만 질문의 의미를 이해하는 진정한 AI는 존재하지 않는다. " 알렉사, 삶의 의미는 뭐지?"라는 질문에 미리 준비해놓은 말만 되풀이하는 이유다. 우리는 이해와 공감을 기대하지만, AI 스피커는 사실 우리의 데이터만을 원할 뿐이다. 그리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국민과 정치의 관계도 AI 스피커와 비슷한지 모르겠다는. 국민을 진정으로 이해하지 못하는 정치가 우리에게 바라는 건 4년마다 한 표뿐일 테니 말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2/12/2019021203272.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