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2018.10.29 03:15
![조용헌 건국대 석좌교수·문화콘텐츠학](http://image.chosun.com/sitedata/image/201810/28/2018102802493_0.jpg)
선거를 여러 번 치러본 정치인으로부터 들었다.
선거에는 '공중폭격'과 '땅개작전'이라는 2개의 전술이 있다고 말이다.
대관(大觀)과 세찰(細察)이라고나 할까.
공중폭격은 워딩이다. 귀족노조, 오렌지족, 문민정부, 적폐청산과 같은 단어이다.
폭격은 네 글자로 이루어질 때 폭발력이 강하다.
공중에서는 이런 워딩을 투하하고 지상에서는 땅개작전을 실시한다.
공중에서는 이런 워딩을 투하하고 지상에서는 땅개작전을 실시한다.
시장에 나가 상인들과 악수하고 포옹하고 떡볶이도 먹어보고 명함을 뿌리는 행위이다.
지역 애경사에 참석해서 소주잔 받아먹는 것도 땅개작전에 해당한다.
주변을 살펴보니까 사람 팔자도 공중폭격형이 있고 땅개작전에 능한 경우가 있다.
두 개 다 잘하는 사람은 드물다.
두 개 다 잘하는 사람은 드물다.
이어령 전 장관은 공중폭격형이다. 워딩에 강하다.
문화유산국민신탁 이사장으로 있는 김종규(79) 선생은 철저한 땅개작전형이다.
하늘에서 용이 비를 뿌리면 땅에서는 개구리가 그 비를 받아먹는다.
김종규는 지난 7년 동안 문화유산국민신탁 후원 회원을 1만3000명이나 확보하였다.
좋은 일 하는 것이기는 하지만 이거 쉬운 일은 아니다.
회원은 한 달에 1만원씩 후원회비를 계좌 이체 한다.
개구리처럼 폴짝폴짝 뛰면서 일일이 회원들을 가입시켰다.
그의 내공은 축사(祝辭)에서 나온다. '축사의 달인'이 별명이다. 많이 할 때는 하루에 5~6건씩도 한다.
그의 내공은 축사(祝辭)에서 나온다. '축사의 달인'이 별명이다. 많이 할 때는 하루에 5~6건씩도 한다.
별로 돈 되는 일은 아니지만 경주, 광주 같은 지방에까지 축사하러 가곤 한다.
"피곤하지 않습니까?"
"나를 불러주는 것도 고마운 일이야. 세상에서 아직 내가 필요하다는 것 아니겠어!
그걸 생각하면 피로가 가시지."
"축사하면서 주의할 점이 무엇입니까?"
"함
부로 지적질 안 하는 것이에요."
축사를 하다 보면 좋은 이야기 하다가 끝 대목에서
축사를 하다 보면 좋은 이야기 하다가 끝 대목에서
'옥에 티라고 할까, 이런 점이 좀 아쉽다'와 같은 지적을 곁들이기 쉽다.
축사하는 사람은 대개 그 분야 아마추어인데,
프로들 작품에 어설프게 한마디 곁들이다 보면 이게 주최 측과 당사자들에게는 상처로 남기 쉽다고 한다.
칭찬을 유머러스하게 해 주는 것이 땅개작전의 요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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