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오노 나나미 '황금빛 로마'
중세·르네상스 시대의 교황은 무소불위의 권력자였다.
시오노 나나미의 르네상스 이탈리아 연구서인 '황금빛 로마'를 보면,
알렉산더 6세(재위 1492~1503년)는 그의 사생아 아들 체사레를 열여덟 살에 추기경으로 임명했고,
사생아 딸 루크레지아의 사생아 아들 조반니를
(성직을 떠나 군 사령관이던) 체사레의 사생아라고 교황청 교서(敎書)를 내렸다가
다시 자신의 사생아라고 교서를 내렸다.
바오로 3세(재위 1534~1549년)는 자기의 사생아 아들들인 알레산드로와 기도를
각각 14세, 16세에 추기경으로 임명했다.
그래도 권력과 권위는 조금도 손상받지 않았다.
근세에 들어와 가톨릭교회가 세속적인 권력을 잃게 되자 교황청은 경건함과 신성성을 크게 회복했지만
비판을 초월해 있는 존재는 아니다.
교황은 인간의 '거룩함에 대한 열망'을 충족시키는 상징적인 존재이기 때문에
자칫하면 교황이라는 직위를 크게 훼손하고 신자들을 심히 실망시킬 수 있다.
이번 교황 프란치스코는 사제들의 성적(性的) 비리를 사면하는 등 위태로운 행보를 많이 보였다.
그래서 그는 북한 방문에 극도로 신중해야 하지 않을까.
교황이 북한에 가서 북한의 수용소 문이 활짝 열리고 북한에 종교의 자유가 꽃피지 않는다면
교황 개인과 가톨릭 교회의 권위와 신성성을 크게 훼손할 것이고, 무수한 신자의 이탈을 불러올 수도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북한 방문은 거부하기 어려운 도전일 수 있다.
신(神)의 대리인인 교황으로서 많은 우려와 반대에도 불구하고 지구상 최악의 인권 말살 국가를 방문해서
살인마 독재자에게 '하느님의 역사'를 이루어내고 싶은 욕망이 어찌 일지 않겠는가?
그러나 살인마에게 면죄부만 주고 온 꼴이 된다면…?
대한민국 대통령이 그 도구가 되어서는 아니 될 터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