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정통성 강조하기 위해 이승만이 '1919년 건국론' 꺼내
내년 臨政 수립 100주년이 適期… 정부·정당 대신 학자들 주도해야
중진 역사학자 도진순 창원대 교수는
학문적 논증에 충실한 이들의 발표로 이제까지 혼란스러웠던 점들이 상당 부분 분명해졌다.
주요 내용은 이렇다.
"김구를 비롯한 대한민국 임시정부 핵심 인사들은
해방 당시 대한민국이 이미 건국됐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이승만이 '1919년 건국론'을 제기한 것은 대한민국 정부가 김구 등의 참여 여부와 상관없이
1919년 한성 임시정부를 계승해 정통성을 확보했다고 주장하기 위해서였다.
4·19혁명으로 이승만이 불명예 퇴진한 뒤 역대 정권이 그를 깎아내리는 과정에서
그가 주도했던 대한민국 출범의 기억도 희미해져갔다.
'통시적(通時的) 정통성'과 '공시적(共時的) 정당성'은 모순되지 않으며
조화로운 공존을 모색하는 것이 지혜로운 근대국가의 모습이다."
'1919년 건국론'이
남북한 분단과 대치 상황에서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강화하는 논리라는 점이 부각된 것도 중요하다.
이승만은 대한민국이 한반도 전체를 대표하는 중앙정부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1919년 건국론'을 활용했다.
5·16쿠데타 이후 헌법 전문에서 삭제됐던 '대한민국(임시정부) 건립 계승'이
1987년 헌법 개정 때 '임정 법통 계승'으로 되살아난 것은
당시 민중사관의 대두로 도전받던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보강하려는 목적도 컸다.
'1948년 건국론'을 내세우는 보수 우파 정치 세력에 대한 반작용으로
'1919년 건국론'을 강력히 지지했던 문재인 정부는
그런 입장이 대북(對北) 관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고 곤혹스러운 처지에 놓이게 됐다.
앞으로 과제는 이전보다 정확하고 넓어진 논의를 기반으로
대한민국 건국 과정에 대한 학문적·사회적 합의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이성적 논의를 정치적 타산과 분리할 필요가 있다.
특히 국민의 정서를 자극해 분열을 초래하는 '건국절' 논란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 문제가 시작된 2006년에도 일부 국회의원이 광복절을 '건국절'로 바꾸는 법안을 제출하면서
정치 공방으로 변질했다.
정부나 정당은 더 이상 이 문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고 손을 떼야 한다.
그리고 학자들이 학문적 소신과 양식에 따라 논의를 주도해
야 한다.
3·1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는 내년은 이런 논의를 펼치기에 적절한 때이다.
3·1운동, 한성·상해·노령(露領) 임시정부 수립, 통합 임정 수립으로
숨 가쁘게 이어지는 1919년의 민족사를 돌아보며
그것이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으로 완성되는 과정을 깊이 짚어보면
지난 100년 대한민국이 걸어온 길이 뚜렷이 보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