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2018.08.24 03:11
중국 산둥성 칭다오에 본사를 둔 하이얼(海爾)은
대형 가전제품 시장에서 작년까지 9년 연속 세계 1위를 달리고 있다.
미국 GE와 일본 산요의 가전 사업 부문을 인수했고 세계 각국에 제조 공장 29개와 직원 9만명을 두고 있다.
하이얼을 이끄는 장루이민(張瑞敏) 회장의 경영 전략은
하이얼을 이끄는 장루이민(張瑞敏) 회장의 경영 전략은
논어(論語) '팔일(八佾)'편에 나오는 '입태묘매사문(入太廟每事問)'을 빼닮았다.
태묘(太廟·노나라 시조 주공의 사당)에서 예법의 대명사였던 공자(孔子)를 제사 헌관(獻官)으로 모셨는데,
공자가 제사의 형식 하나하나를 태묘 근무자에게 물어가며 진행했다는 데서 유래한 말이다.
공자는 "집안마다 제사의 형식이 다르므로 그 지역 전문가에게 물어 하는 게 옳다"고 했다.
공자는 "집안마다 제사의 형식이 다르므로 그 지역 전문가에게 물어 하는 게 옳다"고 했다.
제사법이 다른 이유를 무시하고 자기 방식만 고집하다가 낭패가 되어선 안 된다는 것이다.
기업 입장에선 타국에 진출할 때 현지 사정에 철저히 맞춘 접근법을 뜻한다.
하이얼은 실제로 이슬람 신자들이 황금색을 좋아한다는 데 착안해
사우디아라비아에선 손잡이부터 바닥까지 황금빛인 냉장고를 출시했다.
미국에선 학생들이 좁은 기숙사에서 냉장고 위 평평한 부분을 책상으로 쓰는 것을 보고
책상 겸용 냉장고 제품을 만들었다.
하이얼은 1999년 중국보다 인건비가 10배쯤 비싼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州) 캠던에
연간 50만 대 생산 능력을 갖춘 공장을 세웠는데, 300여 명의 종업원을 100% 현지 채용 미국인으로 했다.
장기 체류 중국인은 한 명도 없었다.
덕분에 하이얼은 사우스캐롤라이나주로부터 '고용 창출상(賞)'을 받았다.
공장 인근의 대로(大路)는 '하이얼 도로'로 명명됐다.
장루이민 회장은 "늑대와 함께 춤을 추고 싶다면 먼저 늑대가 되라"고 말한다.
그의 세계화 경영 전략은
공자조차 다른 집안의 제사 예법을 물었다는 '입태묘매사문'의 동양적 배려와
상대방 존중 전략의 현대판(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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