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2018.08.02 03:00
지금으로부터 9년 전, 처음으로 반려견의 행동 치료를 시작했다.
반려견과 함께 사는 인구가 늘면서 개에 대한 인식이 크게 좋아졌지만,
개에게 적절한 교육을 하지 않아 짖거나 무는 경우가 많아졌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무작정 혼내고 때리는 것 대신, 더 나은 공존 방법을 찾고 싶었다.
말 통하지 않는 개의 마음을 이해하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말 통하지 않는 개의 마음을 이해하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과거 개 훈련사로 일하며 주로 대형견을 탐지견이나 경비견 등 '사역견'으로 훈련시키는 일을 했다.
주인에게 복종하며 업무에 충실하도록 가르쳤다.
여기에 익숙했던 나는 문제견이 왜 짖는지, 왜 대소변을 가리지 못하는지 도통 이해하지 못했다.
처음엔 사역견을 훈련하던 방식대로 훈련해봤지만, 별반 나아지지 않았다.
절박한 마음으로 새로운 시도를 해봤다.
절박한 마음으로 새로운 시도를 해봤다.
문제견 여러 마리와 함께 한방에서 생활하며
개와 마찬가지로 밖에서 직원이 문을 열어주면 나가고, 밥이나 물도 직원이 줄 때만 먹었다.
그러던 어느 날, 개들과 함께 방에서 잠을 자는데 갑자기 복통이 몰려왔다.
누군가가 문을 열어줘야 화장실을 갈 수가 있는데, 문을 두드리며 열어달라고 외쳐도 인기척이 들리지 않았다. 고통도 심했지만 불안감이 업습해오면서 결국 고함을 지르고 욕을 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후에 이 일을 돌이켜보니, 내 모습이 문제견과 별반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족이 눈앞에 없으면 불안해하면서 심하게 짖는 개들 말이다.
문제 행동을 고치려면, 개의 입장에서 문제 상황에 익숙해지도록 훈련시켜야 했다.
이후 나는 문제견을 훈련할 때 일부러 낯선 장소에서 밥을 먹고 쉬고 배변하게끔 했다.
세 가지 모두 개가 편안하다고 느끼는 곳에서만 하는 행동이기 때문에,
낯선 곳에서 이를 하도록 유도하면 환경 변화에 대한 적응력이 길러진다.
문제가 생겨도 짖거나 배변 실수를 하는 대신 침착하게 상황을 살피게 되는 것이다.
역지사지는 사람에게만 통하는 것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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