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공부

'청바지 입은 꼰대' (이진석 위원, 조선일보)

colorprom 2018. 5. 15. 18:48


[만물상] '청바지 입은 꼰대'


입력 : 2018.05.15 03:16

대형 보험사 CEO(최고 경영자)를 지낸 한 여성 금융인은 직원들과 격의 없이 지내는 것으로 유명했다.
그러나 차림새는 늘 7cm 하이힐에 정장이었다.
주변에서 옷차림이 너무 격식 차리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왔는데 한마디로 날려버렸다.
"직원들에게 가까이 다가가려면 꼭 청바지에 운동화를 신어야 하나요?"

'최고 경영자와 청바지' 하면 맨 먼저 떠오르는 인물이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다.
2007년 아이폰을 선보일 때 입고 나온 검정 터틀넥과 청바지 차림은 지금도 생생하다.
미국 실용주의의 상징으로 몸을 감싼 잡스아이폰처럼 쿨(cool)했다.

이후 세계 각국에서 청바지 차림의 CEO들이 늘어나고,
자유롭고 수평적인 기업 문화를 만들자는 목소리가 유행처럼 퍼졌다.

국내 대기업들도 이런 흐름에 올라탔다.
부장, 과장 등을 '매니저'라 하고, 직급에 상관없이 이름 뒤에 '님'이나 '씨'를 붙여서 부르는 회사가 늘어났다. 이런다고 권위적 기업 문화가 바뀔까 고개를 갸웃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어쨌든 대단한 기세였다.
CEO가 청바지 입으면 애플 같은 회사가 되는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게 아닌 모양이다. 

[만물상] '청바지 입은 꼰대'
대한상공회의소와 컨설팅업체 맥킨지가 어제 발표한 한국 기업 문화 보고서는 '청바지'가 키워드였다. 많은 CEO가 청바지를 입었지만, 여전히 머릿속은 넥타이를 맨 정장 차림이라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청바지를 입은 꼰대'라는 말도 소개됐다.
꼰대는 구태의연, 고리타분한 상급자를 뜻하는 은어(隱語)다.
대기업 직장인 2000명을 대상으로 '기업 문화 개선 효과를 체감하느냐'고 물었더니
10명 중 9명이 '달라진 것이 별로 없다'고 응답했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기업 탐방을 나가서

직원들이 사장에게 인사하는 모습만 봐도 성장할 기업인지 아닌지 가려낸다고 한다.

한 애널리스트는

"사장과 복도에서 마주친 직원들이 자연스럽게 인사하고 지나가는지 벽 쪽으로 붙어 길을 비키는지 본다.

내 경험상 경직된 상하관계를 가진 기업은 성공할 확률이 낮"고 했다.

청바지는 자유로운 기업 문화 속에서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이다.

청바지를 만든 천은 남(南)프랑스의 님(nimes)에서 처음 미국으로 수출할 때는 갈색이었다고 한다.

뱀이 많은 미국 서부 지역에서 유행하면서 뱀이 싫어하는 푸른색으로 염색하면서 청바지가 됐다.

이런 실용과 현장 적응청바지의 본질이다.

CEO들이 이걸 모르고 있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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